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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원작은 비서와 바람난 男대선주자…라미란 캐스팅, 한국적 각색했죠"

by중앙일보

12일 개봉 코미디 영화 '정직한 후보'

뮤지컬 감독 장유정 세 번째 영화

코로나19 속 입소문으로 흥행 1위

"라미란 캐스팅 위해 원작 성별 바꿔,

한국적 현실 맞게 각색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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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직한 후보'의 장유정 감독을 11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NEW]

“라미란 배우가 진짜 생각지도 못한 코미디 호흡을 써요. 그러면서도 인간미, 성숙한 면이 있죠. 원래 남자 국회의원이었는데 캐릭터를 만들다 보니 라미란이 아니면 어렵겠다. 그렇게 주인공 성별이 바뀌었죠.”

12일 개봉한 영화 ‘정직한 후보’로 개봉 전날 만난 장유정(44) 감독의 말이다. 영화는 정치인과 거짓말의 상관관계를 코믹하게 그린 풍자극. 거짓말을 밥 먹듯 하던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은 4선 선거유세 중 갑자기 거짓말을 못 하게 된다.

코로나19 속 입소문 흥행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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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개봉한 '정직한 영화'는 4선에 도전한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이 갑자기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며 벌어지는 코미디다. [사진 NEW]

‘김종욱찾기’ ‘형제는 용감했다’ 등 자신의 창작 뮤지컬 히트작을 직접 스크린에 옮긴 장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세 번째 영화다. 지난해 영화 ‘내안의 그놈’ ‘걸캅스’ 등 코미디 감각에 물오른 라미란과 그가 기존 남성 위주 정치물에 없던 신선한 웃음을 터뜨린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재밌다는 입소문이 나며 개봉 나흘째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장 감독은 이번에 처음 만난 라미란에 대해 “코미디는 말할 것도 없고 현장에서 울리기도 했다”며 “영화 말미 환하게 찍던 장면에서 라미란이 딱 앉아서 할머니(나문희)를 부르는 순간 내가 울었다. ‘할머니’ 하고 부르는 목소리에 여러 회한, 후회, 죄송스러움, 밝으려는 노력까지 다 녹아들어 있었다”고 감탄했다.

10분만에 연출 결정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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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 주상숙(라미란)이 거짓말을 못 하게 된 것은 할머니(나문희, 사진)의 기도 때문. 원작 브라질 영화에선 할머니가 소원을 빈 후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그려진다. [사진 NEW]

원작은 2014년 브라질 동명 영화(원제 ‘O CandidatoHonesto’). 브라질 정치 현실을 시원하게 꼬집어 그해 자국 흥행 1위에 올랐다. 장 감독은 “시사성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 코미디를 고사하던 차”에 이 원작에 관해 듣게 됐다. 전작 ‘부라더’(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의 영화판)에 이어 이번 영화도 공동 제작한 수필름‧홍필름에서다.

“‘부라더’ 코멘터리 녹음 날 원작 얘길 들었어요. 정치‧언론에 관해 노골적이고 분노 자아내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우회적인 풍자도 재밌겠다, 싶어 10분 만에 연출하기로 결정했죠.”

원작은 마약팔고 바람피는 男대선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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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4선에 도전한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의 남편과 유학파 외아들. 라미란은 2017년 영화 '특별시민'에서 서울시장 후보 역을 맡았을 때도 해외파 아들이 선거유세에 뛰어들었다. [사진 NEW]

원작에서 그대로 가져온 건 거짓말을 일삼던 부패 정치인이 할머니의 기도로 거짓말을 못 하게 되는 설정이다. 그는 “한국 실정에 맞게 많은 각색이 필요했다”고 했다. “희극은 문화‧사회적 코드를 이해해야 웃을 수 있다. 셰익스피어도 희극보다 비극이 더 많이 남아있는 게 그런 이유”라며 “시공간의 특징을 잘 살려야 코미디가 효과적으로 제빛을 발하리라 생각했다”고 했다.


Q : 브라질 영화와 무엇이 바뀌었나.


A : “원작엔 슬랩스틱 코미디가 많았다. 또 주인공이 여비서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옛날에 마약을 팔았다고 나온다. 브라질에선 코미디로 지나칠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나라에선 용서받기 힘들다. 대중영화 주인공으론 지나친 악행이다. 원작에서 뒷돈을 받는 설정은 오히려 한국 정치물에선 너무 흔한 상황이라 후보들이 불법 정보를 주고받는 설정 등으로 바꿨다.”


Q : 주인공이 남성에서 여성이 되며 달라진 점은.


A : “남편, 아들, 시댁이 생겼다. ‘여성 정치인’이라 의식하진 않았지만 여성이기에 있을 법한 디테일을 찾아냈다. 주상숙 머리는 가발 할 때 힐러리 클린턴 스타일로 해달라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정치인들이 진짜 그런 스타일을 많이 하더라. 일종의 빤해진다, 전형적으로 변해가는 것의 상징이었다. 주상숙도 처음엔 진심이었다. 권력은 사람을 금방 변질시킨다.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직접 가본 유세현장 "축제 같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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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주상숙(라미란)의 정당색인 보라색은 오는 4월 21 대 국회의원선거에 참여하는 10개 원내정당의 현재 색상을 뺀 나머지 중 배우와 잘 어울리는 것으로 골랐다. [사진 NEW]

주상숙은 ‘진실의 입’을 갖게 된 후 유세현장, 시어머니 앞 할 것 없이 솔직 발언을 마구 투척한다. 극 중 그의 위기를 호재로 탈바꿈시키는 선거 유세 묘사도 절묘하다.


