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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일자리 대전환시대①

빨라지는 마트 구조조정,
3년간 일자리 800개 증발

by중앙일보

성장 정체 … 점포 팔아 투자금 확보

“오래 일할 자리 사라지는 게 문제”

중앙일보

대형마트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4인 가족의 생활 습관에 최적화된 할인점이 쇠락하면서 창고형 매장이나 1인 가구를 겨냥한 수퍼 형태 매장이 마트의 자리를 대신한다. 사진은 이마트 창고형 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 [사진 이마트]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18일 오후 5시를 기해 광주 상무점 영업을 18년 만에 종료했다. 정규직 직원 98명과 협력업체 직원 46명 등 144명이 일하고 있는 곳이었다. 지난해 들어서만 이마트의 세 번째 폐점이다. 폐점 이유는 영업 부진. 이마트는 앞서 경기도 고양시 덕이점을 비롯해 부산 지역 첫 대형마트였던 서부산점 등 2개 점포의 문도 닫았다. 이에 따라 최근 3년 동안 영업을 종료한 이마트 매장은 총 8곳으로 늘었다. 한 곳당 100여명으로 잡으면 단순 계산만으로 이 기간 800개 넘는 일자리가 소멸했다. 2016년 147개였던 점포 수(위탁 운영 매장 제외)는 139개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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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한 대형마트 국내 점포개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역 일자리 대량 공급처 역할을 해 온 대형마트가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온라인의 득세와 소비 형태 변화가 가장 큰 이유다. 대형마트가 선택한 돌파구는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이다. 매장 수를 줄여 운영비를 절감하고, 점포 건물을 매각해 자산을 유동화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출점은 생각하기도 어렵다. 가장 최근 새로 문을 연 이마트는 지난 2018년 11월 이마트 의왕점이 마지막이다. 2016년 6월 김해점 이후 이마트가 2년 만에 낸 점포다. 하루가 멀다고 새 점포 소식을 알렸던 2000년대 초반과 달리 한해에 점포 하나 내기가 어려워졌다.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창사 26년 만에 처음으로 16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3분기 실적은 개선됐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40.3% 급감했다. 이마트는 부진한 실적 극복을 위해 점포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로 문을 열기보다 있는 점포를 리뉴얼하거나 규모를 줄인다.


지난 2017년엔 이마트 장안점을 노브랜드 전문점(이마트 자체브랜드 제품을 주력으로 파는 소매점)으로 전환했다. 이마트는 점포 건물을 매각한 뒤 재임차해 운영하는 ‘세일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의 자산 유동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손님을 끌기 위해선 노후화한 매장을 단장하고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실적으로는 투자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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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영업을 종료한 경기도 용인 롯데마트 수지점. [중앙포토]

롯데마트도 실적이 악화한 점포를 정리하면서 지난해 6월 전주시 덕진점을, 지난해 11월엔 용인 수지점을 폐점했다. 동시에 롯데쇼핑이 보유한 오프라인 매장의 핵심 자산인 부동산을 활용한 자금 조달이 한창이다. 지난해 10월 말 상장된 롯데리츠(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해 1조원의 추가 자금을 확보한 것이다.


지난해 동김해점, 부천 중동점을 폐점한 홈플러스의 전체 점포 수도 2016년 142개에서 140개로 감소했다. 홈플러스 역시 롯데와 마찬가지로 리츠회사 상장에 도전해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채널 성장으로 인한 경쟁 심화, 정부 규제, 소비 부진이 겹치면서 대형마트들은 생존을 위한 전략 짜기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유한 땅과 건물을 매각하면서 일단 버티고는 있지만, 매장 하나가 줄수록 양질의 일자리 수 백개가 증발한다. 이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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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엇갈리는 영업이익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고되긴 하지만 대형마트 일자리는 그간 지속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양질의 일자리’로 여겨져 왔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는 폐업 등이 잦아 평균 3년만 일자리를 유지하지만, 대형 유통업체 일자리는 한 번 만들어지면 3년을 훌쩍 넘기는 일자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대형마트에서 경력단절 여성을 고용하면 5~10년 일할 수 있었는데 마트 수 감소로 이런 일자리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고 덧붙였다.


전영선·곽재민·문희철 기자 az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