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정준영의 몰락…'괴물'은 만들어졌다

[컬처]by 머니투데이

개인의 일탈 아닌 구조적 문제…'인성 교육 부재·방송계 도덕 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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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 성접대 의혹을 받는 전 빅뱅 멤버 승리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chmt@

클럽 버닝썬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으로 촉발된 이른바 '승리 게이트'가 연예계를 집어삼키고 있다.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29)와 정준영(30) 등이 포함된 카카오톡 대화방의 적나라한 음담패설은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이외에도 가수 용준형(30)이 정씨로부터 불법 촬영물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FT아일랜드 멤버 최종훈(29)의 음주운전 및 보도 무마 의혹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들을 단지 개인 일탈로 치부할 것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인성 교육 부재한 아이돌 육성 환경

아이돌 멤버로 데뷔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수년간 연습생 시절을 거치며 전문적인 보컬과 댄스, 연기 등을 지도받는다. 심지어는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외국어를 배우기도 한다.


그러나 연예 기획사는 연습생의 노래와 댄스 등 기술적인 측면 발달에 치중한다. 상대적으로 인성교육에는 소홀한 편이다. 연예계 관계자에 따르면 3대 기획사 중 하나로 꼽히는 JYP는 인성·멘탈 교육을 강조하지만, 중소 기획사는 이 같은 부분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알려졌다.

치열한 경쟁 속 쟁취한 인기…도취된 아이돌 스타

연예기획사의 연습생 관리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연습생들이 연예인 데뷔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은 평균 3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준영·승리 사태'에 연루돼 도마 위에 오른 용준형씨도 5년 이상의 연습생 기간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연습생이라고 해서 연예인 데뷔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오랜 기간 연습생으로 준비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생존에 대한 압박감과 극도의 스트레스 속에서 연예인 데뷔라는 장밋빛 미래만을 꿈꾸며 버터야 하는 것이다.


시련을 딛고 데뷔에 성공한 후 팬들의 사랑을 받게 되면 이들은 자극적인 욕망에 사로잡힐 수 있다. 아이돌 스타들은 일반적으로 경험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견뎌낸 끝에 인기를 얻는다. 일부 극성팬들은 과도한 충성심을 선보이며 '무조건적인 팬덤'을 과시한다. 아이돌 스타는 인기에 도취되고 이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용하면서 보편적인 자극에는 둔감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더욱 강력한 자극을 추구하게 된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연습생 때 힘들게 노력해온 이들은 이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자기중심성이 강해지고 자기 자신을 특별하고 성공한 사람이라고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이어 "이번에 문제가 된 연예인의 경우도 나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일이라면 법에 어긋나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 채 점점 더 과한 행동을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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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 및 메신저 단체 대화방 등을 통해 공유한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chmt@

윤리의식 상실한 방송계…"자성 필요하다" 목소리도

방송계가 이번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동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청자의 웃음을 유발할 수 있다면 자극적이거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법한 소재도 방송 콘텐츠로 활용하여 무분별하게 소비해왔기 때문이다.


논란의 당사자인 정준영은 과거에 촬영한 '여자들은 모르는 남자의 속마음'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난 야동(야한 동영상) 같은 거 안 봐. 그냥 모을 뿐이야", "난 가슴 큰 애들 별로야. 그런데 작은 건 별로야" 등의 발언을 서슴없이 쏟아냈다. 손으로는 여성의 가슴을 만지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승리가 지난해 3월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에서 출연진과 함께 야동을 소재로 한 유머를 던지는 장면도 전파를 탔다. 승리의 외장하드에 야동이 담겼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한 출연자는 "그건 선물이지, 너희에게 주는"이라고 말했다.


방송업계가 별다른 경각심을 갖지 않고 '야동'이라는 소재를 희화화한 것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는 대중들에게 왜곡된 성 인식을 주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여러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위대한 승츠비' (위대한 개츠비+승리)라는 별명을 얻은 승리는 방송에서 클럽 운영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결과론적이지만, 성폭행과 마약 유통·투약 등의 혐의로 범죄의 온상이 된 버닝썬을 여과 없이 홍보해준 셈이 되어버린 것이다. 방송 제작 시스템의 총체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택광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작금의 사태는 방송에서 부추긴 경향이 강하다"며 "방송과 아이돌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방송 환경의 변화가 찾아오는 시기인데,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열악한 방송 환경을 개선하는 방식 등으로 방송의 정상화를 꾀하지 못한다면 한국 방송은 결국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전직 가요계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계 역시 소속 연예인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또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하는 발언에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호길 인턴기자 psylee100@mt.co.kr

2019.03.1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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