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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애플 스토어의 마술

byㅍㅍㅅㅅ

강남 가로수길에 애플 스토어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애플 팬들의 마음이 살랑살랑하는 것 같다. 필자도 애플의 장로급 얼리어답터인 친형을 두고 있는 덕에 근 10여년 간 애플 신제품은 누구보다도 먼저 써보고 동향도 귀동냥으로 업뎃받고 있다.

애플 스토어의 마술

기존 이어폰을 없애고 무선 에어팟을 쓰도록 하면서 개당 159달러 (美 세금 고려 시 대략 20만 원)를 청구하는데도 ‘닥치고 내 돈 갖고 가~’를 외치는 지구상의 수천만 애플 교인들

애플 팬들에게 성지는 어디일까? 애플 본사인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글쎄, 남들 일하는데 가서 괜히 기웃기웃 해봐야 좋을것도 없겠지만 그곳에서 일반인들이 정작 가볼 수 있는 곳은 회사 기념품 가게 정도였다. 이마저도 애플의 명성과 규모에 비하면 매우 초라한 규모였다.

 

(가난한 벤처사업가인 필자는 애플 본사에서만 판다는 볼펜만 몇자루 선물로 사 왔다. 그런데 심지어 볼펜마저 예술인지라 선물 받았던 사람이 그 볼펜 어디서 샀느냐고 다시 사달라는 요청까지 받았다)

 

그렇다면 정작 전 세계 애플 팬들을 열광시키는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는 궁극적인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는 어디일까?

애플 스토어의 마술

애플 스토어는 단순 상점이라기보다는 ‘애플의, 애플을 위한, 애플에 의한’ 문화센터 같다.

그 답은 뉴욕이다. 쿠퍼티노에서 4800km 떨어진 맨하탄, 특히 명품거리 5번가에 위치한 애플 스토어가 전 세계 490개 애플 스토어를 대표하는 글로벌 플래그쉽 스토어다.

 

이곳은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전 세계 애플 팬들이 800미터에 이르는 줄을 만들어 기다리며 신문과 방송의 기사거리를 장식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애플 스토어 중 유일하게 365일 24시간 운영된다고도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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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를 연상시키는 애플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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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사인으로 대표되는 GM빌딩

제네럴모터스 빌딩

이 애플 스토어가 위치한 GM 빌딩은 우리에게 GM대우로 알려진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의 하나인 제너럴 모터스의 건물이었으며 미국에서 단일 건물로 최고가 건물이다. 현재 이 건물의 가치는 34억 달러(약 4조 원)로 추산되며, 몇 년 전 중국계 투자자에게 지분 40%가 매각되는 등 복수의 투자자가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이 GM 빌딩 광장 한복판에 세워진, 전체가 유리로 둘러싸인 큐브(정육면체)는 스티브 잡스가 특허까지 갖고 있는 유리계단과 투명 엘리베이터를 통해 사람들을 지하로 내려보낸다. 그들이 향하는 곳이 바로 지하 공간에 자리 잡고 있는 애플 스토어다. 전 세계에서 하루 만 명 이상, 매년 수백만 명이 몰려와 문전성시를 이루는 그곳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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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이 투명 원통형 엘리베이터, 그 주위를 타원형 계단이 감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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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스토어에는 매시간 1,000명의 고객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자석이 달려있다.

GM빌딩의 과거

전 세계 애플 스토어의 사령탑을 건물 내로 들여옴으로써 엄청난 사람들의 관심과 호응을 받기 시작한 GM빌딩. 하지만 사실 이 공간은 과거 몇십 년간 무엇을 해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죽은 공간이었다. 또한 GM건물에 플래그십 매장이라고 불릴만한 곳은 사실 지하가 아니라 명실상부 자동차 본사건물인 만큼 1층에 있던 자동차 전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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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으로 내려가면 선큰 플라자 (현 애플 스토어), 당시 1층은 영화 배경이 되기도 했던 GM의 showroom

자동차 왕국 미국에서 자동차는 단순한 탈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미국식 번영과 자유의 아이콘, 아메리칸 드림의 결정체였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집에 차가 여러 대라고? 아니 한대면 충분한 거 아니야?’라는 말이 ”핸드폰? 집에 전화해서 누구 바꿔 달라고 하면 되지 왜 개인 전화기가 필요해?’ 처럼 들린다. 그만큼 대부분의 미국 지역에서는 차가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차가 필요하다.

