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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문제가 규정하는 시야에 갇히지 마라: 터널 생수 오시미즈 사례

byㅍㅍㅅㅅ

이 글은 ‘부키’에서 펴낸 데이비드 니븐(David Niven)의 『나는 왜 똑같은 생각만 할까』의 내용을 요약 정리했습니다. 이에 관해 보다 자세히 알고 싶으면 책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동일본여객철도는 초고속 열차를 내세워 경쟁사들을 제치고 내달렸다. 요즘 동일본여객철도의 연간 이용 인원은 60억 명을 웃돈다. 시간당 320㎞로 달리는 초고속 열차들은 자동차와의 비교를 거부하는 속도를 자랑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열차와 비행기의 시장점유율이 99 대 1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인다.

문제가 규정하는 시야에 갇히지 마라:

이 회사가 도쿄에서 북서쪽으로 190㎞ 떨어진 다니가와 산을 뚫을 때쯤에는 터널 건설에 이골이 난 상태였다. 하지만 이 산은 극심한 기상 변화와 가파른 경사 탓에 세계적인 암벽 등반가들의 목숨을 가장 많이 앗아간 산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번에도 동일본여객철도는 산을 에두르지 않고 통과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산을 관통하는 터널에 물이 차서 말 그대로 발이 꽁꽁 묶이고 말았다. 그야말로 문제였다.

문제가 규정하는 시야에 갇히지 마라:

현장의 엔지니어들은 지원을 요청했다. “어떻게 하면 됩니까?” 회사 고위층들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상황을 자세히 검토했다. 하지만 사고의 중심에 문제를 놓고 출발하면, 가장 두드러진 최악의 방해물에 시선이 고정되어 최선의 답이 생각의 범위에서 밀려나는 법이다. 터널을 채운 물은 분명 문제였다. 그래서 그들은 공격 계획을 수립했다.

 

처음엔 터널을 방수 상태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방수 처리를 하는 와중에도 물이 새어 들어왔다. 어쩔 수 없이 물을 터널 밖으로 빼내기 위한 배수관 및 송수관을 놓는 계획으로 옮겨갔다. 그 방법밖에 없었다.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계획이었지만, 회사 내의 그 어떤 엔지니어나 관리자도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했다.

 

문제 중심 사고의 본질이 그것이다. 모든 사안을 문제를 기준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문제가 허용하는 수단을 적용하고, 문제가 제안하는 조처를 한다. 문제가 한정한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아무리 골똘히 들여다봐도, 아무리 많은 전문가를 투입해도 문제는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으며 대안은 발견되지 않는다. 동일본여객철도는 큰 손해를 보고 작업 지연을 감수해야 할 처지에 처했다.

 

만약 문제에서 출발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애초에 물을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그렇다면 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터널 굴착 장비의 보수를 맡은 한 정비공은 물을 어떻게 할지 걱정하지 않았다. 그건 그가 할 일이 아니었고 그의 문제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물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보았다.

 

어느 날 목이 말랐던 정비공은 물을 한입 가득 삼켰다. 지금껏 마셔본 물 중에서 가장 맛있는 물이었다. 그는 다시 물을 한 마신 뒤 동료들을 불렀다. “이 물은 정말 맛있어. 병에 담아서 팔아야겠어.” 정비공은 상사에게 그 이야기를 했고, 상사는 또 그의 상사에게 이야기를 전했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는 회사 고위층까지 전달되었다. 그 결과 동일본여객철도의 자회사인 ‘오시미즈(大淸水) 워터’가 탄생했다.

문제가 규정하는 시야에 갇히지 마라:

출처: Hatenafotolife

알고 봤더니 터널을 채운 물은 다니가와 산을 덮은 눈이 수십 년에 걸쳐 지하 지질층으로 스며든 것이었다. 건강에 좋은 광물질들을 함유한 데다 자연 그대로의 순수한 맛이 났다. 초기에 동일본여객철도는 그 물을 자사의 철도역 자판기에서 팔았다. 그러다 워낙 인기가 많아서 가정용 생수까지 생산하게 되었다. 광고는 물맛과 ‘다니가와 산의 눈에서 온 물’의 순수함을 내세웠고, 소비자들의 열띤 호응으로 생수 자회사는 연 매출 7,500만 달러(약 850억 원)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물을 판매할 생각을 한 엔지니어는 왜 한 명도 없었을까? 그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훈련받았다.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자랐다. 물을 문제로 보는 데 몰두했기 때문에 그 물이 자산이 되는 구조에는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엔지니어들은 물이 찬 다니가와 터널에서 수십 년 더, 퇴직할 때까지 일했더라도 물 자체가 물 문제의 해결책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문제가 규정하는 시야에 갇히지 마라. 그래야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뿐더러 출발지점보다 더 나은 곳에 서게 된다.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더 좋아진다. 이제 동일본여객철도에서는 그 누구도 다니가와 터널 속의 물을 두고 불평하지 않는다. 그저 그 물을 마시고 수익을 계산할 뿐이다.

필자 곽숙철 (블로그, 페이스북)

LG그룹에서 30여 년 근무하면서 LG그룹 혁신학교장, LG전자 창조혁신학교장 등을 역임했다. 퇴직 후 2007년부터 'CnE 혁신연구소' 대표로 재직하고 있으며, 경영 혁신 전반에 걸친 연구와 강의,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펌핑 크리에이티브", 경영 2.0 이야기에서 답을 찾다", "Hello! 멘토", "그레이트 피플"이 있다. 누적 방문객이 1,000만에 육박하는 파워블로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