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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탐스슈즈는
원래 좀비기업이었다

byㅍㅍㅅㅅ

머니투데이 기사 「신발 기부하던 ‘탐스’, 어쩌다 ‘좀비기업’ 됐나」를 보고, 우리나라 스타트업계를 대표하는 분이 페이스북에 머니투데이가 인용한 WSJ기사 원문 「Toms Shoes Gets New Owners in Out-of-Court Debt Restructuring」을 제시하며, ‘의도가 선하다고 결과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닌데, 그저 탐스슈즈가 어려움을 겪고 구조조정에 들어갔다고 쓰면 될 것을, 좀비기업이라는 기사 제목은 너무 지나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그분의 온건한 생각과 달리, 우리나라 기업계에서 ‘좀비기업’은 이미 아래와 같이 합의하여 사용하는 표현이다.

좀비기업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3년 연속 1 미만인 부실기업으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정부 또는 채권단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유지하는 기업이다. 3년 이내에 채권단 공동 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채권단 자금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은 주채권 은행의 경영평가를 통해 퇴출 여부가 결정된다. - 경제용어 돋보기, 매일경제

좀비기업은 등장한 지 한참 된 용어다.

아니 뭐 이딴 정의가 다 있지? 싶은 분들은 여기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기사 내용에 비추어보면, 머니투데이가 지금의 탐스슈즈를 좀비기업으로 부르는 것은 전혀 잘못이 아니다. 아마도 스타트업계를 대표하는 분으로서는 ‘좀비기업’이 실패한 스타트업을 폄훼하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져 기분이 상하신 모양이다. 하지만, 기분은 기분이고, 본질은 본질이다.

피해자는 자산가 혹은 소비자?

흥미롭게도 위 페이스북 글 아래에는 글쓴이(옹호)와 어떤 분(비판)이 탐스슈즈의 본질에 대한 짧은 토론을 벌인다.


  1. 비판: 탐스슈즈 창업자만 소비자 돈으로 행복. 4,000억대 자산가로 빠져나가.
  2. 옹호: 소비자 돈과 무관. 사모펀드가 투자한 4,000억을 회수하지 못하면 사모펀드에 투자한 자산가들이 손해. 창업자는 엑싯 잘한 것. 실패는 사모펀드의 잘못된 판단과 부족한 능력 탓.
  3. 비판: 사모펀드에 매각하기 이전부터 소비자들이 창업자 배만 불렸다는 설. 스타트업 잘 만들어서 돈 많이 벌었다는 얘기는 스타트업 쪽 논리일 뿐. 많은 소비자는 착한 기업, 사회적 기업이라는 이미지에 기부하는 마음으로 구매. 빈곤 지역과 소비자 사이에서 4,000억 원을 챙긴 창업자는 어떨지 몰라도, 소비자에게는 기분 나쁜 소식.
  4. 옹호: 탐스슈즈 창업자는 선의로 시작했는데 큰 칭송을 받으면서 마케팅 수단이 되었고 큰돈을 벌었다는 아이러니.

이 짧은 토론 안에 탐스슈즈의 본질과 이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다 드러난다. 옹호하는 측은 탐스슈즈가 신박한 아이디어를 잘 살려서 사업을 일으켰고, 스타트업의 정석에 따라 성공적으로 잘 빠져나간 경우라고 본다. 비판하는 측은 탐스슈즈가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빌려 소비자를 현혹하고 창업자만 행복한, 실제로는 전혀 착하지 않은 기업이라고 본다.

착한 기업과 착한 ‘척하는’ 기업은 다르다

어떤 쪽이 맞는 말일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관점에 따라 다르다. 스타트업 창업자는 원래 사업을 잘 개발해서 매각한 후 영광스럽게 철수하는 것이 목표이니, 스타트업계 입장에서 보면 부러울 뿐인 경우일 테고. 이걸 ‘소셜벤처’ ‘착한 기업’ ‘사회적 기업’ 등의 관점에서 보면 더 이상 기부할 수 없게 되었으니 아쉽고 안타까울 것이다. 그러니 여러분의 관점만 정리하면 된다. 내 관점을 정리하기 위해 몇 가지 따져 봤다.


첫째, 탐스슈즈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이었을까? 탐스의 유일한 경쟁력은 창업자 마이코스키의 ‘탁월하게 말 만들어내는(스토리텔링) 능력’이다. 사업을 인수한 사모펀드에 그런 능력이 있을 턱이 없다. 그러니 사모펀드의 기업 경영능력은 비판할 수 없다. 다만, 탐스슈즈 경쟁력의 원천을 알아보지 못하고 지분을 사들인 판단력은 투자자들에게 비판받아 마땅하다.

