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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평양 전철 안 모습과 서울 지하철 모습은 닮은꼴"

by오마이뉴스

[인터뷰] 영화 <평양 유랑> 만든 피에르 올리비에 프랑수아 감독

오마이뉴스

영화 스틸 사진. ⓒ 피에르 올리비에 프랑수아

최근 막을 내린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는 북한 관련 영화 상영 및 '북한을 마주 보다', '북한과 영화적 표현의 정치' 등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지난 9월 25일 일산 메가박스 백석에서 '북한 사람들의 일상'을 주제로 진행된 토론회였다.


<평양 유랑>(Have fun in Pyongyang)을 연출한 피에르 올리비에 프랑수아 감독은 토론회 패널로 참석해 변화하고 있는 북한 사회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느낌을 관객들과 함께 공유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그의 신작 <평양 유랑>은 북한 주민의 일상을 차분히 묘사해 호평을 받았다.


그는 지난 8월 16일부터 5일간 열렸던 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에서 <한반도, 백 년의 전쟁>(Korea, A Hundred Years of War)이란 2부작 다큐멘터리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부터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남북 양국의 지난한 현대사를 담고 있다. 프랑수아 감독은 남북한 고위층 인터뷰 및 전 세계에서 모은 자료들을 토대로 제삼자의 시선으로 한반도의 역사를 알기 쉽게 풀어냈다. 남북한의 사회와 역사를 소재로 제작된 이 3편의 다큐는 3부작 시리즈로 이해해도 될 만큼 서로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


이날 토론회 자리에서 프랑수아 감독은 현재 북한 주민 중 모바일 사용자가 400~500만 명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 뒤 "이 무수한 사진과 영상물은 어느 기록영화보다도 북한 사회를 잘 기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것들이 역사적 기록물로서 가치를 가질 것임을 조심스레 예견했다.


그는 또 "평양 전철에서는 젊은이들이 친구들과 셀피를 찍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자주 목격된다, 서울 지하철의 모습과 닮은꼴"이라는 흥미로운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프랑스 저널리스트가 스크린에 옮긴 북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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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올리비에 프랑수아 감독 <평양 유랑>으로 제 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를 찾은 피에르 올리비에 프랑수아 감독 ⓒ 클레어 함

한 시간의 짧고 흥미로운 토론회가 끝나고도 나는 궁금한 것이 많아 영화관 밖에서 감독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이미 알츠하이머, 사이버 전쟁, 유엔 평화유지, 피아니스트 등 아주 다양한 주제에 관한 15편의 영화를 만든 베테랑 감독. 그는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8년이란 시간을 투자했다고 한다. 남북에 대한 그의 열정이 궁금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다음은 공항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한국에 대해 많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는데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정치학을 전공한 나는 10년간 아르떼(Arte TV) 저녁 뉴스 프로그램에서 정치, 경제, 문화 부문에서 저널리스트로, 지난 15년간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활동했다. 언론에 종사할 때 관심을 가지고 독일 통일 및 포스트 커뮤니즘, 동유럽 등을 연구했던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첫 회담을 할 당시 이 주제에 관해 보도해 달라는 방송국의 요청을 받았다. 이때부터 남북한 방문을 하며 지식과 경험을 쌓게 되었다."


저널리스트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의 스토리텔링은 어떻게 다른가.


"긴 서사의 스토리텔링에 있어 두 직업 간의 차이가 물론 있다. 저널리스트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등 육하원칙에 근거한 보도를 해야 하는 반면, 다큐멘터리 감독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낼 것인지, 관객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가 주된 포커스다. 아울러 미학, 관점, 내레이션, 어떤 주제에 방점을 둘 것인지 등등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작품 <평양 유랑>을 기획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2015년 북핵 위기 당시 이 영화의 공동 저자인 파트릭 모리스(프랑스 국립동양언어문화대학 INALCO 소재, 한국어 & 한국문학과 전직 교수이자 저명한 한국문학 번역가)와 함께 TV를 보던 중, 우리가 아는 북한을 보도하는 방송이나 매체가 없다고 느꼈다. 그는 북한을 25번이나 방문했고, 나는 8번, 촬영감독은 5번 방문했다. 물론 우리가 최고의 전문가라고 할 순 없지만, 우리가 아는 북한은 독특하지만 서구 미디어에서 흔히 묘사하는 것과는 간극이 컸다. 그래서 우리가 느끼는 분위기를 전달할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보고 느낀 북한의 모습 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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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평양 유랑>스틸 사진. ⓒ 피에르 올리비에 프랑수아

이전에는 <한반도, 백 년의 전쟁> 같은 정치적인 역사 다큐를 만들었었다.