장 감독이 실제 보궐선거 기간 발로 뛰며 밀착 취재했다. 당시 유세현장이 그에겐 “마치 축제 같았”단다. 선거관리위원회‧국회의원‧정치부 기자 등 정계 전문가에 자문을 구하고 인터뷰한 데 더해 제작부 내에 ‘팩트체크’팀을 따로 두고 리얼리티를 챙겼다. 주상숙의 보좌관 역 배우 김무열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전 실제 오랫동안 보좌관으로 일한 것이 이번 영화 선택에 큰 이유가 됐다.

정치인 가벼운 사과 꼬집는 이 장면

가장 공들여 찍은 장면은 주상숙이 자신의 과오로 고통받은 피해자와 마주하는 순간. 장 감독은 “정치인들이 지지율 떨어지거나 실수할 때 기자들을 모아놓고 유감을 많이 표명하는데 어떤 위정자는 ‘이 정도면 됐나’ 이런 말까지 방송에 담겨 공분을 사잖냐”며 그런 만큼 “주상숙이 피해자를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 고통을 통감하고 진정 고개 숙여 사과하는 장면을 짧게라도 진지하게 찍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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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에서 코미디에 몸 던진 연기 변신을 보여준 김무열. 극 중 주상숙의 보좌관 역을 맡은 그는 실제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전 보좌관 일에 몸담았다. [사진 NEW]

다만, 개봉 시기가 총선 두 달여 앞으로 잡힌 것은 우연이라 했다. 오히려 정직이란 가치를 되새기고 싶었다고 했다.

잃을 것 많아지면 정직 미덕 잊죠

“잃을 것, 지켜야 할 것이 많아지면 장벽을 치고 방어적이 되고 정직의 가치를 잃잖아요.”

이렇게 말한 그는 “한국은 어릴 적부터 가훈‧급훈에 ‘정직하라, 거짓말하지 말라’고 정말 많이 가르친다. 인도 여행 가서 깜짝 놀란 게 인도 사람들은 거짓말해도 화내지 말라고 가르친다. 가치관이 다르다”면서 “한국은 정직이 미덕이라지만, 나이 들면 기분 좋아지라고 하는 가벼운 거짓말, 조금 과장하거나 편집하는 말들을 평범한 사람도 많이 한다. 사라져가는 정직의 가치를 너무 무겁지 않게 생각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가 뮤지컬을 원작으로 삼지 않은 첫 영화다. 장 감독은 “좀 더 영화적 고민을 많이 할 기회였다”면서 무대와 영화의 매력을 “무대는 전체를 다 본다면, 영화는 만들어진 앵글에서 보이는 것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라 꼽았다.

영화 10년째 무대 꼬리표 "외롭다"

영화 데뷔작 ‘김종욱찾기’ 이후 10년이 흐른 지금까지 ‘무대 출신’이란 꼬리표가 붙는 데 대해선 “솔직히 굉장히 외롭다”고 털어놨다.

“어쩌면 영원히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해요. 무대는 일하고 싶을 때 언제든 일할 수 있었지만, 여기(영화)는 아직 제 그릇이 부족하기 때문에 녹록한 게 없고 뭔가 지속해서 증명해야 하고요. 피로감, 허탈감 마음속에 여러 고락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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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마동석(가운데) 주연한 장유정 감독의 두 번째 영화 '부라더'. 장 감독의 창작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가 원작인 코미디다. 149만 관객을 모으며 손익분기점을 넘어 흥행에 성공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원래 공연만큼 영화도 좋아했다. 2003년부터 영화사에 들어가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 준비도 했는데 잘 안 됐다. 공연에서 두각을 더 빨리 나타냈고, 큰돈은 아니어도 생활비를 벌 수 있었다”면서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잘 모르니 ‘이동한 사람’이 됐다. 복잡한 얘기”라 했다.

“제 상태에 만족해요. 공연계에서 제 작품이 아직 올라가고 있는 게 감사하고 영화 기회도 주어졌으니까요.”

평창동계올림픽 때 '이것' 두려움 덜어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땐 공연에는 없는 카메라 이동을 잘해낼 수 있을까 무섭기도 했단다. 이런 두려움을 덜어낸 게 2년 전 평창동계올림픽 때다. 개‧폐회식 부감독을 맡아 2년 반을 일하며 최신기술 방송 카메라 약 70대가 동원된 리허설만 한 달 넘게 했다. “한꺼번에 카메라 수십 대가 돌아다니니까 점점 두려움을 내려놓게 됐다”면서 “아침마다 (콘티가) 뒤집힌 데다, 실전에선 바로바로 생방송을 하니까 한 번에 볼 수 있는 시야도 확장됐다”고 돌이켰다.

“영화감독 그 이상 인간 장유정으로서, 예술가, 협상가로서 대단한 분들과 큰 경험을 했죠. 영화 촬영 도중에 카메라 움직임을 바꾸는 게 조심스러웠는데 올림픽 겪어보니 설명도 명쾌하게 할 수 있고 확신도 들고 추진력을 갖게 됐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