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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이거 음질이 왜이래?"…중고로 산 에어팟, 알고 보니 차이팟?

by뉴스1

차이팟을 정품 에어팟 박스에 넣어 고가에 파는 '박스갈이' 성행

최신 '에어팟 프로'도…"일련번호 확인해야"

뉴스1

중고거래 사이트의 '에어팟' 거래글(중고나라 갈무리)© 뉴스1

#A씨(37)는 중고거래 커뮤니티에서 정가 19만9000원 애플 에어팟2를 11만원에 구매했다. 구매한 에어팟은 분명 휴대폰과 잘 연동됐지만 음질이 너무 나빴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A씨는 뒤늦게 에어팟 케이스와 박스의 시리얼번호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A씨가 구매한 에어팟2는 단돈 2만원짜리 중국산 짝퉁 에어팟이었고 박스만 정품이었던 것이다.


최근 중국산 저가 무선이어폰 '차이팟'을 정품 에어팟 박스에 넣고 애플 에어팟인 것처럼 고가에 판매하는 일명 '박스갈이'가 성행하면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차이팟'은 '차이나(중국)+에어팟'의 합성어로 중국 업체들이 에어팟과 닮은 외형으로 제작한 무선이어폰 카피제품을 말한다. 차이팟은 중국 온라인 몰인 알리바바 등지에서 50위안(약 8500원)부터 300위안(약 5만원) 사이로 구할 수 있다.


기존 에어팟 1·2세대뿐만 아니라 최신 제품인 '에어팟 프로'의 카피제품인 '차이팟 프로'도 있다. '차이팟 프로'는 애플이 지난해 10월29일 에어팟 프로를 공개한지 겨우 이틀 만에 중국 온라인 몰에서 530위안(약 9만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애플 에어팟, 가격·브랜드 선호도 높아 짝퉁 생산 '타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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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에어팟 프로(애플 제공)© 뉴스1

애플의 '에어팟'만 유독 '짝퉁' 문제가 성행하는 것은 애플에 대한 '브랜드 선호도'와 '높은 가격'이라는 두가지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이라는 브랜드는 시장선호도가 높은 데다 충성고객도 많은 편이다. 에어팟 프로는 지난해 출시 이후 지금까지도 물량이 부족해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경우 한 달을 기다려야 물건 수령이 가능할 정도다.


게다가 에어팟 시리즈는 다른 블루투스 이어폰에 비해 가격이 높다. 애플 공식홈페이지 기준 에어팟 2세대는 19만9000원(유선 충전 케이스)에, 가장 최신 시리즈인 에어팟 프로는 32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경쟁 제품인 삼성전자 갤럭시버즈 시리즈의 최신 제품 '갤럭시버즈 플러스(+)'의 가격이 17만9300원으로 책정됐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도, 똑같이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없는 에어팟 2세대조차 갤럭시버즈+보다도 가격이 높다.


앞서 중국 포털 업체 시나테크가 에어팟 프로에 대해 중국 네티즌 7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 이상이 "에어팟 프로 가격이 너무 비싸다"면서도 20% 이상이 구매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이팟 시리즈는 국내에서도 판매량이 적지 않은 편"이라며 "오픈마켓이나 오프라인에서도 에어팟 정품의 가격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이 구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차이팟 '박스갈이' 사기에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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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프로 정품(왼쪽)과 차이팟 소개 사진© 뉴스1

문제는 '박스갈이'로 짝퉁 차이팟이 에어팟 정품으로 둔갑해 버젓이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차이팟'이 에어팟 시리즈와 육안 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실제로 미개봉 상태의 박스로는 구분이 거의 불가능하다. 시리얼번호도 애플 홈페이지에 등록돼 있다. 차이팟 제조사들은 애플 제품끼리 무선연결을 지원하는 'H1칩'도 복사해 아이폰 등 타 애플 제품들과도 자동 연결된다.


다만 이어폰을 자세히 살펴봤을 때 이어팁이나 이어폰 끝부분이 조금씩 다르다는 차이도 있다. 귀에 껴봤을 때는 무엇보다 음질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노이즈 캔슬링' 등의 기능도 작동하지 않는다.


또 애플에 따르면 정품인 경우 휴대폰의 LED등 위에 에어팟을 놓았을 때 에어팟 내부 구성요소에 의해 빛이 차단되고 타사 제품이라면 내부 구성요소가 없어서 빛이 통과된다.


애플 고객센터 관계자는 "제품을 개봉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품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며 "일련번호를 확인하는 등 추가적인 검증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서울=뉴스1) 윤지현 인턴기자 preyun@news1.kr, 김정현 기자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