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검사 김민수인데..." 착한 내 아들 죽인 그놈목소리

[이슈]by 노컷뉴스

아들 죽음 후 메모장 속 유서 발견

'수사 협조하라' 보이스피싱 피해

협조 않을 시 공무집행방해로..협박

오지 않는 수사관 기다리며 고통..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정훈 기자 (김현정 앵커 대신 진행)

■ 대담 : 익명(보이스피싱 피해자 유족)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 피해 건수 7만 건 그리고 피해 금액은 1조 원을 넘었는데요. 지난달에는 검사와 검찰 수사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그 사기단에 피해를 입은 한 20대 남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이 사기단은 피해자에게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공무 집행 방해죄로 징역 2년 이하의 처벌을 받을 거다. 이렇게 11시간 가까이 통화를 이어가면서 협박을 했는데요. 숨진 피해자는 오히려 자신이 공무 집행 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그 두려움에 유서를 남겼습니다.


갈수록 치밀해지는 그 보이스피싱 사기 수법에 선량한 청년이 목숨을 잃은 것이죠. 유족들은 아들과 같은 피해가 없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 이런 글을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렸는데요. 이 글을 올린 피해자 가족 어머니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지금 전화 연결돼 있습니다. 익명으로 연결합니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 피해자 어머니> 안녕하세요.


◇ 김정훈> 어려운 상황이신데 지금 아들과 같은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 이런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해 주셨습니다. 지금 경찰에서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죠. 이 사건이 뉴스에 보도된 이후로 제보도 많이 들어온다. 이런 얘기도 들었습니다. 어떻게 지금 잡히는 게 있다고 하던가요?


◆ 피해자 어머니> 아무래도 음성이 공개돼 있어서 제보는 조금씩 들어오고 있나 봐요.


◇ 김정훈> 처음에는 이 사건이 보이스피싱 피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이게 덮힐 뻔했던 거잖아요. 뒤늦게 가족들이 이 사실을 알고 신고를 했는데 그 정황은 어떻게 알게 되신 거예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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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 어머니> 저희 아들이 이번에 이직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거든요. 2년 동안 직장 생활하고. 그날 택배도 오기로 돼 있었고. 보니까 아이가 사망한 날, 여러 가지 자기가 미래에 대한 것을 다 준비하는 과정이었는데 갑자기 이랬다는 게 저희도 조금 의아해서 핸드폰 메모장을 확인했거든요. 거기에 유서가 있더라고요. 얘가 금융 사기단에 연루가 됐다고 그래서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그걸 가려야 되는 부분에서 도와달라고 검사나 검찰을 사칭한 그쪽에서 아들한테 도와달라고 했는데 그 도와주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그렇게… 저는 듣지는 못했어요. 솔직히 마음이 너무 아파가지고 잘 들을 수도 없었고, 아직은.


◇ 김정훈> 그 전화 내용을 미리 들어본 바에 따르면 11시간 동안 전화를 이어가면서 ‘당신이 범죄에 연루돼 있다.’ 그러니까 ‘수사에 협조해라. ’또 ‘누군가에게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는 그 사실도 알리거나 또는 전화를 잠시라도 끊으면 오히려 당신이 공무 집행 방해죄로 처벌을 받는다. 2년 이하의 징역을 받고 3000만 원 이하의 처벌을 받을 거다.’ 이렇게 그 사기단이 계속 협박을 했던 모양입니다. 저희가 여기서 잠시 그 당시에 실제 보이스피싱 전화 내용, 그 파일을 한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머님.


★ 보이스피싱> 여기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첨단범죄수사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김민수 검사예요. 조사기관 입장에서 OOO씨를 봤을 때, 피해자일 수도 있지만 피의자일 가능성도 있는 상태라는 얘기예요, 현재는.


본인이 진술을 하지 않거나 뜸들이거나 횡설수설하거나 지시한 것에 따르지 않거나 이런 행동을 했다. 그러면 바로 전국에 체포 영장과 수배가 바로 내려지고 특수 임무 집행 방해죄, 형사 처벌의 죄를 묻고 2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의 처벌을 받습니다. 본인이 최종적으로 피해자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본인이 수사받는 신분이기 때문에 저희가 지시한 거 이외의 행동을 하면 본인이 조사를 받아야 된다는 얘기예요.


◇ 김정훈> 어머님, 그러니까 내용을 들어보니까 이게 금융 사기에 전혀 가담한 적이 없는 아드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자금이 있으니까 이거 소명을 해라. 이렇게 해가지고 아드님이 전재산인 430만 원을 찾아다가 결국은 서울 마포까지 올라와서 도화동 주민센터에 가져다놨다. 그리고 범인들이 아드님과 연락을 끊은 거죠.


◆ 피해자 어머니> 네.


◇ 김정훈> 끊기고 나서는 또 어떻게 했다고 합니까?


◆ 피해자 어머니> 아들이 끊을 무렵에는 애가 이미 범법자가 돼 있는 거예요, 공무 집행 방해죄로.


◇ 김정훈> 본인 생각에는.


◆ 피해자 어머니> 아들 생각에는 그쪽에서 얘를 범인으로 몰아갔으니까 가해자가 돼 있었던 거죠. 그렇게 많이 열심히 도와줬는데도 우리 아들은 억울하게 공무 집행 방해죄며 여러 가지를 얘한테 뒤집어 씌운 거죠, 그쪽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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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사칭 보이스피싱 (사진=연합뉴스TV)

◇ 김정훈> 11시간 동안 그 사기단이 아드님한테 말하자면 세뇌를 했던 것이죠.


