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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점심 특선메뉴,
정말 실속있는 걸까?

byㅍㅍㅅㅅ

직장인의 점심시간은 말 그대로 점심(點心), 마음에 잠시 쉼표를 찍는 시간이다. 정오만 되면 수많은 직장인이 밖으로 쏟아져 나와 하이에나처럼 식당을 찾으러 다닌다. 그리고 그들 속에 우리가 있다. 고깃집 앞을 스칠 때 문득 점심 특선으로 김치찌개를 판매한다는 간판을 본다.

‘실속있게 즐겨 보세요.’

오늘 점심은 간단하게 정했다. 왠지 모르게 가격도 싸 보이고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쩌면 점심 특선메뉴는 당신이 지갑을 손쉽게 열게 하기 위한 식당의 넛지 전략일 수도 있다. 흔히 접하는 점심 특선, 이 속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지금부터 탐구해 보자.

점심에는 고기를 안 구워 먹잖아?

점심 특선메뉴, 정말 실속있는 걸까?

직장인은 보통 점심에 고기를 구워 먹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다름 아닌 냄새 때문이다. 단체로 오후 반차를 쓰지 않는 한 오후에 음식 냄새를 달고 일한다는 것은 주변 사람들이나 나 자신이나 신경이 쓰일 수 있다. 그렇기에 오후에 냄새가 나는 음식을 대체로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고기를 구워 먹는 것, 혹은 고기가 아니더라도 몇만 원짜리 음식을 먹는 것은 점심값으로는 꽤 부담스러울 수 있다. 점심에 우리가 몇만 원짜리 초밥을 매일 먹지는 않는다. 당연히 경제적 상황상 다른 곳에 돈을 써야 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특히나 돈을 아끼겠다고 다짐한 이는 이런 부분에 대해 더욱 인색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으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수 있다. 보통 직장인의 점심시간은 1시간 정도다. 고기를 구워 먹는다면 예약하지 않는 이상 소요시간은 1시간이 넘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굳이 고기를 먹겠다는 모험을 하지 않는다. 결국 저녁에 성업하는 대부분의 가게가 점심에 문을 열지 않는 이유는

 

1. 냄새가 날 수 있으며

2. 가격이 꽤 부담스러우며

3. 시간상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점심에 다른 걸 팔자!

점심 특선메뉴, 정말 실속있는 걸까?

고깃집이나 일식집 등 기본 가격이 높게 형성된 식당의 고민은 바로 그것이었다. 높은 기본 가격, 부담스러운 시간 등으로 인해 점심에는 문을 열어도 장사가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점심에도 문을 열어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싶었다. 그들은 다른 방향으로 생각한다. 바로 점심에만 파는 음식을 내놓자는 것.

 

점심시간에 주메뉴가 아니라 사람들이 금방 먹고 갈 수 있는 메뉴를 선정한다면 분명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더 많은 수익을 얻을 것이다. 무턱대고 간판에 점심 특선을 제공한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다른 경쟁 식당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치면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행동을 유발하도록 돕는 기제는 역시 넛지였다. 점심 특선메뉴 속에 숨겨진 몇 가지 심리학적 넛지를 살펴보자.

점심 특선은 차림표의 맨 오른쪽, 메뉴판의 맨 아래에 있다

점심 특선메뉴, 정말 실속있는 걸까?

식당의 차림표와 메뉴판에서 점심 특선의 위치를 잘 보자. 거의 99% 정도는 차림표의 맨 오른쪽에 있거나, 메뉴판의 맨 아래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당신이 메뉴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차림표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통 왼쪽에서 오른쪽, 위에서 아래로 시선을 옮기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오른쪽을 왼쪽보다 더 나중에 보고, 아래쪽을 위쪽보다 더 나중에 본다. 점심 특선메뉴의 위치를 사람들이 가장 마지막에 본다는 소리인데, 이런 배치의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 저렴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1. A │ 4000 │ 4000 │ 4000
  2. B │ 10000 │ 10000 │ 5000

 

위는 두 식당의 차림판에 쓰인 메뉴의 가격이다. A 상황에서의 4,000보다 B 상황에서의 5,000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이유는 B에서 제시한 10,000이라는 숫자가 5,000보다 더 큰 숫자이며, 10,000이 5,000보다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5,000원이 저렴해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는 A가 더 낮은 가격에 형성되어 있음에도 말이다.