 

‘우리 차’가 아닌 ‘내 차’가 필요한 그곳에서 개인 소비의 궁극적 최고봉은 샤넬 백이나 골프 세트가 아닌 몇만 불씩 하는 자동차였다. 하지만 Made in Japan이 Made in USA의 자동차 시장을 야금야금 차지해 버리고 미국식 번영의 역사가 저물어 가면서, 시대변화와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은 기름을 불태우는 자동차가 아니라 욕망을 불태우는 하이테크 전자제품으로 급속히 옮겨갔다. 이러한 역사의 흐름 속에 신산업의 아이콘과 구산업의 전설이 만나 역사가 이루어진 것이 바로 애플의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이다.

 

이 사건의 시작은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등장인물은 2명이다. 56세의 나이로 안타깝게 우리의 곁을 떠나 많은 애플빠들의 추모를 받고 있는 스티브 잡스, 그리고 뉴욕의 전설적인 부동산 디벨로퍼 해리 매클로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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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산업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와 구 산업(벽돌산업)의 전설인 해리 매클로우

트럼프와 매클로우

원래 센트럴 파크의 남동쪽 코너에서 뉴욕 명품거리 5번가 (5th avenue)가 시작되는 초입의 뛰어난 위치에도 불구하고 GM빌딩과 5번가 사이에는 전체가 지하로 푹 꺼진 선큰플라자가 있었다. 그 주위로 지하상점들이 간혹 있기는 했지만, 사람들은 굳이 푹 꺼진 지하로 내려가기 보다는 그냥 지나치기 바빴다. 그래서 그곳은 레스토랑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리테일 공간이 공실로 남아 썰렁하기만 했다.

 

1998년 이 을씨년스러운 빌딩을 매입한 이가 있다. 바로 그가 미합중국 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옹이다. 트럼프는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5번가에서 건물로 접근하는 길을 막고 있던 이 쓸모없는 공간에 뚜껑을 씌워 파묻어 버림으로써 5번가에서 건물로의 접근을 용이하게 바꿨다. 트럼프는 그렇게 만들어진 광장 밑에 레스토랑과 상점들을 입점시키려고 했지만, 가뜩이나 썰렁했던 그 공간에 뚜껑까지 씌워버리니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뼈저린 실패였다.

 

하지만 진정한 혜안이 있는 부동산 디벨로퍼는 이를 오히려 기회로 삼게 된다. 그가 바로 뉴욕의 부동산계의 전설로 불리는 해리 매클로우다.

 

이번 대선으로 트럼프 옹이 뉴욕의 대표적인 부동산 재벌로 알려졌다. 대중 인지도는 트럼프 옹보다 약하지만, 매클로우는 이름만 요란한 트럼프와 비교도 되지 않는 내공을 가지고 있다. 매클로우는 2003년 GM빌딩을 매입하기 전에 트럼프가 실패한 2,100㎡에 해당하는 지하 공간에 주목했다. 그리고는 5번가의 랜드마크로 거듭날 수 있는 열쇠로 ‘애플’을 생각해냈다. 2003년이면 아이팟이 이제 1~3세대를 왔다 갔다 할 시기였고, 컴퓨터로 보면 큼지막한 CRT모니터였던 iMAC시리즈가 나오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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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대단한 혁신이었던 iMAC (~2003)

하지만 무엇보다 애플의 주식가격이 1.5불 정도 하던 때(2015년 애플 주가는 132불까지 올랐다. 현재는 117불이다)였으니 당시 애플은 얼마나 진흙 속 진주였는지 짐작이 간다.

 

매클로우는 GM빌딩을 매입하기도 전에 애플 스토어를 유치하기 위한 제안서를 애플 쪽에 전달한 상황이었다. 거기에 직접 스티브 잡스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서부로 날아갔다.

 

그의 설득력 있는 프레젠테이션은 21세기 최고의 혁신가 스티브 잡스의 마음을 한숨에 사로잡았다. 5번가 애플 스토어가 첫 번째 애플 스토어는 아니었지만, 패션과 럭셔리의 상징인 명품거리 한복판에 하이테크 가게를, 그것도 지하에 집어넣겠다는 건 매우 발칙한 발상이었다. (게다가 미국은 지하공간 활용도가 일반적으로 매우 낮다.)

 

스티브 잡스는 그때부터 뉴욕 5번가 애플 스토어 개발을 위해 발 벗고 나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애플의 입점 시 예상되는 변화와 기회를 믿고 투자에 확신이 선 매클로우도 그 당시 전대미문의 금액인 14억 달러를 트럼프에게 던져주고 그 빌딩 전체를 사들인다. (2003년 기준환율로 1조 6500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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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 매클로우ㅎ 님 복받을거임 (하지만 트럼프가 14억 달러에 판 건물은 몇 년 후 34억 달러로 평가받는다…)

스티브 잡스와 큐브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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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90장의 유리로 된 구조물을 15장으로 줄인 애플 큐브. 유리 한 장 가격은 5억 원이 넘는다.

