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명한 '문재인 글러브', 한국은 왜…

[테크]by 머니투데이

케어 안되는 헬스케어


원격 재활훈련기기 네오펙트, 美 ·유럽 공략...한국은 B2C '0'건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원천봉쇄…꽉 막힌 규제에 ‘답답한’ 의료기기 업계

의료법 '의료행위' 정의 폭넓어 서비스 제한적, 소비자 눈높이에 안 맞아…가입자 미미

미국, 비식별화 정보 추가 동의 없이 공유 가능…징벌적배상제도 도입, 사후 규제 강화

동남아·멕시코도 원격의료 통해 의료서비스↑

애플워치 등 스마트워치 시장 확대…韓, 헬스케어 기능 규제에 발목

이해관계자 반발에 의료법·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난항

 

[편집자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마저 다 한다는 원격진료, 국내에선 불법이다. 정부는 규제 개혁과 신산업 발전에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지만 막대한 시장을 갖고 있고 국민건강과도 직결되는 헬스케어와 관련 산업은 도무지 제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글러브' CEO의 한숨…1년 되도록 바뀐게 없다

미국에서 유명한 '문재인 글러브',

지난해 7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의료기기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 정책 발표를 마친 뒤 의료기기 전시 부스를 방문해 네오펙트의 재활 치료용 글러브를 체험해 본 뒤 감탄하고 있다.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사진 중앙)가 장비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청와대 제공)

지난해 7월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 원격재활 의료기기 '라파엘 글러브'를 직접 손에 끼고 체험해 본 문재인 대통령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문대통령은 원격의료 규제로 국내에선 상용화가 안된다는 하소연에 "첨단 의료기기가 신속하게 시장에 출시될 수 있도록 규제 혁신을 약속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시장 진입에 1년 이상 소요되던 의료기기가 80일 이내에 출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구체적인 목표까지 제시했다. 라파엘글러브는 '문재인 글러브'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거기까지였다. 그로부터 1년이 다 돼 가고 있지만 달라진 건 없다. 라파엘 글러브를 생산하는 네오펙트의 반호영대표(42). 그는 20여년 전 대학생 시절 아버지를 뇌졸중으로 잃었다. 그 뒤로 뇌졸중 치료와 재활은 반 대표에게 평생의 목표가 됐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난을 딛고 2010년 뇌졸중 환자 재활을 위해 의료기기업체 '네오펙트'를 창업했다. 창업 9년째를 맞아 미국과 유럽에서 제품의 성능을 인정받기에 이르렀지만 정작 한국은 '딴 나라'다. 반호영 대표는 "뇌졸중을 앓다 일찍 세상을 등 진 아버지를 생각하며 환자와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회사를 차렸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선..."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네오펙트는 국내 업체지만 미국에서 훨씬 유명한 재활 훈련기기 생산 업체다. 보통 재활훈련 기기들과 달리 인공지능(AI)으로 환자마다 맞춤형 설계를 해준다. 환자가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를 착용한 뒤 모니터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훈련하는 방식이다. 의료인은 모니터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보고 코치를 해준다.


3월에는 미국 재향군인부(DVA)의 비용 보장 시스템에 등록됐다. 퇴역군인 출신 환자들이 집에서 네오펙트 기기인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를 사용해 재활훈련을 하면 DVA가 비용을 대주기로 한 것이다. DVA는 미국에 150여개 병원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네오펙트 장비를 집에서 쓰는 미국인은 지난해 말까지 700명을 넘어섰다. 지금까지 어림잡아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개인당 연간 2400달러(약 280만원)정도 비용이 들지만 보급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국내에서 네오펙트 장비를 집에서 이용하는 환자는 전무하다. 의료인과 환자간 원격의료를 금지한 의료법 때문이다. 국내 대형 병원 몇 곳에 제품을 납품하는 정도다.


반호영 대표는 "창업 후 9년째 되도록 규제에 묶일 줄 알았다면 사업을 벌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원격의료를 금지한 의료법에 묶여 국내 사업은 지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때문에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업체는 네오펙트만이 아니다. 원격의료 등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 전반이 의료법에 묶여 있다. 대면진료를 고집하는 의료계와 원격의료가 의료민영화 전단계라며 시민단체가 거칠게 반대해서다.


