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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50대에 웬 창업? “안하면 아플것 같아야 해볼 만한 일…그런 일 생겼다”

by중앙일보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퇴직한 뒤 해외여행 다니다 보니

시행착오 줄일 앱 꼭 만들자 생각

네이버 이렇게 클지 누가 알았나

트리플서 지금 그걸 느끼며 일해

최휘영 트리플 대표 인터뷰

중앙일보

NHN 대표를 지내고 퇴직한 이후 50대에 창업한 최휘영(54) 트리플 대표. [사진 트리플]

50대는 창업생태계 소수자다. ‘제2 벤처 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창업 열기가 뜨겁지만 30~40대가 83.6%(중소벤처기업부 ‘2018년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로 대다수이고 50대는 11.7%에 불과하다. 중앙일보가 국내 대표 벤처투자사인 네이버·카카오벤처스·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투자받은 87명의 창업자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50대 비중은 7%에 그쳤다.


최휘영 트리플(55) 대표는 이런 국내 창업 생태계에서 보기 드문 성공 가도를 달리는 50대 정보기술(IT)분야 창업자다. 네이버의 전신인 NHN 대표(2005~2009년)를 지낸 최 대표는 2014년 퇴직했고, 2016년 김연정 대표와 함께 트리플을 창업했다.


이듬해 출시한 동명의 여행앱 트리플은 출시 2년 반 만에 누적 가입자 550만명을 끌어 모으며 '해외여행 필수 앱'으로 자리 잡았다. 매달 방문자 수(MAU)는 100만명이며 누적 투자유치액은 420억원이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4일 경기도 판교 트리플 사무실에서 최 대표를 만나 창업 후배들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그는 "창업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그 일을 안 하면 몸이 아플 정도로 간절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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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창업자 창업 당시 연령.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Q : 50대 창업은 드물다. 왜 창업했나.


A : “창업은 극소수만 성공하는 세계다. 권한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린다고 안 할 것도 아니다. 다만 해보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그걸 하지 않으면 너무 후회스럽거나 몸이 아플 정도로 아까우면 해볼 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엔 여행 앱이 그런 주제가 됐다. NHN 퇴직 후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니 영어를 잘 못해도 해외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앱을 만들면 정말 멋지겠다는 생각에 꽂혔다. 계속 생각하다 보니 ‘우와 이거 내가 해야겠다’가 됐다. 사실 귀한 시간을 쪼개서 돈 쓰러 가는 게 여행인데 시행 착오가 많으면 너무 아깝지 않나. 우리는 다 개인화된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데 낯선 곳에서 시간을 잘 보내게 해주는 그런 안성맞춤 도구는 당시만 해도 보이지 않았다. 엉뚱한데 돈 쓰지 않게 도와줄 도구를 꼭 만들고 싶었다.”


Q :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A : “초기 스타트업은 말 그대로 스타트(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회사다. 먹고 살 수 있는 자생적 성장기반이 만들어지기 전이란 얘기다. 투자 받아가면서 자생 기반을 만들 때까지 성장해야 하는데, 거기까지 가기가 정말 힘들다. 매일 피가 마르고 속이 타며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다."

기존 질서가 흔들릴 때 기회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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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앱에는 호텔, 항공권 예약 뿐만 아니라 각종 여행정보도 담겨있다. [사진 트리플앱 캡처]

Q : NHN 대표까지 지냈는데도 힘들었나.


A : “창업은 처음이지 않나. 물론 인터넷 초창기 작은 스타트업이었던 네이버가 거대 기업으로 커가는 과정을 경험하긴 했지만 트리플은 아예 맨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했기 때문에 종류가 다른 일이었다. 물론 경험치는 20~30대 창업자보다는 많지만, 그렇다고 내가 모든 걸 결정하고 끌어나갈 순 없었다. 나는 업계의 큰 흐름을 잡고 동료들이 그 흐름에 맞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역할에 주력했다.”


Q : 큰 흐름은 어떤 걸 얘기하나.


A : “나는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3차 산업혁명을 경험한 사람이다. IT·인터넷·디지털 등등이다. 그런데 불과 20여년 만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나왔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5세대(G) 통신 등의 기술적 진보로 인한 변화가 3차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얘기고 뭔가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생겼다는 의미다. 또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들이 사방팔방으로 파도치듯 나타났다 사라진단 뜻도 된다. 그런 큰 흐름 속에선 변화의 파고를 잘 타고 넘어야 한다.”

스타트업에 중요한 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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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 국내 사업 총괄 대표였던 2006년 당시의 최휘영 대표. [중앙포토]

Q : 현재 회사는 어떤 단계인가.


A : “네이버 초기에 일할 때만 해도 2019년 지금의 네이버가 돼 있을지는 아무도 몰랐다. 여기 트리플에서도 지금 그런 걸 느끼며 일하고 있다. 아직은 투자받은 돈으로 뭔가 테스트하고 시도하는 단계지만 앱이 나온 지 2년 반 정도 됐는데 550만 가입자를 모았고 매달 100만명이 쓰고 있다. 그들의 데이터가 쌓이면 좀 더 좋은 여행 일정을 추천해 줄 수 있고 거기서 새로운 기회가 계속 생길 것이라 본다.”


Q :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뭔가.


A : “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IT는 사람이 만들어 내는 부가가치다. 서로서로 견인해주고 밀어주고 그래서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게 IT 스타트업의 핵심이라 본다.”


Q : 많은 스타트업들이 규제로 어려워한다.


A : “우리도 데이터 관련 일을 하니 여러 규제 법안에 엮여 있다. 외국 기업들은 그런 면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더 유리하기도 하다. 그런데 스타트업에 있어서 규제는 숙명이다. 어쨌든 그동안 없던 일을 만드는 것이고 다른 일을 막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장치들이 제약이 되는 건 분명하다. 이럴 때 중요한 게 사회적 리더들이 목소리를 내서 도와주는 일이다.”

트리플 소개영상 [영상 트리플]

Q :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A : “50대에 창업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어느 정도 단계까지 가기도 힘들었는데 그 단계를 넘어서면 회사가 커지니 사회적 책임감이 커진다. 작아도 고민, 커도 고민인 셈이다. 그런데 난 창업의 목표가 성공적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 하는 건 아니었다. 성취감도 느끼고 사회에 기여도 하고 싶다. 사람마다 동기 부여 되는 게 다르니까. 앞으로도 회사를 건강하게 만들고 함께 성장해 직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선순환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그렇게만 된다면 가치 있고 뿌듯한 일이 될 거 같다.”


판교=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