 

점심 특선을 제공하는 식당들은 대부분 B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B를 선택한 경우는 대개 고깃집이나 일식집 등 기본 가격이 높은 식당에 자주 나타난다. 점심 특선의 가격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보이도록 하여 사람들이 가격을 비싸다 생각하지 않게 하려고 설정한 넛지 전략이다.

특선 세트: 상대적 저렴함

점심 특선메뉴, 정말 실속있는 걸까?

세트메뉴도 앞서 이야기한 상대적 저렴함을 그대로 따른다. 세트메뉴는 기본 가격이 높은 음식, 예를 들면 삼겹살, 보쌈, 족발, 스테이크 등에 적용된다. 제시한 음식의 기본 가격과 세트메뉴의 가격을 상대적으로 비교하도록 함으로써 ‘싼 가격에 비싼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점심 특선메뉴, 정말 실속있는 걸까?

W사의 보쌈 가격.

실제로 W사의 보쌈 가격은 대략 3-5만 원 사이, 점심으로 먹기에는 꽤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하지만 점심 특선 세트는 6,500원이다. 6,500원이 아닌 4,000원과 5,000원 메뉴를 비교한다면 이 정식을 선택할지 고민하겠지만 기존 보쌈의 가격과 이 세트의 가격을 비교했을 때에는 역시 이 정식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점심 특선메뉴, 정말 실속있는 걸까?

결국 특선 세트 역시 기존의 음식 가격과 특선의 음식 가격을 비교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세트메뉴를 구매하는 상황을 합리적인 소비라고 인식하도록 만들기 위한 넛지 전략이다.

커피 인센티브: 굳이 사지 않아도 될 것을 합리화시키기

또한 식당은 커피 할인이라는 또 다른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그들이 굳이 카페와 제휴를 맺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이 이 문구를 봤을 때 커피를 기억시키고, 커피를 구매해야 한다고 합리화시키는 선택설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 점심을 먹기 전이나 점심을 먹을 때 커피를 마시겠다는 계획은 존재하지 않았다. 당신의 기억 속에는 커피가 없었다. 하지만 계산할 때 저 문구를 본다면 이런 생각이 떠오를 수 있다.

점심 특선메뉴, 정말 실속있는 걸까?
“어? 커피 할인하네. 어차피 커피 마시려고 했던 거 같은데. 밥 먹고 커피나 한잔 하자.”

커피를 기억에 담아두지 않았지만 이 문구를 보고 우리는 커피의 이미지와 느낌을 기억한다. 굳이 기억하지 않았던 것을 기억하며 커피를 소비해야겠다고 합리화한다. 커피를 사 먹지 않는 선택지도 존재한다. 하지만 할인이라는 매력적인 문구에 한 번 끌렸고 커피의 이미지를 기억함으로 인해 두 번 끌렸다. 이 역시 고객들에게 할인이라는 좋은 기억을 주는 마케팅 전략이며 넛지 전략이 될 수 있다.

결론: 상대성의 마법

사례조사를 거치면서 느꼈던 건 점심 특선메뉴야말로 상대성이라는 마법을 정확하게 잘 지킨다는 점이다. 사람은 자신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상대성이라는 마법을 부렸을 때 우리는 홀린다. 절대적으로 사고하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사고하기 때문이다. 합리적 소비를 위해서는 상대성의 마력을 잘 알고 대처할 필요성이 있다.

 

점심, 마음에 점을 찍는 시간. 점심만큼은 맛있고 즐겁게 먹으면서 오후 업무를 위해 자신을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직장인 파이팅!

필자 고석균 (블로그, 페이스북)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자. 행동경제학과 사회심리학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