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테크 ]

알파고 넘는 `양자컴퓨터` 온다

by매일경제

매일경제

6월 11일 한국에 처음 공개되는 IBM의 양자컴퓨터 `퀀텀`의 모습. 절대온도(-273도)에서 작동하는 양자컴퓨터는 전도율이 높은 순금으로 제작된다. 샹들리에 모양의 층층구조가 공중에 매달려 있으며, 맨 하단에서 양자가 1초 안에 계산을 끝내고 결과값을 낸다. [사진 제공 = IBM]

'꿈의 양자컴퓨터'로 불리는 IBM 퀀텀(모델명 Q)이 한국에 온다. 양자컴퓨터 중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IBM 퀀텀은 다음달 11일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2회 매경·IBM 씽크 서밋 코리아(Think Summit KOREA) 포럼' 현장에서 만날 수 있다. 일반인에게는 개념조차 생소한 양자컴퓨터를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IBM 씽크 서밋에서 처음 베일을 벗은 퀀텀은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 공개되며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현재 6개 대륙 12개 IBM 연구소 가운데 총 4곳의 IBM연구소 내에 IBM Q 컴퓨테이션센터(IBM Q 도쿄, IBM Q 멜버른, IBM Q 테네리페, IBM Q 요크타운)가 실제로 운영 중이고, 세계 곳곳에서 전시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실물 모형으로 세계를 돌며 전시 중인데, 전담 연구원들이 동행하는 1회 이동 비용만 수천만 원에 달하고, 전시장 설치에도 7~8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퀀텀은 기존 컴퓨터의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개발됐다. 슈퍼컴퓨터를 포함해 현재 사용하는 컴퓨터와는 성능과 외형은 물론 작동 방식도 하늘과 땅 차이다. 양자컴퓨터는 '절대온도(-273.15도)'에 가까운 극저온에서만 작동하는 초전도 회로가 들어가기 때문에 대형 냉각 장치가 필수다.


그래서 사람 키만 한 크기의 동그란 원통(냉각 장치) 모양이 공중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생겼다. 내부 구조는 '황금으로 장식한 화려한 샹들리에'와 비슷하다. 부품들은 진짜 금으로 만들어졌는데, IBM 엔지니어들이 농담 삼아 부르는 애칭도 '샹들리에'라고 한다.


IBM에 따르면 퀀텀 컴퓨터 내부의 최상층 온도는 40K(켈빈(Kelvin)·절대온도)이고, 맨 아래 부분 온도는 15mK(밀리켈빈)이다. 절대 온도인 0K은 섭씨 영하 273.15도, 40K은 섭씨 영하 233.15도, 15mK은 섭씨 영하 273.135도다.


기존 컴퓨터는 '비트' 단위를 쓴다. 0과 1 두 숫자의 조합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고 처리했기 때문에 용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동전으로 치면 앞면 아니면 뒷면, 이런 식으로 계속 이어졌던 셈이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0과 1이라는 2개의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 동전이 계속 회전하고 있는 상태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양자정보의 기본 단위는 '큐비트(qubit)' 또는 양자비트라고 한다. 동전이 회전하는 것처럼 중첩과 얽힘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0과 1이라는 2개의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


1큐비트가 더해질 때마다 성능은 두 배로 올라간다. 16큐비트는 5큐비트보다 2000배 이상(2의 11승) 더 높은 성능을 갖고, 50큐비트는 20큐비트에 비해 10억배 이상(2의 30승) 성능을 보여준다. IBM은 현재 50큐비트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런 양자컴퓨터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기존 슈퍼컴퓨터로 10억년이 걸리는 소인수분해 문제를 양자컴퓨터는 100초 만에 풀 수 있다. 슈퍼컴퓨터로 수십 년을 풀어야 하는 250자리 암호체계도 몇 분이면 풀리고,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 '채굴'도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쉬워진다.


양자물리학에도 획기적인 진전이 예상된다. 올해 최고 화제작인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도 등장한 양자물리학은 쉽게 말해 아주 작거나, 아주 멀리 떨어져 있거나, 아주 온도가 낮은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예를 들어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 때문에 밤에 잠이 안 온다. 지금은 원자 안에 있는 성분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없어 잠이 오지 않는 이유를 명확히 규명하지 못한다. 카페인 분자를 둘러싼 원자의 구성 요소를 뜯어보기 위해서는 많은 빛이 필요한데 그 정도의 빛이 현존하지 않아 현재까지는 풀 수 없다. 커피 분자 하나가 가진 에너지를 계산하는 데 양자컴퓨팅 160큐비트 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 시대가 열리면 이처럼 베일에 싸여 있던 자연 현상을 규명하고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전 세계 정부와 IBM, 구글, MS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양자컴퓨터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IBM 관계자는 "양자컴퓨팅 기술이 인공지능(AI) 산업은 물론 경제·사회 인프라 전반을 바꿀 것으로 보고 일찍부터 퀀텀 개발에 매진해 왔다"면서 "수십 년에 걸친 기술력의 총체를 오는 6월 열리는 IBM 포럼을 통해 한국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공개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잘 준비해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 양자컴퓨터 (quantum computer) : 기존 컴퓨터처럼 0과 1의 이진법이 아닌 양자역학적 현상을 이용해 자료를 처리하는 컴퓨터. 1982년 미국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이 처음 개념을 제시했고, IBM 등에서 상용화에 성공했다. 기존 슈퍼컴퓨터가 10억년 걸리는 소인수분해 문제를 100초 만에 풀 수 있는 등 차원이 다른 성능 덕분에 '꿈의 컴퓨터'로 불린다.


[신찬옥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