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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CES 2020

"꺼진 폰도 다시 보자"
화두는 '프라이버시'

by노컷뉴스

글로벌 IT공룡 기업들 앞다퉈 '프라이버시 보호' 강조

소비자 저항, 정부 규제 강화에 대응책 마련 고심

노컷뉴스

(사진=연합뉴스)

반려 로봇, 5G, 플라잉카,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등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첨단 기술제품들이 CES에 쏟아졌지만 다양한 사물 플랫폼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만큼 주목을 받은 분야는 사생활 보호, 프라이버시다.


7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20 행사장에는 눈에 띄는 기업들이 앞다퉈 프라이버시 보호를 들고 나타났다.


최근 구글은 인공지능(AI) 음성비서 구글 어시스턴트 사용시 개인정보를 보다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두 가지 음성 명령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구글 어시스턴트에게 "헤이 구글, 그건 너를 위한게 아니야(Hey Google, that wasn't for you.)"라고 말하면 방금 전 대화를 잊게 만들 수 있다. "헤이 구글, 내 오디오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니?(Hey Google, are you saving my audio data?)"라고 물어볼 수 있고, "헤이 구글, 이번 주에 내가 너에게 말한 모든 것을 삭제해(Hey Google, delete everything I said to you this week)"라고 말하면 해당 기간의 저장된 음성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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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Pixabay/구글)

페이스북은 6일 중요 개인정보보호 설정인 '개인정보 점검(Privacy Checkup)' 기능을 출시했다. 이번 업데이트는 사용자가 무엇을 공유하는지, 정보는 어떻게 사용되는지, 어떻게하면 사용자가 직접 계정 보안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 돕는 기능이 담겼다.


페이스북은 이전 업데이트에서도 사용자가 올린 게시물, 개인 프로필 정보, 연결된 앱이 무엇인지 사용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둔 바 있다.


아마존이 지난 7월 인수한 스마트홈 기기 제조사 링(Ring)은 지난 5일 사용자의 보안 카메라 녹화 동영상을 경찰에 제공하는 것을 차단하는 새로운 업데이트를 내놨다.


지난 8월 아마존 링은 미국 경찰서 225곳에 링 홈보안 카메라로 녹화된 동영상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공개돼 거센 비판을 받았다. 사법권이 강력한 미국도 법원 명령이나 사용자 동의 없이는 개인 사생활을 들여다볼 수 없다. 링은 경찰이 사용자에게 제출 동의를 구하는 툴을 제공하고 동영상을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해 프라이버시 논란이 거셌다.


애플은 1992년 당시 애플 최고경영자(CEO) 존 스컬리가 PDA 제품 뉴턴(Newton)을 들고 참가한 이래 28년 만에 CES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선보인 것은 제품이 아니라 프라이버시 보호였다.


애플의 제인 호바스 애플 글로벌 개인정보보호 담당 수석 이사는 7일 '최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라운드 테이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토론자로 나서 고객의 프라이버시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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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호바스 이사는 "애플은 제품 설계 단계부터 프라이버시를 고려하며, 애플 전체에는 프라이버시를 최우선하는 문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프라이버시 토론에는 페이스북 공공정책 부사장 겸 최고 프라이버시 책임자인 에린 에건과 사생활 침해로 페이스북에 50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 레베카 슬러터도 참석한다.


2018년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페이스북 사용자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 사태는 성장의 정점을 찍고 있던 페이스북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며 글로벌 IT 공룡들과 이용자들에게 경종을 울린 사건으로 기록됐다.


구글과 애플은 자사의 인공지능 음성비서가 사용자의 대화 내용을 몰래 서버로 전송한 사실이 드러나 사과와 함께 이 기능을 즉시 차단시킨 바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e마켓터의 빅토리아 페트로크 수석 애널리스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이 이같은 문제에 대해 더 잘 인식하게 되고 걱정하게 되면서 사생활 보호는 올해 CES의 '핫토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트로크는 "최근 기술회사들이 프라이버시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고 있다"며 "만약 이같은 노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매우 강력한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전에 어느정도 해결책이나 의지를 보여주려는 방어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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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작년 CES 2019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한 호텔에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조하는 광고물을 게시해 주목을 끌었다. (캡처=유튜브)

지난해 CES 2019에서도 프라이버시 문제가 나왔지만 조금 다른 양상이었다. 애플은 CES에 참가하지 않는 대신 전시회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인근에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곤혹을 겪고 있는 경쟁사를 겨냥한 대형 광고물을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아이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 것은 아이폰에 머문다(What happens on your iPhone, stays on your iPhone)'는 이 광고에 대해 전문가들은 "구글과 아마존은 당신의 데이터를 이용해 물건을 팔고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CES에서는 IT공룡 기업들이 경쟁보다 소비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처음 머리를 맞대는 의미있는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CBS노컷뉴스 김민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