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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바나나 시장에서
배워야 할 투자 교훈

byㅍㅍㅅㅅ

※ Novel Investor의 「Investing Lessons from the Banana Business」를 번역한 글입니다.

바나나를 산업적 규모로 생산하기 시작한 시점은 1860년대였다. 바나나 산업은 말 그대로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항구에 항구로 얼마나 빠르게 썩지 않게 운송하느냐에 수익이 달려 있었다. 항해 기간이 길어지면 모든 걸 날리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첫 번째 기업이 생겨나자마자 곧 다른 기업들이 뒤따랐다. 1890년대 후반이 되자, 바나나 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그리고 세기가 바뀌기 직전, 갑자기 호황이 멈췄다.

 

대부분의 시장과 마찬가지로 영원한 호황은 불가능하다. 제품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바나나는 완벽한 제품이었다. 수요가 줄어서가 아니었다. 소비자들은 애초부터 바나나를 좋아했다. 현재 미국인들은 연간 70달러 상당의 바나나를 소비한다. 문제는 공급이 불안정하다는 데 있었다. 대부분 기업은 한 지역에서 바나나를 공급받았기 때문에 공급 불안정은 점점 더 커졌다. 바나나 농장 지역에 폭풍이라도 닥치면 바나나 시장 자체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었다.

 

1899년 실제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 바로 바나나가 사라진 해였다. 바나나 농장 지역에 혹서, 홍수, 가뭄, 허리케인이 연이어 닥쳤다. 바나나 시장은 문을 닫았고, 창고는 텅 비었다. 수십 개 기업이 도산했다. 일부를 제외한 모든 것을 쓸어버린 천재지변과 같았다. 살아남은 몇 개 기업에 1899년의 교훈은 분명해졌다. 투자 역시 사업과 아주 흡사하다는 점에서 같은 교훈이 적용된다.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1899년의 가장 큰 교훈은 실패한 바나나 농장의 황무지에서 나타났다. 기업으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규모가 충분히 커야 했고, 재무 구조도 튼튼해야 했으며, 대자연이 가하는 어떠한 재난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충분한 자본을 보유해야 했다. 일단 살아남고 나면 부차적인 이점도 있다. 1899년 살아남은 기업들은 사라진 회사들의 우량 자산만 골라 거의 거저나 마찬가지로 사들일 수 있었다.

 

투자자들은 대자연을 직접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시장이 던지는 재앙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 영구적인 손실 위험을 피하기 위해, 비상시에 대비한 여유 자금으로서 “자본 준비금”, 채권 비중, 보험 등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미리 재앙에 대비해 준비해 두는 것이 전투에서 반은 이기고 들어가는 것이다.

 

전투의 나머지 절반은 “자본 준비금”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현금과 배짱을 가지고 있다가, 준비하지 않은 다른 기업이 내던진 자산을 헐값에 끌어모으는 것이 바로 사업의 입지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사업은 먹느냐 먹히느냐의 싸움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공급 통제

기업들은 한 곳의 공급 업체나 해운 업체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재배, 수확, 운송, 유통 등, 비용과 이익의 균형, 공급 및 수요를 뒤흔들 수 있는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어야 했다. 대자연은 통제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차선책을 강구해야 했다.

 

​시장에서 투자자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투자자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행동이다. 매수할 것이냐 하지 않을 것이냐, 언제 매수할 것인가, 언제 매도할 것인가, 그 사이에 무엇을 할 것인가는 투자자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 또한 소득 중 얼마를 저축할 것인가도 통제할 수 있다.

 

이것이 전부다. 시장이 제시하는 가격이나, 현재 또는 미래 투자로 얻어지는 수익률은 투자자의 소관 범위가 아니다. ​예전 바나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투자자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이것이 전부다. 나머지는 자기 결정이 옳다는 믿음과 인내심에 달려있다.

다각화

바나나 기업들은 한 지역의 자연재해로 공급이 완전히 중단될 위험을 피하기 위해, 여러 지역에 농장을 보유해야 했다. 이후 기업들은 바나나 작황이 나쁜 해의 영향을 줄기기 위해 코코넛, 파인애플, 사탕수수, 목재 등 새로운 제품으로 생산 품목을 다각화하게 되었다.

 

​자국 편향같이 한 나라에만 투자할 경우(또는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아두는 것)의 위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 위험을 끊임없이 무시한다.

 

예를 들어 미국 주식 시장처럼 한 시장이 한동안 아주 훌륭한 수익률을 보인다면, 그 시장에 집중하는 게 좋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대가로 더 높은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 ​여러 지역(해외 및 신흥 시장)으로 투자를 다각화해 둬야 어느 한 지역의 장기간 저조한 수익률을 보일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규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1899년의 여파로 바나나 시장은 대기업 지배 체재로 들어갔다. ​이 해 유나이티드 프루트(United Fruit)가 세워졌다. 여러 기업이 합병해 탄생한 이 기업은 세계 최대 바나나 기업이었고, 바나나 시장의 75%를 통제했다. 그리고 이 기업 역시 오늘날의 시장 선도 기업과 다르지 않았다. 경쟁에 대한 대책은 아주 간단했다. 사들이거나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시장 선도 기업이 내일 도태되기도 한다. 기업은 계속 전진하거나, 사라진다. 새로운 경영진으로 물갈이되더라도 예전만 못할 수 있다.​기업도 사람처럼 노화된다. 세월이 흘러 창업자가 떠나고, 2세대 그리고 3세대 젊은 경영진이 들어서면서, 무모하기 위험을 감수하는 ‘무대포’ 정신이 편안한 중년의 기업을 무너뜨릴 수 있다.

 

미래 지향적이고 창의적이던 기업에 사람처럼 자의식이 생겨나면 행동하기에 앞서 수십 가지의 질문을 한다. 어떻게 될까? 다른 이들이 어떻게 말할까? 기업이 부유해지고 강해지면, 후대에 권력을 잡은 경영진은 일종의 최악의 자신감을 가질 수도 있다. 과거 언제나 돈을 벌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기존 기업의 자만과 관료주의는 새로운 기업이 번창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샘 제머리(Sam Zemurray)는 1893년 세운 신생 기업이 바로 그랬다. 이후 제머리와 투자자들에게 거대한 부를 안겨주게 된다. ​그는 보스턴 프루트(유나이티드 프루트의 전신)이 쓰레기라고 생각한 것을 팔았다. 그는 시장 선도 기업이 보지 못한 틈새시장을 발견했고, 그 시장을 활용했다. 이어서 그들을 훨씬 능가하게 되었다.

 

오늘날의 많은 시장 선도 기업 중에서 몇십 년 후 어느 기업이 사라질지 알아내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소수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많은 기업이 힘든 시기를 겪을 것이고, 그중 소수만 회복하겠지만 결코 이전의 지배력을 찾지는 못할 것이고, 나머지는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중소기업 중 일부가 내일의 시장 지배자가 될 것이다.

 

투자자 역시 오늘날의 기업이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투자 수익률이란 결국 기업의 성공과 실패에 달려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만족에 빠지지 않는 투자자에게는 언제나 기회가 생길 것이다.

필자 피우스 (블로그)

전업 백수 투자자이며, 네이버 블로그 ‘피우스의 책도둑 &’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