반 대표는 "뇌졸중을 앓다 일찍 세상을 등 진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뇌졸중 환자와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회사를 차렸는데 국내에서만 유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애로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미국에서 네오펙트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기술력과 함께 보험수가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환경이다. 네오펙트는 독일 뮌헨에도 법인을 설립했다.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다. 병원에서 명성을 쌓은 뒤 직접 환자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반 대표는 "글로벌 홈 재활 시장이 100조원에 이르는 데 안방에서 제대로 사업을 벌이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더해 강도 높은 규제가 어려움을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원격 의료기기 51건 허가, 실제 사용은 '0건'

미국에서 유명한 '문재인 글러브',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인공지능(AI)·클라우드컴퓨팅 기술 등의 발달로 IT가 닿는 곳이면 어디든 의료 현장으로 바뀔 수 있는 일명 '스마트 헬스케어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국내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은 규제에 꽉 막혀 있다. 원격의료가 대표적이다.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까지 유비쿼터스 헬스케어(이하 유헬스케어) 의료기기로 허가된 제품은 총 51개다. 유헬스케어 의료기기는 의료진과 환자가 원격으로 진료하거나 받는 데 사용한다.


지금까지 허가받은 유헬스케어 의료기기에는 혈당,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혈당·혈압 측정기부터 수집된 정보를 의료기관에 전송·저장하는 소프트웨어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그러나 실제 의료현장에서 사용되는 제품은 없다. 꽉 막힌 규제로 제품을 팔 수 시장조차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유명한 '문재인 글러브',

현행 의료법상 의료 행위는 의료기관 내에서만 할 수 있다. 원격의료의 경우 의사와 의료인간 협진에만 일부 허용한다.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격오지 군부대 장병, 원양선박 선원, 교정시설 재소자 및 도서·벽지 주민 등 대면진료가 어려운 곳도 시범사업 형태로만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유헬스케어 의료기기 업체들은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를 할 수 없어 병원으로 실시간 정보가 전달되는 기능을 제거하고 일상적인 건강상태 확인만 가능한 ‘웰니스’ 형태로 출시하고 있다. 웰니스는 질병 진단이나 치료, 예방 목적이 아니라 일반적 건강관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뜻한다. 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개발한 휴이노 같은 기업은 규제 샌드박스에서 활로를 모색한다. 휴이노는 이르면 올해 7월,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2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2년간 실증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길영준 휴이노 대표는 “심전도 측정 기능이 탑재된 '애플워치 4'가 나오기 3년 전인 2015년에 심전도 측정 스마트워치를 개발했으나 각종 규제 탓에 시판조차 못하고 있다”며 “꽉막힌 규제를 뚫어보기 위해 규제 샌드박스 과제로 신청했고, 실증사업을 통해 안전.유효성을 입증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원격의료가 가능해 지더라도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으면 시장이 커질 수가 없다”며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건강보험 적용이 필수인만큼 사전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구호만 요란한 헬스케어, 소비자는 외면 '왜?'

미국에서 유명한 '문재인 글러브',

보험회사들은 금융당국의 헬스케어(건강관리) 산업 활성화에 발맞춰 지난 2017년 이후 본격적으로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헬스케어 서비스 가입자는 아직 미미하다. 의료법, 신용정보법 등의 규제로 보험사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초보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보험사들이 주로 제공하는 헬스케어 서비스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걷기, 달리기 등 운동 목표를 달성한 것이 확인된 가입자에게 보험료 할인이나 모바일 쿠폰 구매가 가능한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대형병원 진료예약이나 검진 예약대행 서비스 등도 많이 한다. 해외에서 소비자의 건강 상태를 분석해 보험 설계부터 실제 의료서비스 이용과 복약지도, 만성질환 관리, 여명 관리를 비롯해 질병예측 시스템까지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비교하면 걸음마 단계다.


헬스케어 서비스는 보통 △1단계 건강위험도 측정 △2단계 상담을 통한 행동목표 설정과 처방전(지원계획서) 작성 △3단계 지원도구(문자, 전화, 이메일 등)를 이용한 생활습관 개선 지원 △4단계 서비스 과정 및 성과 평가의 과정을 거친다.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의료행위에 대해 광범위하게 해석하는 국내에서는 의료기관만 서비스 전체를 공급할 수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1단계를 제외한 2단계부터는 비의료행위로 간주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단기간 내 체중이 급격히 늘어난 가입자에게 식단 조정을 권하는 것이 의료행위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할 정도다.

