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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감정 덜어내고, 생각 단순하게…법륜 스님의 고민퇴치법

by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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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탑을 잘 쌓으려면 마음을 담되 욕심을 버려야 한다. [사진 Unsplash]

“괜찮아요. 산다는 게 별거 아니에요. 새해에는 좀 더 가볍게 받아들이고 긴장하지 말고 행복하게 사세요. 잘한다, 열심히 한다, 애쓴다, 이러지 말고 하던 대로 하세요. 잠시 쉬어 가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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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 좋다' 법륜스님. [사진 정토출판]

설 연휴 TV 채널을 돌리다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방청석의 질문을 즉석에서 듣고 답하는 기존 법륜 스님의 강연을 방송으로 기획한 듯했다. 스님의 강연에 대해서는 친구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아이 문제와 집안의 대소사로 힘들어했던 친구는 법륜 스님의 강연을 유튜브로 들으며 매일 아침을 시작했고, 그 시간이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다시 챙기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너도 꼭 한 번 들어보라’는 친구의 권유가 생각나 리모컨을 잠시 멈췄다. 참가자들의 다양한 사연과 유려한 속도로 말을 건네는 스님의 모습에 한참을 감탄하다 보니 한 시간 가까이 꼼짝 않고 TV 앞에 있었던 것 같다.


남편과의 불화, 아이에 대한 걱정, 버겁기만 한 사회생활 등 누구나 한 가지는 가지고 있을 법한 고민. 이에 대한 스님의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문제의 본질과 해결 방법을 ‘나’로부터 찾아보자는 것이다.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보면 지금과는 다른 답을 찾을 수 있으며 그러면 현재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면서 2년 동안 제대로 남편과 대화를 나누지 않고 있다는 여성에게는 “남편의 가치를 제대로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라, 바꾸려고만 하지 말고 일단은 그냥 바라봐라, 더 포용하고 들어주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대입에 실패한 학생에게는 “내 실력보다 높은 곳을 넣어 떨어진 것이다, 한 해 더 준비한다고 했으니 올해에는 가고 싶은 곳에 맞는 실력을 키우든지, 실력에 맞는 곳으로 바꿔 지원하라, 그렇게 생각해야 버틸 수 있다”는 말을 전한다.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저기가 아닌 여기, 남이 아닌 나에게 깨어 있는 것이 자유로워지는 길이다.” (법륜 스님의 책 『지금 이대로 좋다』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방식, 그 안에서 나를 인식하는 방법을 바꿔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 이것이 스님이 전하는 이야기의 핵심인 듯했다. 그제야 즉시 답을 전한다는 ‘즉답’이 아니라, 다른 식으로 생각할 수 있게 말을 건네는 ‘즉설’이란 프로그램 이름이 이해가 갔다. 결국 답은 본인이 찾아야 하고, 스님은 생각의 길을 조금 다르게 틀어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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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 연꽃은 진흙탕에 자라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존귀한 존재로, 자신의 처지가 힘들어도 곧게 살아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진 Unsplash]

늘 자신을 힘들게 만들었던 고민을 다른 식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폭이 넓어질 수 있고, 답을 찾을 수 있는 기운을 얻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물론 구조적으로 변화가 필요한 사회적 상황이나 실제적인 치료나 해결법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이런 변화의 마음을 가진 이후 대책을 찾아 나서는 게 맞지만 말이다.


고민 안에 머물러서는 고민을 바라볼 수도, 해결할 수도 없다. 그 밖으로 나와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작년 여름 ‘우먼센스’에 실린 혜민 스님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아무리 행복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누구든지 괴로운 일이 있다며 “이 세상 모든 사람은 지옥이 한 칸이다”라는 말을 꺼낸 스님은 “감정은 감정일 뿐 감정과 나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도움된다”고 강조했다. 당시 ‘코끼리’라는 명상 앱을 시작한 스님은 그런 마음을 갖기 위해 명상이 필요하다고 전하며 “신경 쓸 것이 많다는, 고요함과는 거리가 먼 생각을 해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런 날엔 ‘아, 내가 신경 쓸 것이 많다고 느껴서 힘들구나’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 감정을 정리하려고 하면 더 복잡해질 거예요. 고요해지는 것이 명상의 목적이 아니에요. 내 몸이 무엇을 원하는지 듣는 것이 목적이죠. 우리는 꽤 자주 내가 아닌 타인의 욕망을 나의 것이라고 착각하거든요. 대표적인 예가 엄마들이 아이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아이에게 시키는 거예요. 여기서 벗어나는 방법은 간단해요. 내 인생을 재미있게 살면 돼요. 우리 주변엔 하루에 5분도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갖지 않는 사람이 많거든요.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늘리면서 즐겁게 살다 보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컨트롤하려고 들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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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행복하라' 법정스님(좌), '혜민 스님의 따뜻한 응원' 혜민스님(우). [사진 샘터, 수오서재]

지금을 인정하라, 단순하게 생각하라, 감정을 덜어내라, 그렇게 본질을 찾아내라. 어쩌면 이 과정이 스님들 말씀의 본질일 수 있겠다. 마침 지난달 법정 스님 열반 10주기를 맞아 스님의 글을 모은 『스스로 행복하라』가 출간되었다. 과연 스님들이 통찰력으로 전하는 위로가 필요한 때이다.


“우리는 가진 것만큼 행복한가?”, “누가 내 삶을 만들어 줄 것인가. 오로지 내가 내 인생을 한 층 한 층 쌓아 갈 뿐이다.” 나도 법정 스님의 화두를 생각해보며 책을 펼쳐 봐야겠다.


우먼센스 편집국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