사실 50여 층에 이르는 오피스 건물의 1층도 아닌 지하층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표면적인 이유는 스티브 잡스의 아이디어로 구현한 큐브 디자인에 있을듯하다. 광장 한복판에 설치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덮고 있는 큐브 유리박스는 90장의 대형 유리들을 이어붙여 정육면체의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안에는 애플의 상징인 애플 로고가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장식되어 사람들을 맞이했다.

 

이 애플 큐브는 2011년 670만 불 (약 80억 원)을 들여 15장의 초대형 강화유리로 더욱 세련되고 심플하게 개선되었다. 미국 건축가협회에서는 ‘미국의 50대 걸작 구조물’에 이 큐브를 포함시켰다. 스티브 잡스 사후 사람들은 그의 기념비로 이 큐브를 떠올리게 될 정도로 애플 플래그십의 큐브는 상징적인 의미를가지게 되었다.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지하의 거대한 애플 스토어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광장 한복판에 우뚝 선 투명한 유리 큐브와 그 안의 애플 로고만 볼 수 있다. 그 단순한 유리상자 안의 마법 같은 사과 간판이 시간당 1,000명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애초 매클로우의 아이디어는 초승달 모양, 직선 모양, 둥근 모양 등 지금의 큐브와 전혀 다른 형태였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큐브 형태를 고집해 그의 아이디어대로 완성되어 대박이 터진 것이다. 그러니 그 디자인의 영향은 실로 막강한 것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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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통적인 명품 패션 거리에 하이테크 기술의 전시판매시설을 들여놓은 파격성이나 21세기 최고의 발명품들을 쏟아내고 있는 애플의 브랜드를 건물 내로 들여오는 테넌팅을 직접 수행함으로써 시들해져 가던 건물을 하루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5번가의 랜드마크로 도약하는 밑판을 짜고 투자가치를 높인 것은 모두 매클로우의 아이디어와 노력이었다. 애플 스토어는 연간 수백만 명에 달하는 5번가의 관광객과 쇼핑객들을 GM빌딩으로 끌어들이고 건물에 엄청난 활력을불어넣었다. 또한 애플의 유리 큐브는 어떠한 예술작품보다도 사람들을 흥분시켰고, 그 앞에서 플래시를 터뜨리게 만들었다.

 

이런 매클로우의 안목과 성공적인 투자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의 여파로 인해 GM빌딩을 보스턴 프로퍼티스와 미들이스턴 그룹에 넘길 수밖에 없게 되었을 때 증명되었다. 매클로우는 당시 채권단들에 의해 뺏기다시피 건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지만, 28억 달러라는 미국 역사상 단일 거래로는 전무후무한 금액으로 5년 만에 매입금액의 두 배를 실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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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전달하고 있는 애플 스토어

한국의 애플 스토어

애플 입장에서는 ‘삼성’이라는 경쟁자의 홈 구장이라서 그럴까, 한국은 애플의 신제품이 나올 때면 1차 출시국은커녕 2차 출시국에서도 제외되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었다. 요즘같이 아이폰이 흔한 시대에도 아이폰 수리를 맡기려고 하면 당황스러운 홀대를 당하는 것도 다반사였다.

 

하지만 이제 애플 스토어가 생기면서 상황이 많이 개선될듯하다. 물론 전 세계 20개국에 490개의 애플 스토어를 열고 나서야 한국에 들어오게 되는 실정이지만 말이다.

 

애플 스토어는 단순히 슈퍼마켓처럼 물건만 계산해 주고 빠이빠이 하는 가게가 아니다. 애플 상품에 대한 교육과 1:1 수리 및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지니어스 바Genius Bar’를 운영하며 애플과 관련된 워크숍도 진행되게 된다. 애플 상품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면서 애플의 문화를 전파하는 문화센터에 가까운 애플 스토어가 한국에서는 어떠한 모습으로 소개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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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에 입점할 것으로 보이는 서울 1호점 애플 스토어

필자 남성태 (블로그, 페이스북)

20년 부동산 덕후로 뉴욕에서 공부하고 일하면서 선진사례를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공부했습니다. 부동산 테크, 선진화, 금융 혁신, 부동산 디벨로퍼 활성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뉴욕의 부동산 투자회사를 거쳐 지금은 부동산+금융+IT의 핀테크회사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