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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애 직접 돌보려 차린 회사···365일 재택근무로 150억 대박

by중앙일보

매출 150억 스타트업 코니바이에린

티몬 출신 부부가 세운 '아기띠' 회사

자유로운 근무 시간·장소 보장해줘

매달 정하는 업무 목표만 채우면 돼

중앙일보

코니바이에린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들은 원격 근무를 한다. 사진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일하는 이 회사 직원과 자녀의 모습. [코니바이에린]

여기 회사 전 직원이 연중 상시 원격 혹은 재택근무를 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직원들은 그곳이 어디든지간에 원하는 곳에서 일하면 된다. 회사 대표도 집에서 아이를 키우며 일한다. 한국 말고 호주·일본·미국에서 일하는 직원도 있다. 근무 시간이 자유로운 대신 자신이 정한 월간 목표만 채우면 된다. 다 같이 의논해야 하는 회의가 있다면 화상회의로 참여한다.


스타트업 코니바이에린 얘기다. 한국 회사가 맞나 싶을 정도다. 이렇게 일하는 회사가 만든 제품은 아기를 안을 때 사용하는 아기띠. 코니아기띠와 코니바이에린의 특이한 근무 방식은 부부 공동창업자인 임이랑 대표와 김동현 이사가 육아를 하면서 구상해낸 것들이다.


온라인 커머스 티몬 출신인 두 사람은 "아기를 좀 더 편하게 그리고 오랫동안 안을 수 있는 아기띠를 직접 만들어보자"며 사업을 시작했다. 직접 동대문 원단 시장에서 천을 떼다가 아기띠를 제작했다. 본격적인 사업을 하려니 걸리는 것은 큰 아들 지용이었다.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고 싶었다. 두 사람은 사무실 출근이 필요 없는 회사를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6일 임 대표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지난달 둘째를 출산한 임 대표는 산후조리원에서 원격 근무를 하고 있었다.


"태어난 지 4~5개월 된 내 아이를 계속 보면서 일하고 싶었어요. 친정이나 시부모님께 육아를 전적으로 부탁하고 싶지는 않았고요. 결국 안방에서 가장 먼 방을 사무실로 삼았죠. 아직 사무실이 따로 필요하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아이도 저와 남편이 방에서 일하면 '엄마, 아빠가 일하는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출근을 위한 준비 시간과 이동 시간이 없어진 것도 장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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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니바이에린 임이랑 대표가 자사 제품 '코니아기띠'를 매고 아이와 함께 사진을 찍은 모습. [코니바이에린]

임 대표는 자신처럼 '일은 하고 싶지만, 아이도 직접 키우고 싶은' 엄마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할 수만 있다면 능력있는 사람이 지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1년 365일 원격 근무'를 내세웠다. 호주에 사는 디자이너, 잘나가던 게임 회사에 다니다 육아 때문에 전업주부가 된 전직 워킹맘이 차례대로 합류했다. 현재 코니바이에린에 다니는 직원 16명 중 자녀가 있는 사람이 12명이다. 아이가 없더라도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바라는 사람들이 계속 지원하고 있다.


코니바이에린은 슬랙, 드롭박스, 구글 행아웃 등 다양한 업무 협업 툴을 사용한다. 자신이 가장 편한 방식으로 회사 안팎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 된다. 회사 바깥 사람들과도 대면 회의보단 화상회의를 택하는 편이다. 화상 회의가 가능한 링크를 보내준다. 임 대표는 "처음 화상회의를 해본 상대방이 처음엔 당황하다가 30분만 써보면 다들 만족한다"고 말했다.


국내 스타트업과 정보기술(IT) 기업 중에도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하는 회사들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하루 혹은 일주일에 채워야 하는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다. 코니바이에린은 근무 시간 대신 매달 업무 목표를 세우고 이를 제대로 달성하는지를 점검한다.


"매달 1일 슬랙에 월간 목표를 올리고, 2~3일은 지난달 성과를 리뷰하고 목표량을 점검합니다. 직원들은 모두 각자 자기 분야를 완전히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다른 직원과 중첩되는 업무가 없거든요. 슬랙에 올리는 업무 내용만 봐도 일에 대한 고민의 깊이가 다 드러나요. 굳이 근무 시간을 컨트롤할 필요는 없습니다."


코니바이에린은 좋은 상품 품질이 입소문 나면서 유명한 '육아템'이 됐다. 아기띠를 써본 사람들은 "어깨가 아프지 않아 아기띠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라고 말한다. 인스타그램 등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창업 첫해 4800개이던 판매량이 2018년엔 8만7000개, 지난해에는 21만9000개로 급증했다. 임 대표는 "거창한 꿈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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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나운서 요시다 아키요가 코니아기띠를 하고 찍은 사진. 코니아기띠는 소셜미디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일본, 미국 등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코니바이에린]

해외 매출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매출 150억원 중 80%가 해외에서 나왔다. 일본이 전체 매출의 63%, 영미권이 17%를 차지한다. 임 대표는 "일본 사람들은 좋은 품질에 대한 기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일본에서 성과가 좋으면 진짜 좋은 제품이라고 인정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임 대표와 김 이사가 직접 아기띠를 매는 동영상은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김 이사는 "아기띠는 육아용품이기에 앞서 안전 제품"이라고 말한다. 아기의 안전과 직결되는 물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베트남·중국 등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비용은 절감할 수 있겠지만, 안전 관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서울에서 100% 생산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코니바이에린은 다른 쇼핑몰이 아닌 자사 쇼핑몰에서 직접 제품을 판매한다. 이를 D2C(Direct-to-Consumer·소비자직판) 사업 모델이라고 한다. 수수료 등을 아껴서 비용 절감을 할 수 있고, 소비자들과 좀 더 밀접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김 이사는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구매 후기가 슬랙으로 자동 업데이트되고 알람이 온다"며 "지금 인터뷰 중에도 미국에서 구매한 손님의 후기가 올라왔다"고 했다. 임 대표는 "아기띠 외에도 스마트하면서도 품질 좋은 육아 제품을 더 다양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