"이번에는 전문가가 등장하지 않는 비정치적인 일상에 관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많은 이들이 북한이 어떤지, 현지 주민들은 주말에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먹는지 등등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서 영화보다 더 좋은 매개체가 있을까 싶다. 관객은 영화의 이미지를 통해 북한의 삶을 엿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스스로 판단 내릴 수 있게 된다. 나는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하는 메시지를 전할 의도가 없다. 그저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관객이 보고, 스스로 판단할 일이다."


이 영화가 크리스 마커(Chris Marker) 감독에 대한 은밀한 오마주라고 들었다.


"그는 잘 알려진 <시베리아에서 온 편지 Letter From Siberia> 등 1960년대에 몇 편의 작품을 만들었다. 이 작품은 구 소련 당시 엄격한 제재 하에 제작됐는데, 프로파간다가 아닌 아름답고 흥미로운 내용의 영화다. 복잡한 영화를 이해하는 데 내레이션이 도움을 주는데 우리도 이런 방식을 원했다. 그는 또 1956년 남한과 북한을 방문했을 때 <한국의 여성 Les Coréennes>이란 책을 썼는데, 사진도 훌륭하고 탁월한 지성을 보여주었다. 한마디로 특정한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고서도 한 국가를 잘 보여줬다. 정치와 국민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는 정치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지녔다. 전체적으로 적절한 균형감각이 돋보인다. 나는 영화 제작시 (영화의 소재인) 국민을 무시하지 않고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싶다. 한 나라의 국가와 국민을 이해하고 싶으면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된다."


북한 당국의 제재로 인해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는 없었는지 궁금하다.


"정말 많은 분량의 촬영분이 있었는데, 우리는 현실적이고 진실하다고 확신할 만한 부분만 선택해 편집했다. 영화의 극적인 효과를 위해 특별한 상황을 연출하지도 않았고 정직하게 만들었다. 작은 일상의 일부라도 유의미한 것들을 찾아내려고 했다. 우리는 이런 섬세한 과정을 거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전에 언급했듯이, 20년이라는 긴 연구 시간을 투자한 영화다. 많은 관찰과 독서, 여행, 촬영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땀의 결실이다. 북한을 한 번만 방문하게 되면 아주 멋지거나 미쳤다고 극단적으로 단정하기 쉽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다 보면 중요한 본질에 다가가기 용이해진다.


영화 제작 허가를 받기까지 3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북한당국은 이미 나의 필모그래피와 내가 속임수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뢰를 보였었다. 아울러 영화도 쉬운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사실 더 적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북한에서의 영화작업은 물론 많은 장애물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고 절차도 복잡하지만, 불가능하진 않다. 나이브할 필요는 없다. 현실적인 제한과 한계를 받아들이면 된다. 대체로 더 얻고자 노력하다 보면 예상외의 소득을 얻기 마련이다."


영화에서 북한 내 (복잡한 시스템의) 사유재산이 40%라며, 베를린장벽 붕괴 전 폴란드와 헝가리에서도 그 수치가 유사했다고 언급했다. 어떤 의도인지.


"전혀 아니다. 단지 북한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 수치는 한국 국정원의 공식 통계치다. 많은 이들이 북한은 모든 것이 국영화되어 있고 국가가 통제하고 있다거나, 또는 전혀 변화가 없는 사회라는 오해를 하고 있다. 북한 사회는 아주 조용히 변화하고 있다. '개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도 않고 그런 공식적인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미 변화하고 있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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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평양 유랑>스틸 사진. ⓒ 피에르 올리비에 프랑수아

북한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하다.


"패션과 외모에서의 자유, 식당의 다양화, 돈과 차와 핸드폰의 증가, 수영장과 놀이공원 같은 레저산업의 증가 등등이 그것이다. 신발공장의 예에서 알 수 있듯, 여전히 북한산 신발을 생산하고자 하지만 디자인 면에서 서구 스타일을 모방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그간 이 작품을 북한 관객들에게 보여줄 기회가 있었나.


