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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영화관 팝콘의 비밀

byㅍㅍㅅㅅ

영화관 팝콘의 비밀

영화관 하면 생각나는 것은 무엇인가? 영웅들이 나뒹구는 액션 영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 아니다. ‘팝콘’이 먼저 떠오르는 건 기분 탓일까? 옥수수 곡물을 압력으로 튀겨 만들어낸 간식 팝콘은 영화관 수익의 무려 50%를 차지한다. 연인 및 가족의 구매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영화를 볼 때 왜 팝콘을 사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영화관이 팝콘을 구매하도록 만드는 넛지 전략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를 볼 때 팝콘을 사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불법은 아니며 개인의 자유다.

 

그런데 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팝콘을 구매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바로 팝콘 매장의 위치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해 팝콘 매장의 위치를 조정하는 것으로 사람들이 더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관 팝콘에 숨겨진 넛지 전략을 살펴보자.

팝콘은 사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다

영화관 팝콘의 비밀

사실 영화를 관람할 때 팝콘이 여러분에게 필요한가? 사실 팝콘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팝콘을 먹지 않는 것이 크나큰 고역일 수 있지만, 그런 사람을 제외하고는 팝콘은 단순히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보도록 도와주는 주전부리 정도다. 영화를 볼 때 팝콘이 그렇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관의 입장에서는 다른 것에 비해 확실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팝콘과 같은 주전부리를 판매하는 게 이익을 높이는 데 더 도움 될 것이다. 사람들은 똑같이 영화를 관람하지만 팝콘을 사는 것은 그 사람이 영화관에서 영화관람료 이외에도 추가적인 지출을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팝콘을 사야 하는 당위성이 없다면 그냥 지나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영화관은 팝콘을 ‘필요한 음식’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세운다. 그 대표적인 전략이 바로 팝콘을 판매하는 매장의 위치를 조정하는 것이었다.

팝콘 매장을 매표소 옆으로: 맥락 특정성

영화관 팝콘의 비밀

그들은 팝콘 매장을 매표소 바로 옆으로 조정한다. 팝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며 시각적으로 자극하고, 가볍게 풍기는 냄새를 맡도록 후각적으로 자극한다. 이런 감각을 직접 느낄 수 있게 해서 사람들이 자연스레 팝콘 구매라는 선택지를 선택하게 하는 전략이다.

 

이렇게 팝콘 매장을 매표소 바로 옆에 두는 결정적인 이유는 팝콘 소비의 과정을 독립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러 가는 과정의 일부로 인식하게 해 팝콘 소비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함이다. 쉽게 말해 매표소에서 뒤돌아 저쪽 멀리 팝콘 매장으로 가는 등 특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가는 동선에 있어 자연스럽게 팝콘을 보고 느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를 ‘맥락 특정성‘이라고 한다. 맥락 특정성이란 사람이 선택을 할 때 각각의 성질을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상황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팝콘을 구매할 때의 동선을 다시 점검해 보면서 우리가 팝콘을 소비할지 소비하지 않을지 생각해 보자.

 

  1. A: 표 구매→팝콘 매장→영화관
  2. B: 표 구매→영화관/팝콘 매장

 

B의 상황처럼 팝콘 매장이 영화관을 가는 동선과 분리되면 팝콘을 구매하는 행위를 일종의 ‘수고’와 ‘비용’으로 생각한다. 즉 맥락에 맞지 않는 내용이 있으면 그것을 ‘소모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막기 위해 A의 상황처럼 팝콘 매장을 영화관으로 가는 동선 안에 둔 것이다.

 

결국 팝콘 매장의 위치는 자연스러운 맥락을 활용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팝콘을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넛지 전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맥락은 중요하다

영화관 팝콘의 비밀

비단 영화관뿐 아니라 맥락을 활용해 위치를 조정해 소비를 유발하는 넛지는 굉장히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일례로 편의점에서는 라면 뒤에 삼각김밥 코너가 있는 것, 문구점의 노트→펜 순서로 진열된 동선은 우연이 아니라 철저하게 고려된 것이다.

 

맥락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소비할 때 각각의 특성을 독립적으로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A와 B와 C가 있을 때 우리는 각각의 효용을 객관적으로 따지면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각각 어떤 맥락에 있는지에 따라 구매요인이 달라진다.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소비자는 각각의 선택지를 살펴보는 걸 소모적이라고 판단하고 구매 행동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맥락을 고려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배치하는 것이다. 그러면 굳이 두뇌를 소모할 필요 없이 제품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제품을 소비할 확률은 높아진다.

 

즉 맥락은 생각보다 경제적인 부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팝콘을 무의식적으로 사는 심리처럼 우리는 사실 이것저것 생각하기 싫어서, 동선에 맞지 않는 일을 하기 싫어서 무의식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를 단순하게 구매할 수도 있다. 잘 생각해 보자. 우리가 고려하지 못했던 맥락은 무엇인가?

필자 고석균 (블로그, 페이스북)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자. 행동경제학과 사회심리학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