본문 바로 가기

[ 이슈 ]

"美, 공격 미리 알고 있었다···이란 체면 살리려 계산된 사건"

by중앙일보

이란 공격부터 트럼프 발표까지 시간대별 재구성

이란, 미군 사상자 최소화한 공격 구상

미, 몇시간 전 계획 파악 병력 안전 이동

트럼프 "전쟁 원하지 않아" 의회와 상의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 8일 이란의 미사일 공격과 관련해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의 미사일 공격은 미국인 사상자를 최소화하면서 이란이 체면을 살린 뒤 양측 모두 전쟁 위기에서 한발씩 물러설 기회를 만들기 위해 계산된 사건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와 폭스뉴스 등 미국 언론은 이란의 공격이 있기 몇 시간 전 미국은 이미 상황을 파악하고 대비태세를 갖춰 미군 사망자가 한 명도 없을 수 있었다고 미국과 중동국가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7일(현지시간) 오전 1시 30분쯤 이라크 내 알아사드 공군 기지와 아르빌 기지에 미사일 22발을 쐈다. 워싱턴 시간으로는 오후 5시 30분쯤이었다. 다음날인 8일 오전 11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란에 대해 군사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기까지를 시간대별로 정리했다.


7일 오전=미국 관료들은 이 시점에 이미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목표물을 공격하려는 의도를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기지가 정확한 목표인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미국은 최소 두 곳의 정보원으로부터 첩보를 입수했으며, 이라크 정부도 미국에 이란의 계획을 알렸다. 이란은 이라크 정부에 사전에 공격 계획을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수뇌부는 이라크 내 군사 기지에 있는 병력을 안전한 곳으로 배치하는 명령을 내렸다. 일부 병력은 공격이 시작되기 전 알아사드 기지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기지에 남은 장병들은 벙커로 이동해 보호 장비를 착용한 뒤 대기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끝난 뒤에도 벙커 안에 한동안 머물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병력을 분산 이동해 대비했으며 조기 경보 시스템이 잘 작동해" 미국인 사상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당국자는 "공격이 시작될 것이라는 명확한 신호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7일 오후=이란 쪽에서도 움직임이 있었다. 이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군사적 보복의 법적 근거를 설명하는 비공개 서한을 발송했다.


오후 4시=미국 관리들은 이란의 공격 가능성을 기자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그날 저녁 방송 출연 인터뷰가 잡혀 있었으나, 이를 취소했다.


5시 30분=이란이 이라크 내 기지 두 곳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발사가 끝난 뒤 미군 관계자들은 피해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7시=마크 에스퍼국방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백악관에 도착했다.


7시 30분=국방부와 국무부 등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미군 사망과 부상 모두 없을 게 꽤 분명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상자가 없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이란이 군사력을 과시하면서 이란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국내용' 공격이라는 확신을 점차 갖게 됐다. 이란이 의도했다면 이보다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었다는 데 참석자들의 의견이 모였다.


7시 40분=국방부가 '이란의 이라크 내 탄도미사일 공격'이란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8시=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보직의 상원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 군사위원장인 제임스 인호페 상원의원을 먼저 연결했다. 트럼프는 두 의원에게 미군 사상자는 없으며, 이제 이란과의 협상의 문이 열렸다고 말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에 대한 도발을 용인할 생각은 없지만, 전쟁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WP에 밝혔다. 그레이엄 역시 이란이 전쟁 위기를 끝내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무력시위'를 했다고 봤다.


이날 저녁 트럼프는 군 수뇌부에게 이란과 전쟁을 시작하고 싶지 않으며 긴장 완화의 길을 걷고 싶다고 말했다. 군 수뇌부는 미사일 공격이 미국인을 죽이기 위해 고안된 게 아니라고 믿을만한 이유가 있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 순간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을 피할 길이 열렸다.


8일 오전=국방부와 국무부는 트럼프의 연설문을 작성할 직원들을 백악관으로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막에 직접 첨삭을 했다. 그는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라는 문장을 연설문 제일 앞에 넣었다.


오전 11시=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피해가 한 명도 없다"면서 "이란에 대해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발표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