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는 역시 이맛에 산다더니…‘그랜저값’ 성공한 아빠차 타보니

[자동차]by 매일경제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캘리포니아롤’로 진화한 초밥

세단+쿠페+SUV, ‘1석3조車’

그랜저와는 경쟁하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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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토요타를 대표하는 그랜저와 크라운 [사진출처=현대차, 토요타]

“초밥이 캘리포니아롤 됐다”

‘토요타 끝판왕’ 크라운이 환골탈태했다. 일본 초밥이 미국에서 더 다채로운 재료를 사용하고 색감도 화려해지고 모양도 다양해진 캘리포니아롤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진화했다. 플래그십 세단인 크라운은 1955년 토요타 최초로 양산형 승용차로 출시된 69년간 독자 고급 브랜드로 진화했다.


토요타는 브랜드 맏형인 크라운부터 차명에 ‘왕관’을 사용했다. 동생인 ‘캠리’도 옛 일본의 전통 관모(冠帽)이자 왕관을 뜻하는 ‘칸무리(冠)’의 영어식 표현이다. 소형차인 코롤라도 라틴어로 작은 왕관이다.


크라운은 15세대까지 정통 초밥처럼 일본인에 특화된 모델에 국한됐다. 일본차 최초로 수출됐지만 걸출한 동생인 캠리에 밀려 글로벌 시장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한국지엠 전신인 신진자동차가 기술제휴를 통해 1967년부터 1972년까지 부평공장에서 생산했다. 그랜저에 앞서 사장차이자 관용차로 사용됐지만 반짝 인기에 그쳤다. 일본에서만 평범한 직장인이 성공하면 타는 차이자 아빠차로 대접받는데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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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첫선을 보인 크라운 [사진출처=토요타]

토요타는 16세대 크라운을 개발하면서 기존 계획을 폐기했다. ‘혁신’과 ‘도전’이라는 크라운 정신에 맞고 시대가 요구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판단해서다.


토요타는 소비자들의 까다롭고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토요타 생산방식(TPS)을 대표하는 혼류생산에서 영감을 받았다. 한곳에서 한 차종만 대량 생산하는 ‘포디즘’ 대신 다양한 차종을 만들어내는 혼류생산처럼 차량 개발에도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를 적용했다. 세단만이 아니라 크로스오버, 스포츠와 에스테이트로 내놨다.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크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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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달라진 크라운 라인업 [사진출처=토요타]

코로나의 글로벌 재진출 선봉장은 세단이 아닌 크로스오버다. 세단처럼 편안하면서 SUV처럼 실용적인 전략 모델이다. 기존 코로나에서 볼 수 없었던 완전히 다른 차다. 토요타는 지난 7일 강원도 정선과 강릉에서 크로스오버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시승차는 2.5ℓ 하이브리드(HEV)다.


전장×전폭×전고는 4980×1840×1540㎜다. 그랜저는 5035×1880×1460㎜, 신형 쏘나타는 4910×1860×1445㎜다. 그랜저보다 짧고 좁고 쏘나타보다 길고 좁다. SUV 스타일을 추구한 크로스오버여서 그랜저·쏘나타보다 높다.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850㎜다. 그랜저는 2895㎜, 쏘나타는 284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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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상어에서 영감을 받은 해머해드 [사진출처=매경DB, 토요타]

외모에서는 기존 크라운의 향기를 엠블럼을 제외하면 전혀 느낄 수 없다. 완전히 새로운 차다. 날카롭게 뻗은 전면부와 짧은 후면부, 쿠페처럼 전고후저 스타일을 적용해 정지된 상태에서도 치고 나가는 역동적인 모습이다.


보닛 좌우, 헤드램프, 라디에이터 그릴을 감싼 라인은 귀상어(망치상어)의 머리 부분을 연상시킨다. 전방 지향적인 해머헤드(Hammer Head) 디자인이다. 앞으로 출시될 토요타 차량에도 적용된다. 수평으로 가로 지르는 주간주행등(DRL), 쿼드 빔 헤드램프, 유광 검정으로 마감된 날렵한 그릴은 먹이를 노려보는 귀상어를 떠올리게 한다. 보닛에는 크라운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왕관’ 엠블럼이 부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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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 에어로핀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쿠페 스타일 측면에서는 전투기 조종석을 닮은 유리창, 볼륨감을 강조한 21인치 대구경 휠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후면부에서는 현대차 그랜저·쏘나타처럼 차량 폭 전체를 가로지르는 일자형 수평 LED 테일램프를 채택했다. 차량 좌우 폭을 넓어보이게 만들고 안정감도 들게 한다.


크로스오버답게 세단보다 높은 트렁크 라인은 역동성 향상에 한몫한다. 비돌출형 테일파이프로 깔끔한 멋도 강조했다. 또 모터스포츠 노하우를 반영해 공기역학 성능을 높여주는 에어로핀이 A필러(앞 유리창과 앞문 사이에 비스듬한 기둥) 델타 커버와 리어램프 옆에 부착됐다.

플래그십 감성 강화, 수동 트렁크는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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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 실내 [사진출처=토요타]

플래그십 모델답게 실내는 기존 토요차 차종보다 더 고급스러운 멋을 강조하면서 디지털 편의성도 향상했다. 인스트루먼트 패널부터 도어가 운전자를 감싸는 형태다. 12.3인치 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와 12.3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를 하나의 패널로 연결했다.