"그렇다. 북한 주민에게 보여줬을 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북한 외교관도 좋아했다고 들었다. 나는 (한국인처럼 국가보안법의 법적 제한이 없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과 대화할 수 있다. 아마 이런 점이 프랑스 국적의 영화인으로 활동할 때의 유리함인 듯하다."


영어 타이틀이 "Have fun in Pyongyang"이다. 평양에서의 영화 촬영이 재미있었나.


"때때로 아주 재미있었고, 어떨 때는 너무 피곤했다. 열흘간의 힘겨운 촬영 후 빨리 귀가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고, 북한분들도 우리가 빨리 떠나기를 바랄 때도 있었다. 우리를 담당하는 북한 관계자들에겐 우리의 영화 촬영 방식이 다르고, 우리의 반응이 예상외 일 때도 있어서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위해 최대한 푸시를 했고 그들은 제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끊임없는 협상의 과정이었다. 예를 들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공원에서 춤추는 사람들 같은 단순한 장면도 (촬영을 하려면) 많은 설득과 노력이 필요했다."


볼링이 북한에서도 인기가 많은지 몰랐다.


"아마 평양에서만 가능한 것 같다. 1980년대 볼링센터가 아주 인기가 많았는데 다시 유행이 돌아왔다. 이 영화에서 음식, 춤, 여행, 결혼 등 유행이라는 소소한 일상에 초점을 맞췄지만, 사실 이런 사소한 것들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촬영 시간이 제한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영상미가 인상적이다.


"북한 사람도 한국 사람처럼 '빨리빨리'다. 성격이 급한 편이다. 한 장소에서 15~2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촬영을 마쳐야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이런 상황을 예견했었다. 나와 오랫동안 함께 작업했던 촬영감독은 북한을 잘 알기도 하고 이런 환경에 익숙했다. 그래서 다행히 우리는 무엇을 촬영할지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었다."


한국의 전쟁 세대는 정치적으로 상당히 보수적이고 냉전 논리를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이전에 프랑스 노인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 < Swim for Life >도 연출한 것으로 아는데, 프랑스의 경우도 비슷한가.


"전통적으로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되는 경향이 있다. 프랑스는 대체로 혼합된 듯 보인다. 노인층이 주로 중도 내지 보수를 지지하지만, 극우세력을 지지하는지는 모르겠다. 젊은이들이 좀 더 열린 사고와 관용을 가질 듯하지만, 사실 유행이나 되듯 극우세력을 지지하는 이들도 있다."

정치적 이미지 뺀 북한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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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평양 유랑>스틸 사진. ⓒ 피에르 올리비에 프랑수아

관객들에게 이 영화를 통해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개인적이지만, 동시에 중립적인 제3자의 관점에서 본 북한의 현재 모습이다. 한국에서 아주 가깝지만, 한편으로는 아주 먼 나라인 북한. 방문하기 어려운 이 나라에 대해 많은 이들이 한마디씩 한다. 그래서 나는 '그래. 이 나라는 이렇다. OK. This is it.'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게 포인트다. 결국 다큐멘터리는 감독의 관점에서 본 현실이니까.


참고로, 내 개인적 판단은 가능하면 지양하고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나도 물론 북한에 정치범 수용소나 핵발전소가 존재한다는 것은 안다. 인권 문제도 중요한 주제지만, 이번 영화의 주제는 아니다. 우리가 흔히 TV에서 보는 북한의 퍼레이드나 스테레오타입 이외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북한은 곧 소련보다 더 오래 지속된 사회주의 국가가 된다. 지배층의 '공포 정치'만이 북한체제를 이토록 오래 지속시키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지 않을까 추측하게 된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북한을 간접적으로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제목은 <평양 유랑>이지만, 감독은 개성, 원산, 함흥, 금강산, 백두산 천지로도 발길을 옮긴다. 아름다운 청록 빛의 백두산 천지를 보노라면 곧 가보고픈 충동도 든다. 조속히 금강산관광이 재개되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커졌으니, 이 영화를 힘들게 만든 영화인들의 노고가 조금이나마 결실을 맺은 것 같다. 앞으로 한국을 비롯해 세계인들이 북한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의 단면도 접할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


클레어함 기자(progressive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