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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아빠재킷 VS 엄마재킷,
올봄엔 뭘 입을까

by중앙일보

모래시계처럼, 허리 잘록한 재킷 유행

입체감·볼륨감 살려 멋스러움 강조

일자 라인 오버사이즈 재킷도 여전히 인기


두꺼운 코트를 벗고 가벼운 재킷을 입을 때다. 올봄에는 어떤 디자인의 재킷이 유행일까. 한동안 '아빠 재킷'처럼 넉넉한 품의 일자 실루엣이 대세였다면 올봄에는 허리를 조인 날렵한 실루엣의 '엄마 재킷'도 주목받고 있다.

어깨는 크게, 허리는 쏙…'엄마 재킷'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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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조인 모래시계 실루엣의 엄마 재킷이냐, 넉넉하게 온 몸을 감싸는 아빠 재킷이냐. 올봄 아우터 트렌드를 정리했다. 왼쪽은 알투자라 2020 봄여름 컬렉션, 오른쪽은 마르니 2020 봄여름 컬렉션. 사진 각 브랜드

창문에 비친 그림자를 ‘실루엣(silhouette)’이라고 한다. 패션에서 실루엣은 의복의 전체적인 모양을 말한다. 시대에 따라 패션사엔 다양한 실루엣의 의상이 등장했지만 기본 실루엣은 총 5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모래시계(Hourglass) 실루엣도 그 중 하나다. 허리를 가늘게 만들어 어깨와 엉덩이를 강조한 실루엣으로 여성 몸매의 곡선을 강조한다. 코르셋을 생각하면 쉽다. 허리를 조여 과장된 곡선을 만드는 것이 핵심. 그외 4가지 기본 실루엣에는 스커트의 뒷자락을 부풀린 S자, 일자로 떨어지는 튜블라(tublar), 어깨를 강조한 역삼각형, 밑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A라인 실루엣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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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라인에 코르셋을 연상시키는 시스루 디자인을 더한 뮈글러 2020 봄여름 컬렉션. 사진 뮈글러

1960년대 디자이너 크리스찬 디올이 잘록한 허리가 강조된 모래시계 실루엣의 ‘뉴룩(new look)’을 처음 창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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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크리스찬 디올이 창조한 '뉴룩' 실루엣. 잘록한 허리를 강조했다.

2020년에 소환된 모래시계 실루엣은 주로 재킷에 적용됐다. 보통은 원피스나 드레스에 적용돼 여성성을 극대화했지만, 이번엔 재킷이라는 남성적인 패션 아이템에 적용된 것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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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 재킷을 거리 패션 분위기와 결합시켜 독특한 디자인으로 선보인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 발렌시아가 2018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 발렌시아가

모래시계 실루엣의 재킷은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가 ‘발렌시아가’ 2018 가을·겨울 컬렉션을 발표하면서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바로 전 시즌까지만 해도 커다란 어깨에 온몸을 감싸는 오버사이즈 재킷을 선보였던 디자이너였기에 시각적 신선함이 더 컸다. 물론 거리 패션과 오버사이즈에 특화된 디자이너답게 재킷의 허리는 잘록하지만, 어깨는 크고 재킷 하단 부분은 품이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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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어깨에 잘록한 허리, 긴 기장 등 현대적인 모래시계 재킷을 선보인 뮈글러 2019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 뮈글러

이후 다양한 브랜드에서 모래시계 실루엣의 재킷이 등장했다. 2019년에는 섹시한 절개와 실루엣을 선보이는 패션 하우스 ‘뮈글러’의 가을·겨울 컬렉션에, 2020년에는 ‘더 로우’ ‘알투자라’ ‘드리스 반 노튼’ ‘푸시 버튼’ ‘카이’ 등의 봄·여름 컬렉션에 대거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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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라인을 강조한 더 로우 2020 봄여름 컬렉션, 페블럼(하단의 주름 장식) 디자인으로 잘록한 허리 라인을 만든 푸시 버튼 2020 봄여름 컬렉션. 사진 각 브랜드

치밀한 재단으로 볼륨감‧입체감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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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가 부풀다보니 상대적으로 허리가 가늘어보이는 효과가 나타난다. 베르사체 2020 봄여름 컬렉션. 사진 베르사체

모래시계 실루엣의 인기는 치밀한 재단(테일러링)과도 연결된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캐주얼이 유행하던 때에는 청바지나 티셔츠 차림에 오버사이즈 재킷을 걸쳐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냈다면, 지금은 몸에 잘 맞게 재단된 재킷으로 멋스러움을 표현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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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잘 맞게 재단된 재킷의 선호도가 높아졌다. 구호 2020 봄여름 컬렉션의 재킷과 스커트 스타일링. 사진 삼성물산