터치 디스플레이 아래에는 공조장치 컨트롤 패널, 아날로그 방식 물리버튼을 배치했다. 원하는 기능을 직관적으로 찾아 빠르게 조작할 수 있게 해준다. 시트에는 천의 한쪽 끝을 파이프 모양으로 감싼 파이핑을 적용했다. 얇고 부드러워 착좌감도 고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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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활용성이 우수한 크라운 2열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뒷좌석에는 성인 3명이 앉을 수 있다. 엉덩이 포인트와 도어 실패널을 낮춰 노약자나 어린이도 편하게 승·하차 할 수 있다. 다만, 가운데 센터터널이 높게 솟아있어 중간 자리에 앉을 때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뒷좌석 시트는 접혀져 트렁크 공간과 연결된다. 골프·캠핑·스키 용품을 적재할 때 편리하다. 트렁크 공간도 넉넉하다. 골프백 4개를 충분히 넣을 수 있다. 트렁크 라인이 높아 적재 편의성도 세단보다 우수하다. 트렁크는 수동방식인데다 열 때 뒤쪽 유리가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크라운의 세단 정체성을 보여주지만 실용성과 편의성은 그만큼 훼손됐다.


실내 곳곳에 사용한 플라스틱 소재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감점 요인이 된다. 대신 마감 품질이 뛰어나다. 도어·트렁크 안쪽, 접합 부위 등 눈에 보이지 않아 마감이 거칠기 십상인 곳까지 깔끔하게 처리했다.

운전 스트레스 0, 타면서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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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시승차인 2.5 하이브리드는 토요타를 하이브리드 명가로 만든 파워트레인을 채택했다. 2487cc 직렬 가솔린 엔진, 전자식 무단변속기(e-CVT), 전자식 사륜구동(e-Four)를 달았다. 최고출력은 186마력, 최대토크는 22.5kg.m, 시스템 총출력은 239마력이다. 가격은 5670만원이다.


차체 높이는 세단과 SUV 중간에 해당한다. 운전시야는 넓고 깨끗하다. 사이드미러는 A필러 델타커버 아래 도어쪽에 장착돼 운전석·조수석 앞쪽 좌우 시야도 향상됐다. 천연가죽으로 마감한 3스포크 스티어링휠은 손에 달라붙는 그립감이 괜찮다. 시프트 바이 와이어 타입 기어 노브(변속 손잡이)와 컨트롤 패널은 0.5도 경사면으로 장착됐다. 운전 손목 피로도를 덜어준다는 게 토요타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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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 후면부 [사진출처=토요타]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로 구성됐다. 기어 노브 아래쪽에는 EV모드도 있다. 에코와 노멀 모드에서는 렉서스 뺨치게 조용하고 부드럽게 움직인다. 오르간 타입 페달도 부드러우면서 세밀한 조작을 도와준다.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e-CVT는 여전히 ‘정숙 궁합’이 뛰어나다. ‘힐링 드라이빙’이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가속페달을 밟으면 요란 떨지 않으면서도 시원하게 달리기 시작한다. 힘이 세지는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다. 적당한 질주 성능이다. 고속에서 방향을 바꿀 때는 조향 안정성이 우수하고 좌우 흔들림도 거의 없다. 비포장도로에서도 노면을 통해 전달되는 충격을 잘 잡는다. 과속방지턱은 깔끔하고 매끄럽게 통과한다. 같은 일본차인 혼다 하이브리드가 엔진이 모터를 거드는 전기차 성향이라면 토요타 하이브리드는 가솔린차에 더 가깝다.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 완성도도 높다. 앞차에 맞춰 주행속도를 조절한다. 곡선 구간에서는 필요할 경우 속도를 알아서 줄인다. 파노라믹 뷰 모니터(PVM)는 전후좌우를 보여주는 카메라를 통해 운전 사각지대를 ‘버드 뷰’ 영상으로 보여준다.

그랜저는 경쟁차종 아냐, 진짜 상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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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 주행 [사진출처=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는 가격 때문에 그랜저와 경쟁할 것으로 여겨졌다. 시승을 해본 뒤에는 ‘그랜저는 경쟁차종이 아니다’는 생각으로 변했다. 가격대와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공통분모를 제외하면 성향이 달라서다.


크라운은 크로스오버, 그랜저는 세단이다. 크로스오버가 세단 성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세단과는 다르다. 또 국내 소비자들은 세단 아니면 SUV를 산다. 두 가지 성향을 모두 갖춘 왜건처럼 크로스오버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지는 않다.


또 그랜저를 사는 소비자들은 성공 이미지, 품격 높은 세단, 비슷한 가격대나 좀 더 높은 가격대의 수입차도 따라올 수 없는 편의·안전사양 때문에 산다. ‘일본판 그랜저’인 크라운은 일본에서 성공하면 타는 차이지만 국내에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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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 주행 장면 [사진출처=토요타]

크라운은 그랜저가 아니라 ‘그랜저값’에 E세그먼트(Executive cars, 프리미엄 중형·준대형차급) 수입차를 사려는 소비자를 공략한다. E세그먼트를 대표하는 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를 사려면 7000만~9000만원은 줘야 한다.


기본 모델이 6000만원대 후반대다. 벤츠 E250은 6960만원, 벤츠 E300e는 9010만원이다. BMW 520은 6750만원, BMW 530e는 8580만원이다. 5000만원대에서는 크라운에 버금가는 상품성을 갖춘 E세그먼트 수입차를 찾기 어렵다. 크로스오버 모델로는 유일하다.


크라운은 남들과 다른 차를 타고 싶어하는 얼리버드 성향의 소비자, 토요타의 정숙성과 내구성을 높이 평가하고 운전·정비 스트레스를 싫어하고 소비자, 세단과 SUV를 놓고 고민하는 패밀리카 구매자를 공략한다.

2023.06.1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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