미국에서 유명한 '문재인 글러브',

보험사들의 헬스케어 서비스가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니 가입자는 미미하다. 손해보험사들은 지난해 기준 총 10만명도 채 안되고 생명보험사도 120만명 남짓이다. 그나마 절반 가량은 SK텔레콤 등과 제휴해 앱을 출시한 AIA생명 ‘AIA바이탈리티’ 가입자로 추정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고령화 시대 헬스케어의 핵심은 만성질환 관리인데 국내에선 의료행위를 폭넓게 규정한 의료법과 환자의 의료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신용정보법에 가로 막혀 있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 보험사들은 일찌감치 타 산업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1위 건강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는 전자기기 제조업체 애플의 건강데이터 공유 플랫폼 ‘헬스키트’의 정보를 활용해 보험 가입자들에게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유나이티드헬스는 1억명이 넘는 가입자의 20년 이상 건강 관련 데이터를 확보해 주단위로 질병 예측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특정 지역에서 특정 질병이 얼마나 발병할 것인지까지 예측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보험사 뿐 아니라 헬스케어 전문업체들도 진료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분석할 수 없다.


조용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헬스케어 서비스는 피보험자에게 추가 보험료 부담 등이 없고 보험사는 질환 발생으로 인한 보험금 지급을 줄일 수 있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며 “장기적으로 의료기관이 개인별 처방전을 작성하면 국민건강보험이 비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헬스케어 서비스 전문기관에게 서비스 제공을 위탁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제공 동의 안하면 안전?" 해외에서는…

미국에서 유명한 '문재인 글러브',

헬스케어(건강관리) 업계는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해 의료법 개정과 함께 원천 차단된 의료정보 이용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작용은 사후규제를 강화해 막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해외 주요국은 의료정보를 활용한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법률을 정비해 왔다. 미국의 '건강보험 이전과 책임에 관한 법(HIPPA)'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치료 △건강관리 △의료비 지불 등 일정한 조건에 해당할 경우 고객이 최초 동의하면 의료기관을 비롯해 보험회사, 헬스케어 전문업체 등이 추가 동의 없이 개인의 식별된 의료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다만 소비자가 정보 공유에 동의하지 않으면 상호 호환이 중단되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이와 달리 매번 개인정보 공유에 대한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는 '옵트인(Opt-In)' 방식을 쓰고 있다.


미국 헬스케어 업체들은 소비자가 제공한 의료정보를 이용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빅데이터 분석에 활용한다. 이를 통해 각종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고객이 이용하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식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복약습관 지도가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헬스케어 업체들이 의료정보를 활용해 이를 관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뇨약을 복용 중인 사람이 혈압이 높아져 신장에 염증이 생겼을 경우, 단순히 약을 바꾸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고혈압의 기제를 설명하고 혹시 모를 건강상 이상에 대비해 고혈압 및 신장 질환에 대해 의사와 상담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식별정보는 물론 비식별 정보 조차 활용이 금지돼 있다. 당뇨 환자가 아니더라도 특정 수술을 하기 위해 당뇨약을 투약해 질병코드에 당뇨를 입력한 경우에도 진짜 당뇨 환자인지 일시적으로 약물을 투약한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미국은 의료정보 활용도를 높인 반면 징벌적배상제를 도입해 사후 책임을 무겁게 지도록 해 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자본금 8억원짜리 소규모 회사도 고객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하거나 활용하지 않는다"며 "잘못하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책임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여러 건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대부분의 법안이 의료정보를 민감정보로 분류해 통과되더라도 사실상 개인 동의 없이는 상업적으로 활용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해외처럼 철저한 사후 책임하에 개인정보 활용범위를 넓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정보와 관련한 현행 사전동의 방식은 개인이 자기 책임 하에 정보를 지키라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무책임한 것"이라며 "미국의 경우 어느 요건을 만족하면 정보를 제공해도 되는지에 대해 소비자에게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고 이를 활용한 회사에 사후 책임을 묻는다는 차원에서 더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법인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 헤맬 때 동남아·멕시코는 '원격진료' 순항

미국에서 유명한 '문재인 글러브',

국내 원격진료가 논란 속에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원격진료의 허용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와 멕시코 등에서도 원격진료가 가속화되고 있다.


