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승부조작, 개업비리...그 속에 7명 죽음의 비밀 있다"

[이슈]by 노컷뉴스

"누군가 죽을 수 밖에 없는 구조"

기수에게 승부 조작 요구 빈번

불공정한 마방 배부..'개업 비리'

기수, 조교사 생활 불안정 개선돼야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조성애(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국장)


지난달 29일이죠. 부산 경남 경마공원에서 한 40대 기수가 3장짜리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서에는 이렇게 써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등급을 낮춰서 하위군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대충 타라고 작전 지시를 한다. 부당한 지시가 싫어서 마음대로 타면 다음에는 말도 안 태워준다. 일부 조교사들이 말을 의도적으로 살살 타라고 하고 말 주행 습성에 맞지 않는 작전 지시를 내리는 등 부당한 지시를 했다.’


이렇게 절절히 써내려간 유서에는 부정 경마에 대한 얘기가 있었고 또 그 부정 경마에 조교사들의 개업 비리까지 폭로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는데요. 알고 보니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 경마 공원은 2006년에 문을 열었는데 지금까지 무려 7명이 이런 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결코 우연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유를 한번 찾아보죠.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국 조성애 국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조 국장님, 나와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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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부산 렛츠런파크) [연합뉴스TV 제공]

◆ 조성애> 네,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고인이 남긴 3장짜리 유서를 저희가 다 소개는 못 합니다마는 읽고 나서 받은 느낌이랄까요. 어떠셨어요?


◆ 조성애> 부산은 아직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구나. 또 누군가가 이렇게 죽을 수밖에 없는 구조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현정>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구나.


◆ 조성애> 네.


◇ 김현정> 도대체 무슨 일인 건지 한번 들여다보죠. 일단 이번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그 기수 분은 어떤 분입니까?


◆ 조성애> 2004년도에 기수 학교 졸업하고 기수가 되고요. 그리고 승률도 굉장히 좋은 선수였어요. 그러다가 좋은 말을 못 타게 되고 성적이 자기의 실력과는 상관없이 결정되는 것 속에서 이제 기수로 일하면 이렇게 힘들구나. 내가 조교사가 되어서 정말 좋은 경마 문화를 한번 만들어보겠다. 이렇게 2015년에 조교사 자격증을 취득하죠.


◇ 김현정> 그러니까 조교사라는 것은 그냥 언뜻 들으면 훈련시키는 교사인가 싶은데 그게 아닌 거죠?


◆ 조성애> 네. 그러니까 조교사는, 말을 마주들이 가지고 있잖아요. 그러면 그 마주들에게 ‘내가 그 말을 잘 훈련시켜가지고 경주에 내보낼 테니 맡겨주세요’ 라고 하고 그다음에 그 말을 관리할 수 있는 마필관리사라고 있어요. 이 사람들을 고용해서 말을 관리하게 하고 그런 24마리에서 한 45마리 정도까지의 말 전체를 관리하고 스케줄 잡고 경주에 출전하고 이런 것들을 하는 사장이라고 보시면 돼요, 소사장.


◇ 김현정> 소사장. 조금 이게 이 분야에서만 있는 독특한 어떤 지위의 사람인 것 같습니다, 조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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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유가족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들이 부경경마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기수 A씨는 부정 경마와 조교사 채용 비리를 비난하는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29일 숨진 채 발견됐다./연합뉴스/

◆ 조성애> 그렇죠.


◇ 김현정> 그러면 지금까지 설명을 들어보면 굉장히 이 분야에서 오래 일을 했고 안정적인 지위에 있는 분 같은데 도대체 이 분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유서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적혀 있습니다. 하나는 승부 조작. 아니, 이거 하루이틀 된 문제 아니고 그동안에도 대대적인 적발들이 있었는데 아직도 이렇습니까?


◆ 조성애> 그러니까 유서에 보면 말을 자기가 열심히 잘 타면 좋은 말이 될 수 있는데 오늘은 작전상 이 말은 좀 천천히 들어오게 해라. 몇 위 안으로 들어오지 말아라.


◇ 김현정> 들어오지 말아라라는 얘기는 기수가 그러면 달리는 말의 고삐를 죄서 못 달리게 한다든지 이런 방법인 거예요? 어떻게 잘 달리는 말을 못 달리게 할 수가 있습니까?


◆ 조성애> 쉽게 말하면 고삐를 세게 잡고 말에게 긴장을 줘야 되는 건데 그런 걸 조금 덜 주면 그러니까 말도, 이 사람이 나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하지 않는다. 이렇게 느끼나 봐요. 그런 것들을 요구받게 되는 거죠.


◇ 김현정> 이게 결국 승부 조작인 거잖아요?


◆ 조성애> 그러니까 고인도 유서에서 승부 조작. 이런 얘기를 하신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우리가 경마장에 가서 하는 공식 배팅 말고 사설 경마장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배팅들이 또 있기 때문에 결국 그런...


◆ 조성애> 사설 경마장에서는 공식 경마는 한 번에 살 수 있는 마권의 금액이 있는데 사설 경마장은 마권을 마음대로 살 수 있고 또한 그 안에서는 다른 형태의 경주들을 할 수 있게 하고 있고. 공식적인 통계는 아니지만 그냥 경마장에서 나오는 그 경마 수익금, 마권 판매액의 최소 10배 이상의 금액이 사설 경마장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얘기들이 있어요.


◇ 김현정> 10배 이상이요?


◆ 조성애> 네.