◆ 피해자 어머니> 네. 그래서 열심히, 정말 열심히 도와줬는데 11시간 동안 집에서 나와서 여러 군데 이동을 하면서, 여기저기 이동하면서 이 시골에서 거기까지 올라가는 과정이 있거든요. 서울까지 가서 그렇게 다 돈도 전달하고 다 했는데 결론은 애가 전화 몇 번 껐다 켰다 하면서 실수를 했다는 둥 하면서 애를 그렇게 추궁하고 몰아붙이는 거예요, 압박하고.


◇ 김정훈> 오히려 사기단이 아드님을 다그쳤던 거예요.


◆ 피해자 어머니> 네, 아주 심하게. 그러니까 얘 같은 경우는, 다른 일로 다그쳤으면 안 그랬을 거거든요. 이건 범죄자가 된다는 그런 두려움이 있잖아요. 더구나 우리 아들은 항상 바르고 준법 정신도 강하고 그런 아들이었거든요.


◇ 김정훈> 20일 그 사기단의 전화를 받았었고요. 그다음에 서울에서는 언제까지 머물렀던 거죠?


◆ 피해자 어머니> 21일 그리고 22일 오전에 일찍 내려온 것 같아요.


◇ 김정훈> 다시 집으로, 고향으로 내려왔는데. 그 이후에는 어떻게 지냈다고 합니까?


◆ 피해자 어머니> 21일 그렇게 다 전달하고 어느 카페에서 오지도 않은 수사관을 계속 기다리고. 그리고 너무 힘들고 정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통을 계속 받고 있는 상황이었잖아요. 2박 3일 동안 먹은 것도 없고 물이나 하나씩 겨우 사서 먹은 그런 체크카드 내용이 있거든요.


◇ 김정훈> 고향으로 내려와서는 계속 혼자 마음을 썩다가 결국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렇게 정리가 되는 상황인데요. 이게 청취자 여러분들도 당해보시지 않으시면 모를 텐데 막상 나한테 보이스피싱 전화가 걸려오고 또 그 범인들의 사기 수법에 말려들면, 걸려들면 정신을 온전치 찾을 수가 없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아마 아드님도 그런 상황 속에서 마음고생을 했었던 것 같은데요. 그런데 처음 이 사건이 알려질 때 이게 보이스피싱 사기로 단순히 430만 원의 피해를 입어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단순히 이렇게만 알려지면서 아마 유족 분들이 더 마음을 다치셨던 것 같아요.


◆ 피해자 어머니> 그러니까 이 유서 내용을 국민 청원에 올렸는데 이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이 그렇게 하는 거고 자세히 보면 이 아이는, 우리 아들은 죽는 순간까지도 이게 사기인 줄을 몰랐던 거예요. 보이스피싱인지도 몰라요, 전혀. 열심히 지금 도와줬는데 검사, 검찰을 사칭한 사람들을 도와줬는데 죄를 다 뒤집어쓰게 됐잖아요. 그런 억울함과 여러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 있는데 그걸 갖다 단지 430만 원을 사기당해서 그걸로 억울해서 죽었다. 우리 아들은 돈 때문에 절대 그럴 애는 아니거든요. 마음을 너무 다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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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훈> 평소 어떤 아드님이셨어요, 어머님한테?


◆ 피해자 어머니> 저한테도 항상… 저를 떠나서 다른 모든 분들한테도 항상 거짓 없고 바르고 그리고 봉사를 많이 가는데 장애인 시설이나 여러 군데 봉사를 가면 그쪽에서 너무 열심히 한다고 꼭 관계자분들이 다시 와달라고 그렇게 요청할 정도였어요. 어디 가서도 너무 열심히 하니까, 봉사를.


◇ 김정훈> 그렇게 심성이 곱고 착하고 또 남한테 혹시라도 피해가 될까 전전긍긍하는 그런 아드님이셨죠.


◆ 피해자 어머니> 그렇죠. 남한테는 절대 피해를…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하는. 집에서도 어머니나 동생을 먼저 생각하지 본인을 먼저 생각하지 않거든요, 절대.


◇ 김정훈> 지금 가족 분들이 누구보다 힘든 시간 보내고 계실 것 같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생활들 하고 계세요?


◆ 피해자 어머니> 저는 지금 이걸 묻어버릴까 생각했었어요, 처음에는. 지금 아들이 먼저 간 게 너무 마음이 아프고 그래서 그냥 묻어버릴까 생각했는데. 이렇게 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전화를 계속 돌리고 있을 것이고 그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계속 나쁜 짓을 하고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러면 이런 아이들도 있고 더 또 심하게 당한 사람도 있을 건데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도 또 우리 아들을 위해서도 많이 알리고 싶었어요. 좀 공론화시켜서 경각심 좀 불러일으킬 수 있고. 그래서 국민 청원에도 저희가 당한 걸 많이 올린 거예요.


◇ 김정훈> 지금 수사가 진행 중이고요. 또 아까 들으신 그 범인의 목소리 청취자 여러분들도 꼭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또 아시는 내용이 있다면 전북지방경찰청 제보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반드시 범인을 찾을 거고요. 찾아서 꼭 죗값을 반드시 치르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머니,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실까요?


◆ 피해자 어머니> 아들이 원했던, 유서 내용에도 있듯이 선량한 사람들이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모두가 불행하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요.


◇ 김정훈> 그게 아드님의 뜻이었겠죠.


◆ 피해자 어머니> 네.


◇ 김정훈> 알겠습니다, 어머님.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용기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님.


◆ 피해자 어머니> 네, 고맙습니다.


◇ 김정훈> 지금까지 보이스피싱 피해자 그 유족의 어머님을 익명으로 만나봤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20.02.1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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