원격의료를 가장 폭넓게 허용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주로 환자와 의료진 사이 영상·음성통화를 이용해 상담이나 소통하는 텔레컨설팅 방식으로 이뤄진다. 환자가 의료기기를 통해 혈압, 혈중산소농도 등 건강정보를 의사에게 전달하고 의사가 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한다. 2017년 미국의 원격의료 서비스 시장규모는 19억5470만달러(약 2조3000억원)로 연평균 25.1%씩 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2009년부터 정부가 원격의료를 전략적으로 확대했다. 원격의료가 넓은 영토로 인한 의료서비스의 불균형을 완화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허용 폭을 단계적으로 넓혀 현재는 원격진료 외에도 원격 처방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원격의료 서비스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현급(국내의 시·군·구에 해당)병원까지 확대하고 원격 처방이 가능한 질환의 종류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멕시코도 중국과 유사한 과정으로 원격의료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멕시코 정부가 2014년부터 의료인프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원격의료를 허용했다고 소개했다. 원격의료가 의료인프라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미국의 일부 의료기관들과 협업해 국제 원격의료를 허용한 것도 특징이다. 내용에서도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멕시코가 진행한 원격 유방암 검진 프로그램 등을 원격의료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원격의료도 높은 수준까지 허용되고 있다. 많은 동남아 국가들이 인구 1000명 당 의사가 0.5명 수준에 불과해 원격의료가 대안으로 떠오르면서다. 특히 스마트폰 영상통화로 진료를 받고 의약품 처방부터 구입·배달까지 가능한 '할로닥', '링엠디', '닥터 애니웨어' 등 민간 애플리케이션이 부상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만 약 200만명이 원격진료 앱 '할로닥'을 이용했으며 태국, 싱가포르 등 국가에서도 유사한 서비스의 사용자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만보기' 스마트워치 언제까지…

미국에서 유명한 '문재인 글러브',

애플워치/사진=애플

애플 등 글로벌 IT(정보기술)업체들이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착용형)기기의 헬스케어 기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24시간 내내 이용자 신체에 밀착해 맥박이나 심박동, 운동량, 수면기록 등 건강상태를 측정하기에 이만한 의료기기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규제에 가로막혀 심전도 측정 등 좀더 고도화된 기능을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세계 스마트워치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35.8%로 압도적 1위다. 2위는 삼성전자(11.1%)다. ‘애플워치’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애플워치4’의 헬스케어 기능이 판매 증가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는 “소비자들은 애플워치의 심전도 측정 기능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심전도 측정은 애플워치4에 새롭게 포함된 기능. 30초간 심전도를 측정하면 부정맥(불규칙한 심박동)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측정 결과는 애플의 헬스케어 앱(애플리케이션)에 자동 저장돼 개인 의료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 애플워치4의 심전도 기능 덕에 심방세동 증세를 미리 알고 병원으로 이동해 목숨을 구했다는 실제 사례들이 나오면서 애플은 헬스케어를 스마트워치의 핵심 기능으로 전면에 내세운다.


하지만 국내 판매용 애플워치4는 사정이 다르다. 애플워치4의 심전도 측정 기능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지만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은 받지 못해 국내 판매용 제품은 해당 기능을 이용하기 어렵다. 식약처에서 의료기기 승인을 별도로 받아야 하는 데다 국내에서 원격의료가 불법이어서 논란의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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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LG전자 등 스마트워치를 만드는 한국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심전도 측정기술이 있어도 국내에서는 실제 스마트워치에 탑재해 의료기기 승인을 받기 어려워 상용화가 막혀있다.