◇ 김현정> 또 하나는 이제 마방 개업 비리라는 건데 이게 이분이 2015년에 조교사 자격증을 따고 나서 느꼈던 비애들, 목격한 비리들 이런 것에 대한 폭로였어요. 마방이라는 말도 어렵고 개업 비리라는 말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게 어떤 의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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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 조성애> 마방이라는 건 사실 마구간인 거거든요. 그러니까 아까 조교사가 말을 갖고 있는 마주 그리고 나머지는 말을 관리하거나 말을 탈 사람을 엮는 거라고 했잖아요. 그러면 이 마방은 원래 경마장 거죠. 그 경마장의 마방을 임대해 주는 건데 경마장에서 마방을 임대할 때 심사를 하는 거예요. 이 사람에게 이 마방을 맡기면 잘 운영이 되겠다라는.


◇ 김현정> 그러면 경마장에 그냥 내 말 끌고 와서 이번에 경마 참여하겠습니다 한다고 다 해 주는 게 아니라 그 경마장에서 운영하는 마방이라는 것이 개수가 정해져 있고 그 마방에 말을 넣을 수 있는 자격이 있어야지만 그 경마에 참여할 수 있다?


◆ 조성애> 네.


◇ 김현정> 그러면 이 부산경남경마공원에는 마방이 몇 개예요?


◆ 조성애> 마방이 32개요.


◇ 김현정> 32개.


◆ 조성애> 그러니까 32명의 조교사가 있고 그 안에 말이 1000여 마리가 있는 거죠.


◇ 김현정> 32명의 마방 운영하는 조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말만이, 관리하는 말만이 참여할 수 있는 거군요?


◆ 조성애> 네.


◇ 김현정> 그러면 자격증만 있다고 해서 바로 참여할 수 있는 게 아니네요?


◆ 조성애> 그래서 자격증을 따고 그 마방의 조교사가 정년퇴직을 한다든가 아니면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둔다거나 아니면 비리를 저질러서 쫓겨난다거나 하면 그 마방을 조교사 시험을 딴 사람들에게 배부를 하게 되는 건데요. 그때 누가 되느냐. 사실은 고인은 2015년에 조교사가 됐지만 2012년에 딴 선배 조교사도 있거든요. 그런데 2012년에 땄는데 이 사람 아직 안 됐고.


◇ 김현정> 대기 중이네요, 2012년에 딴 사람도?


◆ 조성애> 자기가 두 번째로 2015년에 딴 사람인데 이번에 그 마방이 비었어요. 그러면 누가 된다더라라는 소문이 돌고 그 심사를 하고 나면 영락없이 그 사람이 조교사로 그 마방을 받게 되고.


◇ 김현정> 아니, 지금 이쪽 분야는 워낙 생소한 분들이 많아서 그런 식으로 운영되는구나라는 것도 처음 아셨을 거예요.


◆ 조성애> 굉장히 복잡하고 사실 잘 모르는 세계인 거죠.


◇ 김현정> 사실은 대학 교수 같은 경우에도 박사 학위 있다고 해서 다 대학 가서 강의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대학에서 교수 자리가 나야, 그리고 채용이 돼야 그 대학에서 강의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네요?


◆ 조성애>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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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그런데 그 대학 교수 자리라는 것이 누군가가 정년퇴직을 해야 혹은 사표를 내야 그다음 순서가 오는데 그 순서라는 것은 대학이 정하는 것이지. 대기하는 사람들이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과 비슷한. 비유를 하자면요.


◆ 조성애> 그런데 마사회에서는 이거는 심사위원회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네는 전혀 관계하지 않았다라고 얘기하지만 유서에서 김 모 처장이라는 사람이 등장하거든요. 이 사람이 A가 된다, B가 된다, 이번에 누구는 안 된다.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 그래서 이런 것들을 보았을 때 마사회의 영향력 아래에 이 마방을 배부받고 그 안에서 자기는 될 수 없다라는 생각 때문에 이렇게 선택을 하시게 된 거죠.


◇ 김현정> 어떻게 보면 일반인들이 모르는 사이에 많은 부정한 것들이 오고갔던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 어떤 대책들이 마련돼야겠습니까?


◆ 조성애> 그러니까 기수가 되면 이 정도의 생활은 좀 유지하고 보장할 수 있는 이런 기본 생활비를 말을 조교하는 과정에서 배분받게 되거든요. 그런데 그게 워낙에 낮으면 생활을 하기 위해서 부정 경마에도 귀가 쏠리기도 하고 이런 것들이라 오히려 정말로 스포츠 산업이 되게 하려면 그곳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최소한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제도는 만들어져야 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조교사 시험을 볼 때 누구나가 예측 가능하게 어느 마방이 언제 빌 거고 그러면 누가 몇 년에 됐으니 이 사람이 되면 몇 번째는 내가. 이런 것들이 서로에게 동의가 되면 사실은 이렇게 경쟁을 조금 덜하게 되고 진짜 말과 스포츠를 연결하는 이런 산업이 될 수 있죠.


◇ 김현정> 그러네요. 그러니까 조교사 자격증 줄 때 좀 더 까다롭게 하고 그다음부터 마방 주는 건 순서대로, 번호표대로 준다면 그나마 공정하지 않겠는가. 이런 대안.


◆ 조성애> 네.


◇ 김현정> 알겠습니다. 하여튼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마사회에서 책임자를 직위 해제했고요.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밝힌 상태니까요. 이번 사건은 어떻게 처리가 되는지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국장님, 고맙습니다.


◆ 조성애> 네.


◇ 김현정>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국장의 조성애 국장이었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19.12.0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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