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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4만원에 판다던데 왜 7만원?" 노량진 킹크랩 가격의 진실

by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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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킹크랩을 킬로그램(kg)당 4만원에 판다고 해서 왔는데….”


10일 오전 7시. 아침 일찍 친구들과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한 박아영(26)씨는 킹크랩 시세를 듣고 아연실색했다. 킬로그램(kg)당 4만원이라던 킹크랩 시세가 7만원까지 올라서다. 박씨는 “지금 물어본 곳이 4번째 집이다. 알려진 것과 달리 막상 여기선 비싼 가격을 부르니 호갱(호구+고객의 줄임말)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손님들이 발걸음을 돌리자 상인들도 답답한 가슴을 쳤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해온 한 상인은 “킹크랩 시세를 듣고 몰려든 사람들이 가격을 올렸다며 뭐라 한다. 장사 잇속만 챙긴다며 몰아가는데 우리도 속이 탄다. 정말 가격이 내려갔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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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갈 물량 들어와 가격 일시적 하락


손님과 상인 모두 분통을 터뜨리는 킹크랩 가격의 배경은 이렇다.


앞서 지난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영향으로 킹크랩 가격이 폭락했다는 정보가 돌았다. 소문만은 아니었다.


실제 중국으로 가야 하는 러시아산 킹크랩 물량이 신종코로나로 인해 출하가 막히자 한국으로 대거 쏟아져 들어오면서 가격이 떨어졌다. 중도매업을 하는 서용(32)씨는 “중국에 가야 할 물량이 한국으로 들어와 기존보다 400~500t 정도 늘었다”고 했다.


이에 kg당 5만~6만원 정도였던 킹크랩 경매 낙찰 평균 단가가 4일에는 3만7800원, 5일엔 3만3100원까지 떨어졌다. 다만 도매업자들은 신종코로나의 영향만으로는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보통 중국의 춘절과 한국의 설 연휴가 지나면 킹크랩 가격이 4만원대 후반에서 5만원대까지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설 연휴가 끝난 2월12일과 13일 경매 단가가 각각 4만9600원, 4만2400원으로 떨어졌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15년 넘게 일한 경매사 김모씨는 “일부 보도에서 우한 폐렴 때문에 '폭락'했다고 하는 건 맞지 않다. 명절 때 수요가 많으니까 가격이 올랐는데 그때 가격보다 떨어지던 중에 중국으로 갈 물량이 들어와 조금 더 하락한 것”이라고 했다.



소문엔 kg당 4만원…시장에선 더 높게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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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본격적인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인터넷에서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몰리자 갑자기 수요가 증가해 킹크랩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손님이 본격적으로 몰린 7일과 8일 노량진 수산시장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경매 가격은 각각 5만100원, 6만400원으로 다시 뛰었다. 김씨는 “소비자는 폭락했다는 기사를 보고 오는데 그분들이 올 때는 이미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른 다음에 오는 것”이라면서 “소비자들은 속았단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어 문제가 된다”고 했다.


상인들은 폭주하는 가격을 보면서도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경우 유통업자와 소매 상인이 직접 거래하는 것이 아닌 중개인을 껴 ‘경매’를 통해서만 소매 시장으로 물량이 풀리기 때문에 수요가 많은 만큼 가격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어서다.


이날도 새벽 4시쯤 경매장에 들어온 킹크랩 물량은 6t에 달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도매업자 A씨는 “손님이 없는 월요일인 것을 고려하면 역대급 물량이다. 보통 하루 2~3t 정도가 풀리는데 근 5년간 이 정도 물량을 처음 본 거 같다”고 했다. 하지만 늘어난 수요만큼 경쟁은 거셌고 이날 평균 낙찰 가격은 5만600원을 기록하며 끝났다. 소매에서는 6만~7만원 정도에 거래됐다. 이에 한 상인은 경매장으로 가는 한 도매업자에게 “가격이 왜 안 떨어지냐. 경매 가격 올려버리면 안 돼!”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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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부 노량진 상인들은 이번 사태로 한숨을 돌리는 모양새다. 우한 폐렴 발생 이후 소비자의 70%였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끊겨 발을 동동 굴렀는데 킹크랩 가격 인하로 국내 소비가 늘면서 손해를 줄였기 때문이다.


다만 A씨는 “다시 지난주처럼 킹크랩 가격이 내려갈 확률은 사실 제로에 가깝다. 당초 러시아 어선들이 우한 폐렴으로 중국 출하가 막힐 걸 생각하지 못하고 조업을 했던 거라 이제는 물량 조절을 시작해 가격 하락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수요와 공급이 조절돼 가격이 안정적으로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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