건강관리용 앱도 활용범위가 제한적이다. 삼성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에 탑재된 건강관리 앱 ‘삼성헬스’에는 본래 실시간 의사 면담이나 AI(인공지능) 진단서비스 기능이 담겼지만 현재 이 기능은 외국 일부 국가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국내 헬스케어 관련 웨어러블기기나 앱들의 경우 운동종목별 활동량, 수면, 스트레스지수 등을 기록하는 데 기능이 머물러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ICT 규제 샌드박스 1호 사업으로 고대 안암병원과 국내 기술벤처 휴이노의 '손목형 심전도 장치'를 선정하면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휴이노가 승인받은 서비스는 의사가 측정된 심전도 기록을 모니터링하고, 이상이 보이면 전화나 문자로 병원으로 오라고 안내하거나 협력 의료기관을 소개해준다. 다만 제한된 구역에서 규제를 면제하는 실증특례로, 대상자는 해당 병원의 일부 환자에 한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제한된 구역에서 규제를 면제하는 '실증특례'라서 당장 헬스케어 시장에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면서도 "관련 기업들의 기술 개발이나 승인 작업에 속도를 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국내 출시 여부는 미정이지만 스마트워치에 심전도 측정 기능을 넣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헬스케어 앱의 기능도 꾸준히 업그레이드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2년 전세계 스마트워치 출하량은 9430만대로 전체 웨어러블 기기 판매량(1억9400만대)의 절반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은 올 초 미국 FDA로부터 웨어러블 기기용 심전도측정 기술 승인을 받았다. 애플은 혈당 측정, 뇌졸중 예측 모니터링 기능 등을 차기 애플워치에 넣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수년째 제자리 '헬스케어 규제 완화' 이번엔 성공할까

미국에서 유명한 '문재인 글러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 2월 27일 경기도 판교 코리아바이오파크를 방문, 입주기업인 크리스탈지노믹스 실험실에서 연구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기획재정부

정부가 헬스케어(건강관리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에 재차 도전하고 있다.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규제완화의 필요성과 시급성이 누차 지적돼 왔지만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마리 풀겠다는 입장이지만 워낙 이해관계가 첨예한 터라 가시적인 성과를 조기에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 핵심규제 개선을 다짐했다. 우선적으로 만성질환자 비대면 모니터링 등 비(非)의료 헬스케어 기준 및 사례 마련 등이 올해 추진 과제다.


앞서 지난해 12월 '2019년도 경제정책방향'에도 스마트폰을 활용한 비대면 모니터링과 헬스케어 활성화 사업을 핵심 규제혁신 과제로 포함했다. 헬스케어 활성화는 2018년도 경제정책방향에도 담겼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6년 2월 무역투자진흥회의의 안건이기도 했다. 이처럼 매번 정부가 중점 추진 과제로 선정해 규제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도 진척이 없는 건 워낙 이해관계가 첨예하기 때문이다. 의료계와 IT 산업계, 환자 등 이해 당사자의 입장이 다 다르다.


일단 헬스케어의 정의부터 바로 잡고 가야 한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에게만 의료행위를 허용하는데,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헬스케어를 의료행위로 볼지 여부가 관건이다. 의료행위라는 용어에 대해 구체적인 정의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대법원의 판례 등은 의료행위의 범위를 상당히 넓게 인정하고 있어 헬스케어 활성화에 대한 의료계 반발이 거세다.


1차 의료기관에서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비대면 모니터링 시범사업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목표로 삼았던 이달 중 시작이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원격 의료로 인한 병원 간 양극화 등 부작용을 지적하는 우려와 반발도 만만치 않아서다.


헬스케어 산업 빅데이터 규제개혁도 아직 지지부진하다. 미래 산업으로 부상한 헬스케어 시장은 빅데이터 수집·분석이 필수적이지만 엄격한 개인정보보호 규제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등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 통과는 아직 난망한 상황이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등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총 동원해 문제를 풀어나갈 방침이다. 최근 올리브헬스케어가 규제샌드박스로 신청해 규제를 풀어낸 '임상시험 참여 희망자 온라인 중개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리브헬스케어의 서비스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규제없음'을 명확히 한 이후 기존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서울대병원, 삼성병원등 빅5병원 등과 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김지산 기자 san@mt.co.kr, 민승기 기자 a1382a@mt.co.kr, 전혜영 기자 mfuture@mt.co.kr, 고석용 기자 gohsyng@, 민동훈 기자 , 강미선 기자 river@mt.co.kr

2019.05.1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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