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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CT에 폐가 하얗게 찍혔다"···코로나에 정말 폐 다 망가질까

by중앙일보

중앙일보

'코로나19에 걸렸다 나은 뒤에도 폐손상이 너무 심하다더라'는 내용으로 SNS상에서 돌고 있는 메시지의 일부. 전문가들은 "근거가 전혀 없고, 일반적 폐렴의 양상을 과도하게 부풀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만 부추기는 왜곡된 정보"라고 설명한다. [SNS캡쳐]

'치료가 되어도 폐 섬유화가 심하고, 일반 폐렴보다 폐 손상이 많아서 폐활량 손실이 엄청 크다' '하얗게 변한 폐, 우한 코로나 치명적 폐 손상 확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SARS-CoV-2)에 관해 SNS 등을 통해 돌고 있는 소문 중 시민들이 가장 무섭게 느끼는 ‘카더라’입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일부 언론에서도 보도된 적도 있죠.


전문가들은 그러나 “코로나19가 특별히 폐 섬유화를 많이 일으킨다는 보고는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물론 현재 시점에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장기 경과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먼 미래에도 ‘폐 섬유화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의 나타난 특징으론 코로나19가 일으키는 폐 손상이 여느 폐렴보다 심하다고 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코로나19는 폐 섬유화가 심각'? 학계 증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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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연합뉴스]

코로나19가 처음 보고된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지금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독 폐 섬유화가 심하거나, 인터넷에 떠도는 것처럼 ‘가볍게 앓고 끝난 사람도 폐 섬유화가 심하다’는 보고는 아직 없습니다.


지난 1일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도 기자회견에서 “학술 보고, 전문가 회의 등 모든 자료를 찾아봤지만 ‘경증 환자도 심각한 폐 손상 후유증이 남았다’는 어떤 근거도 찾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1일 서울아산병원 도경현 영상의학과 교수도 한 포럼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이 이후 어떤 소견을 보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시간이 충분히 지나지 않아 논문도 없고 국내에서도 알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CT에선 하얗게 변했는데? "섬유화 아닌 염증, 시간 지나면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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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중국 사례 2건. 56세 남성(위쪽)은 입원 당시 양쪽 폐에 하얗게 폐렴 소견이 심했지만, 5일 뒤 흰색이 줄어들고 옅어졌다. 23세 남성(아래)도 입원 당시보다 3일, 8일째에 CT에서 하얗게 보이는 염증 소견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자료 서울아산병원 도경현 교수]

코로나19가 폐 손상이 많이 준다는 소문엔 환자들의 하얗게 변한 폐 CT 사진이 근거처럼 쓰입니다.


'염증성 물질'은 CT에선 새하얗게 보입니다.사진으로는 당연히 무섭게 보이지만, CT에서 하얗게 보인다고 모두 폐가 딱딱해지는 영구적인 손상은 아닙니다.


확산 초기에 '폐 손상'을 언급한 보도가 많았지만 알고보면 손상 여부를 판단하기 이른, 진행 중인 염증의 CT 소견을 바탕으로 한 논문들이 출처였습니다.


염증이 치유되면 염증성 물질도 줄고, CT에서 하얀 얼룩처럼 보이던 부분도 줄어들죠. 회복되면 CT 사진도 깨끗해집니다. 도경현 교수는 중국 논문을 근거로 "완치된 환자는 발병 초기 연한 염증 소견이 9~13일까지 진해지다, 14일 이후엔 환자 75% 정도가 염증 소견이 사라졌다"고 밝혔습니다.

폐 손상, 폐렴 종류와 상관 없이 중증환자서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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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폐렴은 폐의 섬유화를 반드시 만든다'는 내용이 틀렸다. 폐가 딱딱해지면 숨 쉬기 힘든 건 맞지만, 중증 폐렴을 앓고 난 다음이거나 다른 호흡기 질환으로 인해 폐가 섬유화되는 경우와는 달리 코로나19가 폐를 섬유화시키는 경향은 아직 포착된 바가 없다. [SNS캡쳐]

물론 중증 환자는 경증환자만큼 깨끗하게 낫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폐 섬유화'와 같은 폐렴 후유증도 중증 환자일 경우 좀 더 남습니다. 전문가들은 폐 손상은 폐렴의 종류와 상관없이 급격히 상태가 나빠진 중증 환자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합니다.


원광대병원 호흡기내과의 정은택 교수(전 대한호흡기학회장)는 “보통 폐는 공기가 들어가면 풍선처럼 유연하게 부풀어야 하는데, 염증이 심해지면 제대로 부풀지 못하고 터지게 된다”며 “중증 환자는 인공호흡기로 숨을 쉬는데, 그 압력도 견디지 못하고 폐포가 미세하게 찢어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증일수록, 인공호흡기를 오래 달수록 폐 손상의 가능성은 커지는 거죠.

심한 폐렴은 흉터 남아, '코로나19만 섬유화'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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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스 84개월 뒤 염증이 사라진 모습. 대부분의 폐렴은 CT가 하얗게 변하더라도 폐렴이 나은 뒤에는 하얀 부분이 사라진다. CT에 하얗고 지저분하게 보인다고 해서 '폐섬유화' 등 영구적인 손상이 아니다. [자료 서울아산병원 도경현 교수]

임상적으로 코로나19와 가장 유사하다고 판단되는 질병은 2003년 유행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입니다. 도 교수는 “사스는 폐포를 전반적으로 파괴하거나 폐부종을 일으켰고, 남성‧고령자, 중환자실 치료를 받은 환자의 경우 폐 섬유화가 발생한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도 교수는 사스의 경우도 일반적인 폐렴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그는“이건 모든 폐렴의 일반적인 호전 과정 중 일부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폐섬유화다. 여느 폐렴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폐 섬유화’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병은 결핵입니다. 그 외의 폐렴, 그중에서도 바이러스성 폐렴은 폐 섬유화의 가능성이 낮은 편입니다. 정은택 교수는 “모든 종류의 폐렴은 심하게 앓고 지나간 뒤 일부 흉터처럼 섬유화가 남을 수 있지만, 폐 기능을 떨어뜨릴 정도로 전반적으로 섬유화가 되는 경우는 적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경증 환자의 80%도 폐 섬유화로 폐 기능이 떨어진다'는 말은 부정확하고 과장된 말로 볼 수 있습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 폐 손상


폐는 세포(폐포) 딱 한겹 사이로 산소를 흡수합니다. 여기에 물리적 충격이나 화학적 자극(가습기살균제), 염증(심한 폐렴) 등등 다양한 원인으로 폐포가 터지거나 기능을 잃으면 ‘손상’이 생겼다고 봅니다. 폐렴이 나은 뒤에도 돌이켜지지 않고 남는 손상을 주로 말합니다.


피부는 까지면 새 살이 돋지만, 폐포는 재생이 어렵습니다. 세포 한 개 정도는 손상돼도 큰 영향이 없지만, 많은 세포가 손상되면 그 넓이만큼 산소 교환이 어려워지면서 숨을 쉬어도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폐렴의 정도가 심할수록 많이 남고, 결핵 환자들에서 특히 많습니다.


■ 폐 섬유화


폐 섬유화는 폐 손상의 형태 중 일부입니다. 염증이 심하고 진물이 많이 나오면, 나중에 회복 후에도 폐포들끼리 들러붙어 딱딱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섬유화’가 진행됐다고 봅니다. 얇은 막 사이로 산소를 흡수하던 폐포들이 뭉쳐서 딱딱해지면, 이 역시도 산소 교환 능력이 없어져 폐 기능이 떨어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