너만의 성공에 환멸을 느낀다… / 출처: T Times

둘째, 창업자 마이코스키가 착한 사람이었을까? 그건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자기 지분을 사모펀드에 넘겼고, 허울뿐인 경영자(자기 말로는 ‘Chief Shoes Giver’)로 남아 연구개발이나 마케팅은 모르는 채 하면서 전세계에 기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강연이나 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물론 강연료는 받아 가면서 말이다.


셋째, 창업자 마이코스키가 사모펀드에서 받은 매각대금은 어디로 갔을까? 2014년 매각 당시 그는 ‘사모펀드의 도움으로 회사를 더 빨리 성장시켜 더 많은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또 사모펀드에 넘어간 지분 50%는 다른 신생 기부기업에 투자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라고 밝혔지만, 탐스슈즈에 대한 마이코스키의 추가 투자는 없었다. One-for-one 모델이라 알려진 관련 사업에도 의미 있는 규모의 투자를 한 적이 없다.


넷째, 창업자 마이코스키는 지금 뭘 할까? 알려진 바 없다. 적어도 탐스슈즈의 회생을 위해서 무언가 한다는 소식은 없다. 그저 성공적으로 스타트업을 매각한 창업자로서 엄청 길게 남은 여생을 햇빛 가득한 캘리포니아나 플로리다에서 즐기지 않을까.


마지막, 왜 우리는 무작정 마이코스키의 탐스슈즈에 열광했을까? 만약 우리가 마이코스키가 지금 보이는 행태를 사업 초기에 예측했다면 착한 기업이라고 불러줬을까? 지금 알게 된 것을 그때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을까? 처음에는 그렇다 치고,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할 때쯤에는 알아채야 하지 않았을까?


실제로 탐스슈즈에 대한 문제 제기는 처음부터 적지 않았다. ‘착한 기업 찬양론’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묻혀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착한 걸 좋아하는 업계라 그런지, 비판적인 얘기나 문제 제기를 하면 ‘나쁜 사람’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사고가 터지지 않는 한, 잘 들리지 않는다.

착한 기업은 그렇다 치고, 영향은?

비즈니스로서 탐스슈즈는 사업을 잘해서 돈을 많이 번 기업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탐스슈즈 창업자인 마이코스키만 돈을 벌었을 뿐이다. 사회적 영향? 다들 One for One 모델의 신박함을 찬양하느라 바빠서 탐스슈즈의 영향을 진지하게 평가해보지 않았는데, 2016년 세계은행이 그걸 해봤다. (다운로드: Shoeing the Children. The Impacts of the TOMS Shoe Donation Program in Rural El Salvador_World Bank.2016.pdf) 이 평가보고서 내용은 이렇다.

어린이의 신발 사용이 늘었고, 자연스럽게 야외 활동도 늘었다. 다만, 발이나 전신의 건강, 자존감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고, 남학생의 출석률에는 약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신발을 기부받은 아이들은 외부에서 더 많은 도움이 와야 한다고 말하는 경향이 강했다.


대부분의 아이가 한 켤레 이상 신발을 가진 지역에서 기부 효과는 무시해도 될 수준이어서, 현물 기부 프로그램에서는 보다 주의해서 수혜자를 선정(Targeting)해야 함을 보여준다.

출처: Jerry W Ross

한마디로 말하자면 개발협력 관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는 거의 없었고, 원조 의존성(Aid Dependency)은 확실히 늘어났다는 얘기다. 그럼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탐스슈즈는 판매용 신발은 중국에서, 기부용 신발은 현지에서 생산해 현지 경공업 생태계만 무너뜨렸다. 그러니 이런 기업을 한때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해서 그 실패를 아쉬워할 필요가 있을까? 기부에 끼칠 악영향을 생각하면, 탐스슈즈는 오히려 나쁜 기업에 가깝다. 탐스슈즈로 인해 선한 의도를 가진 많은 기부자(=소비자)가 실망한다. 잘못된 기부 방식을 악용한 나쁜 기업 때문에 기부 자체가 의미 없는 행위로 전락하게 된다.


우리는 잘 안다. 소수의 NGO가 배달사고(!)를 일으키면 한동안 전체 기부금 액수는 크게 줄어든다. 이번 탐스슈즈 몰락을 다른 선한 (사회적) 기업과 구분 지어 설명하지 못할 경우, 그 오명은 분투 중인 (사회적) 기업들이 다 뒤집어쓰게 된다.


