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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일자리 대전환시대①

편의점 마저 ‘키오스크 쇼크’ 내 알바자리가 위험하다

by중앙일보

식당·극장도 ‘무인 키오스크’ 붐

2~3년 전 “불편하다”며 꺼렸지만

롯데리아 75% 맥도날드 66% 도입

“초보는 안 돼” “36세 이하만 뽑아”

편의점 알바 자리도 구하기 어려워


중앙일보 취재팀은 지난 5~6일 아르바이트 업체에서 올라와 있는 종로·강남·서대문 일대 편의점 10곳의 직원 공고를 보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잡을 수 있는지 알아봤다. 새벽이나 밤샘 근무와 같은 좋지 않은 조건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나마도 8곳에서 바로 거절을 당했다. “당장 투입할 인력이 필요한데 초보는 교육이 오래 걸린다”, “36세 이하만 뽑는다”는 이유였다. 두 곳은 “새벽에 근무해야 하는 환경이라 여성은 일하기 힘들 것”이라고 거절했다. 모집 공고에는 모두 '경력이 없어도 되고, 나이도 성별도 무관하다'고 돼 있었다. 하지만 막상 연락을 취하면 말은 달라졌다.


“이력서를 써서 오후 6시 전에 와보라”고 간신히 면접 기회를 잡은 곳은 서울 종로의 편의점 단 한곳. 토ㆍ일요일 주말 새벽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조건(시급 8590원)이었다. 이력서를 본 점주는 업무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오늘 공고를 낸 것이라 (이후에 올) 지원자를 더 살펴보고 주말에 결정해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이마저 다른 지원자와 경쟁해야 얻을 수 있는 자리였다. 점주는 “평일 갑자기 급할 때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는 언질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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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편의점 업계는 자판기 형태의 위성 편의점을 도입해 운영효율을 높이는 실험도 한다. 역시 관리자가 상주하지 않아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전영선 기자

편의점처럼 사람이 24시간 근무하는 오프라인 유통 업체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겐 일자리의 최전선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을 기점으로 한 편의점에서 두 명씩 근무하는 것은 사치가 됐다. 대신 셀프 계산대를 도입하고 무인 편의점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1월 현재 직원이 전혀 없는 무인 편의점은 소수지만, 일부 무인이거나 스마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편의점은 CU가 90개에 달한다. 이마트24는 67개, GS25는 24개, 세븐일레븐가 17개로 편의점 업계를 다 합치면 총 174개다.


편의점뿐 아니다. 키오스크 도입은 패스트푸드점·분식점·커피숍ㆍ극장 등 모든 소매 유통 업체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2~3년 전 처음 도입할 때만 해도 생소했고 불편하다는 지적도 많았지만, 확산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롯데리아 매장중 75%에 무인 키오스크

2015년부터 무인 계산대를 도입한 맥도날드는 전국 412개 점 중 270여개 매장에 무인 계산대 설치를 마쳤다. 전체 매장의 65.5%에 달한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다양한 고객 경험과 미래형 매장을 위해 도입한 것이라 인건비 절감은 거의 되지 않았다”면서도 “무인 계산대 설치 이후 고용인원 변화는 공개할 수 없는 자료”라고 말했다.


1350개 매장으로 보유한 롯데리아도 1012개 매장에 무인 주문 방식을 적용했다. 전체 중 75.0%에 달하는 수치다. KFC는 2017년 키오스크를 처음 도입한 뒤 1년 만에 특수 매장을 제외한 모든 일반 매장에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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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패스트푸드점 무인계산기 도입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일반식당에서도 무인 키오스크는 일반적인 추세가 됐다. 서울 강남역 인근 홍콩 누들 전문점 ‘남기분면’의 경우 사장 1명이 조리를 전담하고, 주문은 키오스크로 받는 1인 매장으로 운영 중이다. 매드포갈릭은 테이블마다 태블릿을 두고 주문을 직접 입력하게 한다.

무인키오스크 한달 빌리는데 20만원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 김경원(21) 씨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가뜩이나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어려운데 키오스크까지 가세하면서 그나마 있는 자리도 줄어들고 있다”면서 “친구가 일하던 카페에서 키오스크를 도입하면서 잘렸다. 키오스크 대여비가 월 20여만원 선인데 유지비가 거의 안 들어간다더라. 업주의 선택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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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편의점 개수. 그래픽=박경민 기자

통상 외식업계에서 사용하는 키오스크 기기 한 대 가격은 카드 전용 제품은 250만원, 현금ㆍ카드 겸용은 400만 원대다. 키오스크를 찾는 자영업자가 폭발적으로 늘자 최근엔 렌털 방식의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렌털의 경우 평균 보증금 50만~100만원에 월 이용료는 10만~20만원 수준이다.


소비 패턴이 언택트(비접촉), 소량 구매로 바뀌고 스마트 결제와의 연동도 편리해진 것도 무인 결제가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무인 시스템 도입이 늘면서 기존 근로자의 업무 강도가 강해지는 데다 고용 불안이 점차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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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당 평균 고용인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구인ㆍ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해 전국 회원 2010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키오스크 도입 확대가 아르바이트 일자리에 영향이 있을지"를 묻자 응답자의 66.9%가 "있다"고 답했다. "키오스크 확대가 아르바이트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묻자 "일자리가 줄어든다"라는 응답이 93.3%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길거리 매장 아예 없애는 브랜드도

아예 길거리 매장을 없애는 업체도 등장했다. 잇츠한불이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 잇츠스킨은 지난해 초 오프라인 매장을 거의 다 정리하고 온라인 판매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2018년 말 214개이던 매장은 현재 72개만 남았다. 가맹점과 대형마트 입점 매장을 없앴고, 직영점 중에서도 수익성이 좋지 않은 곳을 정리했다. 잇츠한불 관계자는 “앞으로 면세점과 직영점만 남기면서 올 상반기 중 50여개로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1년 사이 평균 2명씩 일하던 매장 142개가 사라지면서 300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대부분 파견업체 소속 판매직이 일하던 곳이다.


아모레퍼시픽의 로드숍도 줄어드는 추세다. 2018년 말 1268개였던 아리따움은 지난해 3분기 1200개로 68개가 사라졌다. 이니스프리도 806개에서 800개로 축소됐다.


중앙일보가 한국경제연구원에 의뢰해 조사한 상장사 유통업체 고용 현황에 따르면, 2016년 9만6178명이던 유통업 상장사 종업원 수는 지난해 9만3654명으로 2.7%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금융을 제외한 전체 상장기업 종업원 수가 114만2587명에서 114만5356명으로 소폭이나마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영선·곽재민·문희철 기자 az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