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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경력·전공 무시…오직 사람만 보고 뽑은 봉준호의 사람들

by머니투데이

봉 감독의 '열린 인재 채용' 방식

머니투데이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4개 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 / 사진=뉴스1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대상격인 작품상을 포함한 4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기생충'의 이같은 쾌거의 배경엔 봉 감독의 현명한 인재 기용 방식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생충' 자막 번역 달시 파켓· 공동집필 한진원·통역가 샤론 최 …모두 '관련 경력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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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영화상 트로피를 받고 기뻐하고 있다. 오른쪽은 통역을 맡은 샤론 최(최성재)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해 5월 프랑스 칸 영화제부터 봉 감독의 통역을 맡아 뛰어난 통역으로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은 최성재씨(샤론 최)는 전문통역가가 아니며 심지어 통번역 관련 전공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샤론 최는 한국 국적으로서 초, 중, 고등학교를 모두 한국에서 나왔으며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며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으로 알려져 있다.


또 최근 단편 영화를 찍은 신인감독이며 한 인터뷰에선 "영화 감독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2018년 10월엔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의 북미 진출 당시 관련 행사에서 통역을 한 바 있다.


누리꾼들은 그가 단지 영어만 잘 하는 전문가가 아니라 영화에 관심과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기에 가장 적절한 통역이 가능했으며 '기생충'의 해외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의 해외 진출에 큰 역할을 한 또 다른 인물은 바로 자막 번역가 달시 파켓이다. 역시 전문 번역가가 아니라 영화 기자 출신인 그를 알아보고 번역을 믿고 맡긴 인물도 봉 감독이다.


미국인인 달시 파켓은 1997년에 고려대학교 영어강사로 한국에 처음 온 뒤 한국 영화에 빠져 취미로 웹사이트에 영화평을 올린 것이 영화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면서 영화 기자가 됐다. 이후 영화 감수 작업에 참여하다가 봉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시작으로 영화 번역을 하기 시작했다.


달시 파켓은 "당시 '살인의 추억' 번역 제의를 받고 사실 나도 매우 놀랐다, 내가 영화 번역이 처음이었다는 걸 감독님도 아마 몰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달시 파켓은 '옥자'를 제외한 모든 봉 감독의 영화의 자막 번역을 맡았으며, 이번 '기생충'에서도 '짜파구리'와 같은 까다로운 한국어들을 적절히 번역했단 평을 받고 있다.


또, '기생충'의 각본을 봉 감독과 공동집필해 이번 아카데미 각본상을 공동수상한 한진원 작가는 이번 '기생충'이 작가로서의 첫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용인대 영화영상학과를 졸업해 각종 영화에서 소품팀과 연출팀에서 일하던 인물이다. 봉 감독과는 영화 '옥자'의 연출팀 소속으로 인연을 맺었다.


당시 한 작가를 눈여겨 보던 봉 감독이 '기생충'의 공동 집필과 스크립 슈퍼바이저(각본 감수)를 맡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봉 감독은 그를 소개하며 "저보다도 더 변태적인 아이디어로 가득 찬 멋진 공동작가"라며 극찬했다.


한진원 작가는 '기생충'에 등장하는 "38선 아래로는 골목까지 훤합니다", "실전은 기세야"같은 주요 대사들을 직접 쓴 것으로 알려졌다.

캐스팅도 남다른 봉 감독…'심드렁' 배두나 발굴· 아역배우에 "여기가 마카롱 맛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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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미국)=뉴스1) 권현진 기자 = 한진원 작가와 봉준호 감독(오른쪽)이 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기생충’은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국제극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 각본상을 수상하며 65년 만에 칸·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석권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편 1929년부터 시작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일명 '오스카'로도 불리는 미국 최대의 영화 시상식이다.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가 상을 수여한다. 2020.2.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외에도 봉 감독은 배우 캐스팅 방식 또한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의 주연을 맡은 배두나는 한 인터뷰에서 캐스팅 비화를 밝혔다. 당시 잡지 모델 등으로 활동하던 그는 "솔직히 당시엔 배우로서의 꿈이 없었다. 오디션장에 가서도 내가 오디션장에 앉아 있어야 하다니 하며 심드렁한 얼굴로 따분하게 앉아있었는데, 그거를 봉 감독님이 좋게 보시고 캐스팅을 했다"고 밝혔다.


이는 영화 '플란다스의 개'에서 배두나가 맡은 '박현남' 역할의 심드렁한 성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봉 감독의 넷플릭스 대작인 '옥자'의 주인공 '미자' 역을 맡은 안서현 배우의 캐스팅 비화 역시 독특하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의 아역 배우이던 안서현은 2017년 인터뷰에서 "오디션 공고를 보고 메일을 보냈는데 봉 감독 측에서 연락이 와 사무실로 찾아갔다"고 밝혔다.


"보통 감독님들을 만나면 스케줄 확인하고, 연기관이 어떠냐, 대본 읽어봐라 이런 말씀을 하시는데 봉준호 감독님은 '오늘 밥 뭐 먹고 왔어' '친구들이랑 뭐했어' 이런 걸 물어보셨다. 어 어 하면서도 '떡볶이 먹었고요 그네 타다가 넘어졌어요' 이런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러다 '다음에 보자' 하고 끝났는데 정말 다음에도 불러주셨다. 그 때는 작품 이야기를 하시겠지 했는데 그게 한 10개월 이어졌다. 장소를 옮기시기에 '아 이제 진지한 이야기 하나' 하면 '여기가 마카롱 맛집이야' 이러시곤 했다. 정말 맛있다 하면서도 '이래도 되나' 하긴 했다. 대본은 10개월이 지나 받았다."


안서현이 전한 특이했던 봉준호 만의 캐스팅 방식이다.

이들의 공통 분모는 '영화와 인간에 대한 관심·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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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뒤 기자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봉 감독과 함께한 이들의 공통 분모는 모두 영화와 인간에 대한 애정, 관심 등이라고 볼 수 있다. 형식적인 틀과 경력 등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시선과 기준으로 그 사람 자체를 바라보는 봉 감독의 남다른 인재 기용에 전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임지우 인턴기자 jiull@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