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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3차 우한교민 맞는 이천, 계란 투척 대신 ‘환영’…“이유 있었다”

by뉴스1

긴박했던 하루 ‘소통 또 소통’→시·지역·마을 대표 잇따라 만나

교민 입소 연수원 직원 거주 아파트선 “소독 철저히 해 달라”

뉴스1

10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 이황1리 마을회관에서 마을주민들이 행정안부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남아있는 우리 교민을 임시항공편(3차 전세기)을 이용해 국내로 데려온 후 경기 이천의 국방어학원에 임시생활시설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2020.2.1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도시락 등 교민들이 사용하는 물품을 지역에서 구입해 달라”, “마스크, 손 세정제 등 방역 물품을 충분히 구해 달라”.


지난 10일 오후 4시 3차로 입국하는 우한교민들의 격리 생활공간인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 국방어학원 인근 이황1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주관 간담회에서 나온 주민들의 반응이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고성도 반대의견도 나오지 않았고 몸싸움도 없었다.


차분하고 다소 불안한 표정이긴 했지만 참석한 30여명의 주민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국방어학원에서 불과 2㎞도 떨어져 있지 않은 이황5리 주민의 발언은 이날 설명회를 주관한 행안부 이승우 정책관마저도 안도하게 했다.


이곳에는 교민들이 생활할 국방어학원 직원, 군인 등 1900명이 거주하는 군인 아파트가 있다. 젊은 사람이 많아 자녀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학원 차량 등 외부차량이 하루 3400대가량 드나들고 주말에는 가족들이 면회를 오기도 한다.


감염에 대한 공포가 인근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그런데 이곳 주민은 “아파트에도 소독 시설을 해달라고” 했다. 또 “군 관사이다 보니 시 행정이 미치는데 한계가 있어 정보 파악이 늦다. 잘못된 여론이 형성되면 장호원읍 일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관련 소식을 알릴 수 있는 방송시설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천은 SK하이닉스 증설이 구리 배출 문제로 제동이 걸렸을 때 시장을 포함해 1000여명의 주민이 상경해 삭발 시위를 벌일 정도로 지역 색이 강한 곳이다.


규제로 지역발전이 더디고 외부에 대해서는 폐쇄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이천에서 전 세계로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지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귀국하는 교민들을 별다른 이견 없이 받아들이기로 했을까.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는 10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남아있는 우리 교민을 임시항공편(3차 전세기)을 이용해 국내로 데려온 후 경기 이천의 국방어학원에 임시생활시설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경기도 이천시 국방어학원의 모습. 2020.2.1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시간을 되돌려 하루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엄태준 시장은 9일 오후 행안부 차관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장호원 국방어학원이 유력 후보지 가운데 하나다’라는 짧은 내용이었다. 엄 시장은 당시 통화에서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고 했다.


이후 엄 시장은 시 이통장협의회, 시 주민자치위원회, 시 새마을지회 등 지역내에서 주민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영향력이 큰 기관단체 회장단 등과 긴급 회동을 갖고 관련 사실을 설명했다.


이날 저녁에는 장호원읍을 찾았다. 앞서 만난 기관단체 회장단과 함께 간 이곳에서도 읍 이장단, 기관단체장 등과 관련 사실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관련 사실을 주민들에게 사전에 알려달라는 취지의 간담회였는데 이 자리에서 “짧은 기간인 만큼 슬기롭게 대처해 행정 집행의 모범사례를 만들어 보자”는 의기 투합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인 10일 아침에는 국방어학원 주변지역 주민과도 만났고 몇 시간 뒤인 오전 11시 정부는 국방어학원을 교민 입소 시설로 발표했다.


발표 20여분 전에 해당 사실을 통보받은 엄 시장은 시 전체 14개 읍면동 기관단체장에 연락해 이날 오후 2시 이들과 시청에서 내용 설명과 함께 협조를 구했다.


이 자리에서도 대체로 환영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신둔면의 한 주민은 "이천시민으로서 방역차단만 제대로 된다면 현수막을 걸고 환영의사를 밝히겠다"며 "항공방제할 수 있는 대대적인 방역의 충분한 방제만 해준다면 시민으로서 빠른 쾌유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중리동 지역주민은 "우한교민도 걸리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거기 생활하다보니 그랬는데 이천에 오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반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주민분께 이야기 잘 해서 이해를 구하고 방역만 철저히 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오후 4시에는 이황1리에서 행안부 주관 주민설명회가 이어졌고 이 자리에서도 소독에 대한 당부와 피해 예방에 대한 주문, 지역 지원 요청 등이 주를 이루는 등 반응은 비슷했다.


설명회를 주관한 이승우 정책관은 “정부 차원에서 경기도, 이천시와 협조해 가능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답했다.


엄태준 시장은 “성숙한 시민의식 가진 여러분의 노력과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 보여줄 것”이라며 “경기도와 중앙정부도 우리 희생에 대해 보답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뉴스1) 김평석 기자 = ​ad2000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