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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스웨덴은 어떻게 강력한 ‘복지 정책’에도 ‘경제 성장’이 가능했을까?

byㅍㅍㅅㅅ

맨슈어 올슨은 ‘공공선택론’에서 중요하게 활용되는 ‘공공재’ ‘무임승차’ ‘집단행동’의 개념을 정립한 사람이다. 이 개념을 활용해서 경제발전의 동인, 국가의 흥망성쇠 요인을 분석한다.

 

『집단행동의 논리』(한국문화사)는 공공재(집단재), 무임승차, 집단행동의 메커니즘을 규명한 책이다. 『국가의 흥망성쇠』(한국경제신문사), 『지배권력과 경제번영』(나남), 『스웨덴의 복지 오로라는 얼마나 밝은가?』(해남)는 모두 ‘응용-적용’에 해당하는 분석이다. 지금 쓰려는 글은 『스웨덴의 복지 오로라는 얼마나 밝은가?』에 관한 내용이다.

『스웨덴의 복지 오로라는 얼마나 밝은가?』

책의 분량은 160쪽이다. 내용도 매우 쉽다(다소 반복적일 정도다). ‘스웨덴 복지국가’에 관한 책은 많은 편인데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한다. 경제학(공공선택론)을 기본으로 하되 사회학, 정치학을 넘나든다. 글의 서두에서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1. 첫째, 스웨덴 경제는 왜 지금보다 더 좋아지지 않는가?
  2. 둘째, 스웨덴 경제는 왜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는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전통적인’ 대답은 ① 소득 이전 정책과 높은 비율의 공공부문(정부 지출) ② 높은 세율 ③ 강력한 평등주의 정책으로 인한 근로 유인 약화, 숙련 노동에 대한 투자 위축을 든다. 올슨 역시 전통적 대답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책의 주요 내용은 두 번째 질문의 해답을 찾는 데 있다.

강력한 소득 이전 정책, 많은 정부 지출, 높은 세율, 평등주의 정책에도 왜 스웨덴 경제는 더 나빠지지 않는가?

올슨은 공공부문의 지출 비중, 높은 세율, 노동조합의 강력함 그 자체가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다른 요인보다 ‘결정적’ 요인이거나 ‘주된’ 요인은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올슨이 제시하는 몇 가지 논거를 살펴보자.

 

  1. 스웨덴과 비교할 때, 아일랜드-영국-아르헨티나는 공공부문 비중은 더 적고, 세율도 더 낮고, 노동조합도 더 약하지만 1인당 소득은 스웨덴이 더 높다.

스웨덴의 공공부문, 세율, 노동조합이 많고 강력하다. 그렇지 않은 아일랜드, 영국, 아르헨티나와 비교할 때 스웨덴의 경제적 성과가 더 우수하다.

  1. 서유럽 주요 국가들을 대상으로 1951–1987년 동안 연간 GDP 성장률과 GDP 경상지출을 살펴보면,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진국들을 주로 대상으로 하는데, GDP 성장률과 GDP 대비 경상지출의 상관관계가 없음을 알 수 있다.

  1. 대상 국가를 121개국으로 확대해서 1960–1985년 동안 연간 GDP 성장률과 GDP 대비 정부지출을 살펴봐도, 상관관계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121개국의 GDP 성장률과 GDP 대비 정부지출을 비교 분석해도 역시 상관관계가 없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올슨은 ‘재분배’의 유형을 둘로 나눈다. ① 명시적 재분배(explicit redistribution), ② 암묵적 재분배(implicit redistribution)이다. 명시적 재분배는 전통적인 소득 이전을 의미한다. 암묵적 재분배는 특권, 카르텔, 로비 등을 통한 상대가격의 변화를 의미한다.

명시적 재분배도 ‘사중손실'(=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지만, 암묵적 재분배의 폐해가 훨씬 더 크다고 지적한다. 즉 정책의 투명성을 높여 암묵적 재분배를 제압하며 명시적 재분배를 할 수 있다면 순기능이 작동할 수 있다.

