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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더,오래] 주기중의 오빠네 사진관(14)

머리위에 전봇대가? 사진 초보자가 범하는 흔한 실수

by중앙일보

좋아 보이는 사진의 비밀 ①배경 처리의 기술


사진을 찍을 때 초보자의 고민은 “눈으로 봤을 때는 좋은데 사진은 실제와 다르다.” 것에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물리적인 이유입니다. 눈과 렌즈는 원리가 비슷하지만 똑같지는 않습니다. 렌즈에 따라 원근감이 다르고, 밝음과 어둠을 측정하고 구현하는 원리도 차이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프레임, 시간성(동영상과 정지영상), 배경 흐림의 정도도 다릅니다.


둘째는 심리적인 이유입니다. 이는 보는 방식의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사람들은 뭔가가 눈에 꽂히면 그 대상에만 관심을 쏟고 배경은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진은 다릅니다.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을 생생하게 기록합니다. 초보자가 사진을 찍을 때 저지르는 실수는 대개 배경을 보지 못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미쳐 보지 못했던 어수선한 배경이 집중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인물사진을 찍는데 머리 위에 전봇대가 솟아 있거나, 나뭇가지가 어지럽게 있으면 주목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좋아 보이는 사진은 배경이 잘 정돈돼 있습니다. 배경은 문장의 수식어 같은 것입니다. 주재(主材)가 되는 피사체를 돋보이게 하고, 표현성을 높이는 데 크게 관여합니다. 사진을 찍을 때는 배경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배경을 처리하는 방법을 정리해 차례로 연재합니다.


첫째, 빛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스튜디오나 무대에서 주인공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배경을 어둡게 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자연상태에서는 먼저 피사체에 드리워진 빛을 면밀히 살펴야합니다. 같은 프레임 안에서도 빛의 방향에 따라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 때 밝은 부분을 기준으로 정확하게 측광을 하고 사진을 찍으면 배경을 어둡게 분리할 수 있습니다.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빛이 항상 원하는 곳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가 되는 피사체에 빛이 드는 시점을 찾거나 그런 대상을 선택해야 합니다.


‘사진은 시간과 공간의 전략적인 선택’ 입니다. 이때 시간은 빛을 뜻합니다. 그래서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합니다. 여의치 않을 경우 랜턴이나 스트로보 같은 휴대용 조명을 이용하면 더 나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빛을 이용해 배경을 분리하는 기술은 역광일 경우 효과가 큽니다. 노출이 4스톱 이상 차이가 나면 배경은 완전히 검게 나옵니다.

중앙일보

사진1 겨울나무, 2016 [사진 주기중]

사진1은 겨울 나무입니다. 단풍으로 가을을 불태우던 나무가 잎을 떨구고 시린 겨울을 맞습니다. 비스듬히 들어오는 빛을 받은 나무의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노출 차이로 인해 빛을 받는 나뭇가지와 어두운 산비탈이 완전히 분리됐습니다. 앙상한 겨울 나무를 보여주려는 작가 의도와도 맞아 떨어졌습니다.


사람의 눈과 카메라의 눈의 차이를 잘 보여 주는 예입니다. 눈은 밝음과 어둠의 관용도가 크고, 선택적으로 보기 때문에 나무도 산비탈도 다 잘 보입니다. 그러나 카메라는 어느 한 점의 밝기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밝음과 어둠이 더 극적으로 나타납니다.

중앙일보

사진2 Cosmos in Ice, 2018

사진2는 얼음 속에 있는 기포를 찍은 장면입니다. 강에서 찍은 투명한 얼음입니다. 눈으로 봤을때는 강바닥에 있는 자갈과 모래가 보입니다. 그러나 사진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빛에 반사돼 밝을 수 밖에 없는 공기 방울을 기준으로 노출 값을 정했기 때문입니다. 밝기 차이로 인해 강바닥이 완전히 검게 나옵니다.


색도 측광(노출)에 영향을 미칩니다. 미술의 색 이론에 나오는 ‘명도’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흰색과 노란색은 초록색이나 파란색, 갈색보다 밝습니다. 색의 명도 차이를 이용해 배경을 분리할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사진3 철쭉꽃, 2017

사진3은 공원에서 촬영한 철쭉꽃입니다. 흰색은 가장 밝은 색입니다. 해질녘 꽃잎을 기준으로 노출 값을 정해서 찍으니 주변은 다 어둡게 나옵니다. 둥글게 전지해 놓은 철쭉꽃이 마치 알 같습니다. 모든 생명이 탄생하는 봄의 이미지를 알에 비유했습니다. 배경이 더 밝은 역광상태에서는 피사체를 실루엣으로 처리해 돋보이게 만듭니다. 이 역시 노출 차이를 이용한 방법입니다.

중앙일보

사진4 겨울연인, 2012

사진4는 눈 내리는 덕수궁 풍경입니다. 연인 둘이 서로 어깨를 기대고 휴대폰으로 찍은 셀카 사진을 보고 있습니다. 연인들이 있는 곳은 반 실내입니다. 지붕이 있어 상대적으로 어둡습니다. 배경은 실외입니다. 더 밝고, 눈까지 내립니다. 실제 눈으로 볼 때는 연인들의 모습도 눈 내리는 풍경도 다 잘 보입니다.


그러나 카메라의 측광 기준은 하나이어야 합니다. 연인들이 잘 보이게 노출 값을 맞추면 밖은 하얗게 타버립니다. 이때 실외를 기준으로 노출을 맞추면 연인들은 까만 실루엣으로 나옵니다. 눈 내리는 겨울풍경을 낭만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인공조명을 이용하지 않는 한 둘 다 잘 나오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다음에는 배경처리의 기술 두번째로 셔터타임을 이용한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아주특별한사진교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