실제로 모래시계 실루엣의 재킷은 재단을 강조한 클래식 슈트의 두 가지 요소인 더블 브레스트(double-peast)와 피크트 라펠(peaked lapel)을 갖춘 경우가 많다. 더블 브레스트는 옷섶을 많이 겹쳐 단추를 두 줄로 단 외투다. 피크트 라벨은 양복 깃(라펠)의 끝이 위로 뾰족하게 올라간 형태다. 당당함·화려함을 보여주는 요소들로 주로 남성 재킷에 적용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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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버튼과 뾰족한 칼라 깃으로 클래식 슈트의 특징을 반영하면서도 허리 라인을 강조한 드리스 반 노튼 2020 봄여름 컬렉션. 사진 드리스 반 노튼

아빠 재킷은 여전히 대세…벨트로 맵시 살려

복고 무드 덕분에 '아빠 재킷', 즉 넉넉한 품과 핏을 자랑하는 오버사이즈 재킷의 인기는 여전하다. 온라인 여성 패션 플랫폼 우신사의 슈트·블레이저·재킷의 월간 랭킹 1·2위가 모두 오버사이즈의 검정 재킷이다. 20대 여성이 많이 찾는 W컨셉에서도 2월 기준 재킷 판매 1위 제품은 재단이 강조된 넉넉한 오버사이즈 재킷이다. 단, 일자 라인의 아빠 재킷에도 어깨와 허리를 강조하는 변화가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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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된 스타일의 오버사이즈 재킷은 올봄에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모한 노치드 카라 블레이저. 사진 W컨셉

W컨셉 마케팅 본부 김효선 이사는 “올봄 현대적인 감성의 단순한 재킷 디자인이 다양하게 출시됐는데 허리 라인이 들어가거나 기장이 짧아지는 등 조금씩 변화가 느껴진다”고 했다. 최선아 우신사 MD는 “총장이 길고 품이 넉넉해 마치 아빠 옷을 입은 듯한 오버사이즈 재킷은 여전히 강세지만, 체크 무늬, 소매 볼륨감을 강조한 디자인, 가죽·트위드 등 다양한 소재로 변주를 더한 제품들도 눈에 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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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넉넉한 사이즈의 오버사이즈 재킷이 한층 다양해진 패턴과 소재로 변신하고 있다. 사진 무신사

기존에 유행했던 오버사이즈 재킷이 단순하고 평면적인 디자인을 선호했다면, 최근엔 어깨 부분을 강조하고 벨트를 더하는 등 입체적인 느낌을 주는 제품들이 많이 등장한 것이 특징이다.


서수경 패션 스타일리스트는 “옛날 오버사이즈 재킷은 어깨가 축 늘어지는 형태가 많았는데, 요즘은 어깨 패드로 각을 잡은 재킷이 많다”고 했다. 럭키슈에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장정애 이사도 “올봄엔 기본 슈트를 변형한 디자인이 많이 보이는데 특히 어깨가 강조된 디자인이 사랑받고 있다”며 “어깨가 강조되면 자칫 딱딱해 보이고 실루엣도 커보일 수 있어서 허리 벨트를 묶을 수 있도록 디자인된 제품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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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오버사이즈 재킷에 벨트를 더하거나 어깨를 강조해 변형시킨 디자인을 선보인 LF 앳코너 2020 봄여름 컬렉션. 사진 LF 패션

황금남패션 스타일리스트도 어깨를 강조한 아빠 양복에 한 표를 던졌다. 황 실장은 “허리에 벨트를 묶거나 허리 부분에 다트(천에 주름을 잡아 꿰맨 것)를 넣어 포인트를 주는 것이 요즘의 재킷 트렌드”라고 했다.

엄마 재킷에는 풀 스커트, 아빠 재킷에는 버뮤다 팬츠

곡선을 강조한 엄마 재킷은 종아리 정도까지 떨어지는 길이의 스커트와 매치했을 때 가장 멋지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허리가 잘록하고 어깨를 강조한 재킷에는 단정한 팬츠보다는 밑단이 넓게 퍼지는 플레어 팬츠 또는 밑단을 비스듬하게 재단한 플리츠 스커트를 더하면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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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 특유의 라인이 살아있는 바(BAR) 재킷에 긴 기장의 시스루 스커트를 매치했다. 2020 봄여름 컬렉션. 사진 디올

넉넉한 실루엣의 아빠 재킷에는 다리 통이 넓은 와이드 팬츠를 매치하는 것이 멋스럽다. 발망 2020 봄·여름 컬렉션처럼 길게 끌리는 스커트를 더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와는 반대로 자크뮈스 2020 봄·여름 컬렉션에 등장한 오버사이즈 재킷처럼 짧은 반바지를 매치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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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양복처럼 큰 상의에 짧은 바지를 더한 자크뮈스 2020 봄여름 컬렉션. 사진 자크뮈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