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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리뷰 '밤의 해변에서 혼자',
사랑할 자격에 대하여

by맥스무비

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홍상수 감독의 신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2월 16일(현지시간) 첫 공개됐다. 사랑과 욕망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담은 작품이다. 문제의 답은 여전히 관객의 손에 있다. 

리뷰 '밤의 해변에서 혼자', 사랑

부정한 사랑을 했다 손가락질 받은 영희(김민희)는 여행지를 돌며 그리운 이를 기다리지 않겠다 다짐한다. 배우로서의 경력도 그리고 여자로서의 인생도 당분간 순탄하지 않을 것만 같다. 사진 베를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 2016 Jeonwonsa Film Co.

유부남 감독과의 복잡한 관계를 접고 함부르크를 찾은 배우 영희(김민희)는 여전히 그가 그립다. 마음껏 사랑할 수 없는 현실에 덤덤해지고자 하지만, 함부르크를 떠나 강릉에 온 후에도 마음의 방황은 계속된다. 영희는 술을 마실 때마다 타인에게 무례하게 굴면서 감정의 응어리를 분출한다. 그리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인생에서 사랑의 의미란 무엇인지 고민한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영희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극대화시키며 그가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영희는 세상의 도덕적 잣대에 매여있기 보다는 ‘나답게 사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한다.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화가 나면 화가 나는 대로 감정에 휩싸인다. 그런 영희를 ‘매력적’이라 보듬는 주변 인물들로 인해 사랑에 대한 솔직한 욕망은 부끄러운 것이 아닌, 젊음의 상징이자 누군가에겐 부러운 용기가 된다.


홍상수 감독이 밝혔듯 이 영화를 그의 자전적 이야기로 국한할 수는 없다. 누구의 인생에든 한 번은 찾아오는 사랑, 그걸 바라보는 세상의 기준, 관계의 정의, 사랑하고 사랑 받을 자격에 대하여 폭넓게 다루는 작품이다. 감독과 여배우의 불륜이라는 소재를 통해 욕망하는 존재인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해석의 여지가 풍부한 다소 추상적인 요소들도 등장한다. 언제나 그렇듯 답은 관객의 몫이지만 극중 감독(문성근)이 술에 취해 낭독하는 책 한 구절은 의미심장하다.

리뷰 '밤의 해변에서 혼자', 사랑

<밤의 해변에서 혼자> 스틸 사진 베를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 2016 Jeonwonsa Film Co.

“사랑에 대해서 생각할 땐 일상적인 의미에서의 행복이나 불행, 일상적인 의미에서의 선함과 악함의 분별보다는 더 고상한 것, 더 중요한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아무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캐릭터의 직접적인 발언을 기피하는 홍상수 감독은 이 신을 꿈 속의 대화로 구성했다. 그가 아주 애매하게 자기 고백과 허구 사이를 넘나들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영희 역의 김민희는 러닝타임 내내 뛰어난 감정 연기로 극을 이끌어간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이별 후 끓어오르는 그리움을 참아내고, 술에 취하면 사랑할 자격에 대해 논하는 다채로운 감정을 보여준다. 대사가 없는 순간에도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보다 훨씬 극적이고 미묘하다. <아가씨>(2016)에 이어 그가 배우로서 펼치는 활약만큼은 눈부시다.


글 차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