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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실내토크ㆍ실내미션에 방송 재편집까지…TV 예능이 코로나 시대서 살아남는 법

by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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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ㆍ경북 지역에서 의료 봉사 중인 의료진과의 영상 인터뷰로 감동을 전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11일 방송. [방송 캡처]

‘직접 만남’을 최대한 줄여라. 코로나19 시대, TV예능에 떨어진 숙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방역의 첫째 원칙이 되면서 각 예능 프로그램마다 존속을 위한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쇼 음악중심’(MBC), ‘인기가요’(SBS), ‘뮤직뱅크’(KBS2), ‘엠 카운트다운’(Mnet) 등 음악순위 프로그램들은 방청객 없는 ‘무관객’ 방송으로 일찌감치 전환했고, 야외 버라이어티 ‘끼리끼리’(MBC)는 급히 세트장을 제작해 15일 방송부터 실내 촬영분을 내보냈다. 이날 방송에서 박명수ㆍ장성규ㆍ이용진 등 출연진들은 박스 접기, 다슬기 속 빼기, 메추리알 까기, 김밥 말기 등 실내 미션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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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자 야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끼리끼리'(MBC)가 실내 세트장을 지어 실내 미션 수행으로 내용을 바꿨다. 야외 촬영에 비해 실내 촬영이 제작진 수를 줄일 수 있는데다 출연ㆍ제작진의 발열 체크, 출입 관리 등도 수월해서다. [방송 캡처]

코로나19로 가장 고민이 깊은 장르는 여행 프로그램이다. 여행예능 ‘더 짠내투어’(tvN)는 23일 방송분부터 당분간 휴지기를 갖고, ‘배틀트립’(KBS2)은 27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해외 버스킹’을 통해 트로트의 위상을 해외에 알린다는 취지로 지난 4일 첫 방송한 ‘트롯신이 떴다’(SBS)는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이 지속될 경우 프로그램 콘셉트가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방송은 설운도ㆍ진성ㆍ김연자ㆍ주연미ㆍ장윤정 등 트로트계 최정상급 가수들이 ‘K-트로트 세계화’를 목표로 해외 무대에 서는 과정을 담는다. 올 1월 촬영을 마친 베트남 공연 내용으로 현재 방송을 꾸리고 있지만, 향후 제작 일정은 미정이다. 한국발 입국자를 제한하는 나라가 130여 곳에 이르면서 해외 촬영 계획을 세울 수 없게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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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토크' 대신 실내에서 진행된 '영상 토크'로 형식을 바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캡처]

한편 자구책으로 짜낸 아이디어가 방송에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주기도 한다. 11일 시즌3 첫 방송을 내보낸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코로나19를 콘텐트 소재로 적극 활용했다. ‘‘warriors(전사들)’을 부제로 붙인 이날 방송의 상당 부분은 대구ㆍ경북 지역에서 의료 봉사 중인 의료진과의 영상 인터뷰로 진행됐다. 인터뷰는 평이하게 이어졌지만 “걱정하지 마라” “잘 지내고 있다” 고 대답하는 의료진들의 사명감과 희생 정신이 영상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지며 뭉클한 감동을 끌어냈다. 인터뷰 도중 진행자 유재석도 연신 눈물을 보였고, 방송 후 인터넷 게시판 등엔 ‘마음이 벅차도록 따뜻함을 느꼈다’ ‘너무너무 좋은 착한 프로그램’ 등 시청자들의 호평이 줄을 이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김민식 PD는 “‘길거리에서의 우연한 만남’이란 콘셉트를 포기함으로써 생기는 불안감이 컸다”고 털어놓으며 “코로나의 최일선에서 고생하시는 분들께 더 뜨거운 관심이 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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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놀면 뭐하니?'의 '방구석 콘서트' 라인업. [방송 캡처]

MBC ‘놀면 뭐하니?’도 코로나19 상황을 방송 콘셉트의 중심에 세웠다. 코로나19 여파로 공연 기회를 잃은 아티스트들을 모아 무관객 상황에서 진행하는 ‘방구석 콘서트’를 기획, 최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촬영을 마쳤다. 콘서트 실황은 22일 방송부터 보여줄 계획이다. 소리꾼 이자람, 밴드 혁오ㆍ새소년, 가수 지코ㆍ이승환ㆍ장범준, 뮤지컬 ‘맘마미아’ ‘빨래’ 팀 등 라인업도 화려하다. 14일 유튜브에 선공개한 ‘방구석 콘서트’ 녹화 현장 동영상 중 가수 장범준이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를 부르는 영상은 18일 오후 현재 조회수 89만회를 넘어서며 본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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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모르는 집 문을 두드려 한끼 식사를 함께 하는' 방식의 제작이 불가능해지자 JTBC '한끼줍쇼'는 과거 방송을 재편집해 내보내는 '외전'을 기획했다. 2017년 방탄소년단 출연 장면을 지난 4일 방송, 3년 만에 월드스타로 떠오른 방탄소년단의 성장 속도를 실감나게 했다. [방송캡처]

2월부터 녹화를 잠정 중단한 JTBC ‘한끼줍쇼’는 지난 4일부터 스페셜 방송 격인 ‘한끼줍쇼 외전’을 내보내고 있다. 2016년부터 방송된 내용을 주제별로 재편집한 프로그램이다. 4일 방송된 ‘외전’ 1편은 ‘밥동무 클라쓰’를 주제로 방송 이후 월드스타가 된 출연자들의 과거 방송 장면을 보여줬다. 2017년 방탄소년단 멤버 진과 정국이 서울 삼성동 주택가를 다니며 “방탄소년단 아시냐”고 묻고, 안다는 시민을 만날 때마다 “어떻게 아시냐”고 감탄하는 모습이 색다른 재미를 줬다. 이날 방송에선 2017년 당시 진과 함께 밥을 먹은 김제니 학생의 영상 편지도 이어졌다. 학생은 “우리 집에서 진 오빠가 직접 요리해 줬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고 무척 영광이다. 빌보드 차트 1위 너무 축하드리고 세계적인 스타가 돼서 너무 뿌듯하다”고 말했다. 18일 방송되는 ‘외전’ 3편은 ‘우리가 몰랐던 하와이’를 주제로 펼쳐질 예정이다.


tvN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는 지난달 25일부터 일반 방청객 대신 출연 개그맨들을 방청석에 앉혔다. 방송의 흥을 돋우는 동료 개그맨들의 리액션이 화제가 되자 안제민 PD는 “코너 경쟁만큼이나 리액션 경쟁이 치열해졌다. 서로 분장을 할지 숨겼다가 본 녹화 때 공개하기도 한다. 빈 객석을 채워야한다는 궁여지책에서 출발했는데 이렇게 웃음을 드리게 돼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