탐스슈즈는 시작부터 좀비기업이었다. One for One이라는 모델 자체가 지속 가능하지 않았다. 신문 기사에서 지적하듯 연구 개발을 등한시해서가 아니다. 사업을 지속 가능하게 할 뭔가 다른 활동을 할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착한 기업이라는 허울뿐인 치장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착한 소비자를 우롱했다. 차라리 이런 사업을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일반 신발 제조업체가 NGO와 협력해서 순수한 기부활동으로 전개했더라면? 훨씬 더 지속 가능했을 것이다.

혁신, 스타트업, 소셜벤쳐, 착한 기업, 임팩트 투자, 사회적 기업…

우리는 별다른 구분 없이 이런 개념을 뒤섞어 썼다. ‘타다’가 혁신이라는 착각이 대표적이다. 타다의 사업모델이 일반적 플랫폼 사업과 뭐가 다른지에 관한 설명은 본 적이 없다. 어떤 이는 타다의 정당성을 ‘서비스 혁신’을 들어 설명하는데, 그럼 카카오택시처럼 택시 서비스를 혁신하면 될 일이지, 변칙을 통해 택시업계를 죽여서 될 일인가?


‘신박한 것’을 추종하는 이 혼돈은 임팩트 투자에도 전염된다. 2019년에 겪은 세상 황당한 신문 기사가 「‘커피 명가’ 테라로사 임팩트 벤처 투자 유치…”블루보틀과 경쟁」인데, 기사 본문이 설명하는 임팩트투자란 ‘일자리 창출, 환경 개선 등 긍정적 사회 효과를 창출하는 벤처 기업에 하는 투자. 투자 수익과 함께 투자로 인한 영향(impact)까지 고민한다는 점이 특징.’이란다.

테라로사는 그저 멋진 커피 가게다. 무슨 사회적 임팩트가 있다는 건지…

투자자인 크레비스-라임 임팩트 벤처 펀드는 스스로 펀드 목표를 ‘도시·공동체, 환경·에너지, 교육·복지, 고용·취업 문제와 관련된 사회 혁신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밝힌다. 적어도 내 주변에는 테라로사가 어떻게 사회혁신벤처에 해당하는지, 테라로사에 대한 투자를 왜 임팩트 투자라고 부르는지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


기사는 테라로사가 ‘농가 소득 지원·성장성 인정받은 듯’하여 임팩트 투자를 받을 것 같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생두를 생산 농가와 직접 거래하면서 국제 거래가격의 최대 10배로 구매한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공정무역이 생산자에게 줄 수 있는 구매가격대를 고려하면, 왜곡과 과장이 좀 심한 듯하다. 물론 ‘최대’라는 도피처를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전체 구매물량과 거기서 공정무역이 차지하는 비중과 거래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투자사만 그걸 알았을까?


오히려 투자사의 관심사는 그 뒤에 나온 성장성일 것이다. 기사 본문에서도 이 부분이 훨씬 더 길고 자세하다. 실제로 테라로사는 2018년부터 상장을 준비했고, 사모펀드들도 관심이 많았다. 테라로사는 커피 전문 기업으로 투자할만하다. 그럼 그냥 투자하면 된다. 그런데 왜 굳이 있지도 않은 임팩트를 갖다 붙여야 했을까? 테라로사의 사회적 영향이 스타벅스나 이디야와 뭐가 다르길래…


하긴, 투자운용사인 크레비스-라임 임팩트 벤처 펀드의 한 축인 ‘라임자산운용’의 최근 보도된 황당한 펀드운용방식에 비하면 이건 뭐 엄청 착한 축에 속하겠지만… 라임자산운용이 이런 대형사고를 치면서 눈가림으로 임팩트 투자 운운한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생선가게를 통째로 털려고, 새우 몇 마리는 가만두는 ‘착한’ 고양이?

아, 그러고 보니 임팩트 투자에 일반 벤처투자에 적용하는 세제 혜택을 달라는 주장이 있었다! 정말 나중에라도 세제 혜택을 바라고 이런 주장을 펼쳤던 걸까. 하여간 오늘의 교훈은 이것이다.


  1. ‘착한 기업’을 유일한 마케팅 전략으로 삼는 기업은 믿지 마라.
  2. 기부할 테니 비싸게 사달라는 물건은 사지 마라.
  3. 잠깐 멈춰서 그 돈이 누구에게 어떻게 가는지 따져보라.
  4. 기부는 검증된 NGO를 통해 하라.

필자 김용빈 (블로그, 페이스북)

국제개발협력과 비즈니스의 접점을 잇는 남자. 2014년부터 ‘개발마케팅연구소(DMI)’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