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개의 박공지붕과 네 개의 마당이 있는 제주 ‘소우주’에는 12종의 목재가 사용되었다

[라이프]by 나무신문

‘소우주’의 가장 큰 특징은 박공지붕이 여섯 개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겐 익숙한 집이지만 스테이의 역할까지 수용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상업성이 필요했기 때문에, 단순한 외관 디자인 보다는 조금 더 유니크한 건축미가 돋보이도록 계획했기 때문이다. 


이 여섯 개의 박공지붕의 나열은 입체적이면서도 다이나믹한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마치 제주의 오름들을 연상케 한다. 또 실내에선 높은 천정고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개방감이 느껴지고, 다락 공간의 활용으로 풍부한 수직적 경험이 가능하다. 그리고 처마를 외벽선보다 길게 빼내어 자연낙수가 가능하고 별도의 선홈통이 필요 없기 때문에 깔끔한 입면 계획이 가능하다. 

여섯 개의 박공지붕

제주 남서쪽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작은 마을, 서광리. 소우주가 있는 곳이다. 대지로부터 반경 2㎞ 내에 인접한 국제 학교를 중심으로 소위 영어마을이라고 불리는 주거 단지가 형성돼 타지인의 유입이 많은 지역이다. 


하지만 대지 주변은 비교적 고즈넉한 제주 특유의 마을 느낌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건축주 또한 육지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로 내려와 가족들과 함께 터를 잡았고, 더욱 단단히 뿌리내리기 위한 다음 발걸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건축주는 계획 초기부터 실제 거주할 안채와 프라이빗 렌탈하우스로 활용할 별채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별채에서는 기존 보편적인 주거에서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공간과 재료, 마당을 만끽하길 바랐다. 

이야기가 있는 네 개의 마당

필요로 하는 연면적에 비해 대지가 큰 편이었고, 마당과 건물의 관계에 대해 밀도 있게 고민해야 했다. 그저 광활한 단일 마당보다는, 다채로운 역할을 지닌 마당 공간의 분할로 내외부 공간에 재미와 리듬감을 갖길 원했다. 


그래서 건물을 十자 모양으로 배치해 마당을 크게 네 개로 분할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또한 제주의 지역색이 도드라지는 자연 요소와 안거리+밖거리를 적극 활용한 공간계획으로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네 개의 테마 마당이 조성됐다. 마당들은 각각 그늘마당, 주차마당, 잔디마당, 이끼마당이라는 이름을 가게됐다.


 ‘소우주’의 평면 구성은 전통적 공간의 서사구조인 수평적 서사를 따르고 있다. 대지 동측에서 진입해 서측으로 흐르는 듯이 펼쳐지는 평면은, 공간을 이동하며 다채롭고 풍성한 공간과 바깥 마당경관을 즐길 수 있다. 


그에 반해 입면 디자인은 잘게 쪼개어 세로의 축선을 강하게 살렸다. 별채동은 그저 한 개동이지만 입면은 다섯 부분으로 쪼개어 그 규모에 대한 감각을 모호하게 만들어주고 단조로울 수 있는 입면 구성을 타파했다.

열두 가지 목재로 구성된 실내외 마감

투숙객들이 기존 주거에서 경험하지 못한 공간과 재료를 느낄 수 있길 원했던 건축주의 바람은 실내외 마감 및 가구, 공간 구성에서 드러난다. 목재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얻어, 각 공간의 용도와 목재의 성질을 세심하게 고려하여 수종이 결정되었다. 


소우주의 박공을 구성하는 외부 상부 부분은 폭 45㎜, 두께 18㎜의 이페, 아프리카 체리, 아프젤리아, 부빙가, 임파스, 사구라, 샤벨 등 일곱 종의 목재를 복합적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내부에는 최고 등급의 웨스턴햄록과 북미산 홍송, 브라질오크, 옐로우시다 등이 마감재로 사용됐다. 계단판은 멀바우, 아프젤리아, 체리 원목을 사용해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풍성한 목재의 향연으로 소우주는 안팎으로 안온하면서 친환경적인 공간을 가지게 됐다. 소우주의 목재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에이징(Ageing) 되면서 나이테처럼 히스토리가 쌓이는 유산이 될 것이다. 


글 = 유타건축사사무소 / 정리 = 서범석 기자 

건축개요

위치▷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용도▷다가구주택

대지면적▷1,210㎡

건축면적▷228.66㎡

연면적▷214㎡

규모▷지상2층

주차▷5대

높이▷8.99 m

건폐율▷18.90 %

용적률▷17.69 %

구조▷철근콘크리트구조+경량목구조

외부마감▷두라스택 Solid Tile(허니브라운)

목재_이페, 아프리카체리, 아프젤리아, 부빙가, 임파스, 사구라, 샤벨 등

데크▷멀바우 각재

내부마감▷목재_웨스턴햄록, 브라질오크, 옐로우시더

                  마루_북미산 홍송

                  계단판_멀바우, 아프젤리아, 체리 원목 도장

설계▷㈜유타건축사사무소

설계담당▷UTAA Company 김창균, 배영식, 정선영

구조설계▷두항구조

시공▷㈜스튜가목조건축연구소

조경설계▷듀송플레이스

가구 디자인▷벨로 크리에이티브 (bello creative)

사진작가▷texture on texture 신해수

배치도

<1층 평면도>

<2층 평면도>

<다락 평면도>

정면도

좌측면도

배면도

우측면도

단면도

단면도

건축가 소개

김창균

1971년생으로 서울시립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해병대사령부 건축설계실, 에이텍건축 등에서 다양한 작업에 참여하며 실무경험을 쌓았고, 2009년 UTAA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서울시립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당진시 공공건축가이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젊은 건축가상’, 목조건축대상, 경주시 건축상, 스틸하우스 건축대전 최우수상, 경남건축대전 대상 등을 다수 수상했다. 

단독주택, 카페, 도서관, 사옥 등 일상의 중·소규모 건축물을 바탕으로 하는 프로젝트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며 작업에 임하고 있다. 

주요 작업으로 용인 규우주, 운중동 도시채, 세종시 Yes House 등 단독주택과 포천 피노키오 예술체험공간, 서울시립대학교 정문, 이천 Sugar-lump, 당진시 의회 도서관, 여수 모이핀, 중곡동 도시다반사, 청담동 비원, 김포 은혜의교회 예배당 등이 있다.


서범석 기자 seo@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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