전자(前者)는 전통적인 복지정책이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간다. 후자(後者)는 ‘규제-특권-카르텔-집단행동’에 의해 작동되고, ‘소수-부유한-힘 있는’ 집단이 그 혜택을 누리게 된다. ‘인센티브 왜곡’의 관점에서 볼 때 소득 이전(명시적 재분배)보다 ‘규제-특권-카르텔-집단행동’이 훨씬 더 심각하다.

 

요컨대 스웨덴이 소득 이전 정책을 펼치더라도 ‘정책의 투명성’을 제고해서 ‘암묵적 재분배’ 정책을 ‘견제-제어’할 수만 있다면, 인센티브 왜곡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지적한다. 경제 성장의 관점에서 볼 때, ‘암묵적 재분배’가 훨씬 더 해롭기 때문이다.

다시, 스웨덴 경제가 더 나빠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높은 세율, 소득 이전 정책, 강력한 평등주의 정책으로 인해 근로 의욕 감소와 숙련 노동의 투자 축소를 야기하는 사중손실(死重損失, deadweight loss)이 발생함에도 스웨덴 경제가 더 나빠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질문은 ‘경제 성장이 이뤄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묻는 것과 같다. 올슨은 스웨덴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4가지 요인을 제시한다.

 

첫째, 스웨덴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제조업 보호가 낮다. 다르게 말하면 관세가 적고 제조업 보호 정책이 적은 나라일수록, 즉 개방적일수록 제조업 수출 비중이 크고, 제조업 수출비중이 큰 나라일수록 ‘경제 성장률’이 높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한다(책 38–46쪽).

‘경제 성장’과 상관관계를 갖는 것은 제조업 수출, 개방(낮은 보호관세), 확대된 시장이다.

둘째, 지역통합과 민족국가의 건설로 인해 ‘시장의 대규모화’가 이뤄진 후 경제발전과 경제 성장이 급격히 진행되었던 역사적 사례들을 제시한다. 독일, 일본, 미국, 네덜란드, 영국의 사례를 든다. 이는 『국가의 흥망성쇠』의 핵심 논지이기도 하다.

 

시장의 대규모화가 경제 성장으로 연결되는 메커니즘이 흥미롭다. 시장의 대규모화가 진행되면 ‘로비 범위’가 갑자기 넓어지기 때문에, 과거 ‘좁은 범위’에서 활동하던 ‘전통 로비 집단’의 집단행동이 무력화된다. 집단행동(로비)의 무력화로 인해 암묵적 재분배가 힘을 잃는다. 관세 폐지, 인허가 약화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전통’ 기득권 세력이 힘을 잃는다.

 

역사적 사례로 ①1830년대 독일의 관세동맹 ②1860년대 일본의 메이지유신으로 인한 시장통합과 보호관세 축소 ③미국의 독립전쟁 이후, 1789년까지 정부 수립 과정에서 13개 주(州)가 ‘관세 폐지’를 하고 확대된 시장(=무역 자유화) 형성 ④17세기 네덜란드의 ‘광범위한 역내 자유무역지대’의 창설 ⑤대영제국(Great Britain)의 일환으로,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의 ‘시장 통합’(=확대된 시장=무역자유화)의 경우이다.

 

셋째, 스웨덴의 통치 엘리트 집단의 ‘경제적 이해 수준’(economic understanding)이 다른 국가에 비해 높았던 것을 제시한다. 스웨덴 사민주의와 복지국가를 공부하다 보면 느끼는데, 나 역시 적극 동의하는 입장이다(책 135–136쪽, 151쪽). 약간 보태면, 예컨대 2차 세계대전 이후의 경제 운용 방식을 두고 ‘노동조합 총연맹’인 LO 경제연구소는 스웨덴 사민당과 ‘경제정책 논쟁’을 하게 된다.

 

LO경제연구소의 경제학적 마인드는 스웨덴 사민당보다 ‘한 수 위’였다. 경제 성장-산업구조 고도화-노동의 평등-수출 경쟁력을 동시에 충족하는 정책 패키지를 고안할 정도였다. 결국 LO경제연구소의 제안이 국가정책으로 채택된다. ‘스웨덴 모델’의 대명사가 된 렌-마이드너 플랜이다. 렌-마이드너 플랜은, 아마도 세계 최초로 국가 단위에서 실천된 ‘노동친화적이되, 슘페터리안적인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넷째, ‘포괄적 대표성을 갖는 집단들'(encompassing organization)의 존재를 든다. 이 역시도 적극 동의가 되는 주장이다. 스웨덴 사민주의와 복지국가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스웨덴 사민당, 스웨덴 노총(LO), 스웨덴 경총(SAF)의 포괄적 대표성에 놀라게 된다. 여기서 포괄적 대표성은 ‘공공재와 무임승차 딜레마’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편협한 대표성’을 갖는 계급-계층 집단과 ‘포괄적 대표성’을 갖는 계급-계층 집단을 비교해보자.

 

  1. A 단체: 해당 국가 ‘총소득의 1%’만 관여한다. 사회 전체의 경제 발전과 혁신을 위해 노력하면 비용은 자신이 부담하지만 돌아오는 건 1%에 불과, 혜택은 사회 전체가 갖게 된다. 사회 전체의 혁신과 발전보다 ‘소속집단’의 이익을 중시할 가능성이 높다. 그게 ‘합리적’ 선택이다.
  2. B 단체: 해당 국가 ‘총소득의 50%’에 관여한다. 사회 전체의 경제 발전과 혁신을 위해 노력하면 비용도 자신들이 부담하지만 돌아오는 것 역시 50%, 혜택도 상당 부분 얻게 된다. 사회 전체의 혁신-발전과 ‘소속집단’의 이익을 동시에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포괄적’ 대표성을 갖는 집단’이 중요한 이유이다.

 

4가지 요인을 종합하며 올슨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 사회(국가)는 사회적 역동성과 경제번영을 이룩하면서도 동시에 빈곤한 사람들에게 충분한 재분배를 제공해줄 수 있다. - 앞의 책, 153쪽

나의 이러한 확신은 ‘스웨덴 복지국가’의 기본 이상과 일맥상통한다. […] 따라서 나는 ‘오로라는 정말로 존재한다’고 확신한다. - 앞의 책, 159–160쪽

그래서 경제 성장은 어떻게 가능한가?

출처: Ola Ericson

올슨은 평생에 걸쳐 공공재(집단재), 무임승차, 집단행동이 경제 성장과 국가의 흥망성쇠에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연구했다. ‘공공선택 이론’의 지평을 열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경제 성장의 요인, 동력을 설명하는 방법이 몇 가지가 있다.

 

‘경제학 교과서’의 설명은 자본증가량(K), 노동증가량(L), 기술증가량(T)이다. 여기서 ‘기술증가량’은 자본과 노동으로 집계되지 않는 ‘나머지 전부’의 개념이다. 경제 성장은 어떻게 가능한가? 전(前)근대적 농업 국가에서 근대적 산업 국가로 이행할 때, 다르게 말하면 ‘저소득 국가’에서 ‘중소득 국가‘로 이행할 때는,

 

  1. 최초의 자본이 중요하고,
  2. 경제주체에게 혁신 인센티브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의 약탈을 막는 재산권 보호제도가 중요하며,
  3. 인적 자본 축적을 위해 초중등 교육이 중요하다.

 

올슨은 ‘동태적 과정으로서의 경제발전론’은 어떻게 가능한지 관심을 집중한다. 종합해보면 ‘동태적 경제 성장’의 핵심은 ① 통치 엘리트 세력이 경제 지력(economic understanding)을 갖고 ② 개별 경제주체들에 ‘혁신의 인센티브’를 적극 제공하며 ③ ‘확대된 시장’(=규모의 경제=지역통합=수출=개방)을 지향하며 ④ ‘편협한 대표성’을 갖는 계급, 계층, 이익집단을 ‘포괄적 대표성’의 관점에서 어떻게 제압, 견제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일찍이 마르크스가 잘 지적했듯이 경제 성장은 ‘계급-세력 투쟁’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고, (경제학적 정합성을 충족하되) ‘정치적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 ‘정치경제학’의 영역일 수밖에 없다.

필자 최병천 (페이스북)

정책혁신가, 전 국회의원 보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