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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스페셜티 기준이 뭔가요?”…큐그레이더가 말하는 커피 트렌드

by리얼푸드

-한국 1세대 큐그레이더들, 한국 스페셜티커피에 대한 토론회 가져

-SCAA가 정한 스페셜티커피 기준, 이전보다 폭넓어진 개념으로 변화

-국가간 특징은 줄어들고, 무산소발효와 같은 커피 가공법 주목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커피 좀 아는 사람. 일명 ‘커잘알’이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은 스페셜티커피다. ‘인스턴트 커피’ 시대를 지나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대형 커피전문점의 등장, 그리고 현재는 ‘스페셜티(Specialty)’가 전 세계 커피시장의 ‘제3의 물결’로 불린다. 서울 삼청동 내 ‘블루보틀’ 앞에는 아직도 긴 줄이 늘어설 정도로 국내 열풍 또한 거세다. 하지만 대부분은 ‘스페셜티커피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선뜻 대답을 망설인다.

최근 서울 양천구 ‘뉴웨이브커피로스터스’에서는 한국 1세대 큐그레이더들이 모여 스페셜티커피에 대한 정의와 트렌드를 분석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육성연 기자]

최근 서울 양천구 ‘뉴웨이브커피로스터스’에서는 한국 1세대 큐그레이더들이 모여 스페셜티커피에 대한 정의와 트렌드를 분석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육성연 기자]

큐그레이더(Q-Grader, 커피 원료를 선별해 품질 등급을 정하는 감정사 역할)가 말하는 스페셜티 커피의 정의는 시대 흐름에 따라 조건이 달라지고 있다. 스페셜티 열풍, 과연 어떤 방향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걸까. 최근 서울 양천구 뉴웨이브커피 로스터스에서는 한국 1세대 큐그레이더 6명이 한 자리에 모여 한국 스페셜티커피의 역사와 미래를 토론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이외에 카페 운영자나 바리스타, 커피 강사들도 참여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자리에서는 스페셜티커피의 정확한 정의를 두고 토론이 시작됐다. 스페셜티커피는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에서 정한 커피의 외관, 향미, 질감, 깔끔함 등의 기준에서 80점 이상 점수를 얻은 전 세계 상위 7% 커피를 말한다. 하지만 몇 년 사이에 불어닥친 스페셜티 열풍으로 이제는 편의점에서도 쉽게 접하는 흔한(?) 단어가 되면서 그 의미가 차츰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방정호 비다스테크 대표는 “스페셜티커피에 대한 기준이 오직 생두만은 아니다”라며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의 기준도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지속가능성이나 환경 이슈 등을 포함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훨씬 두루뭉술해졌다”고 했다. 다른 큐그레이더들도 동의했다. 유승권 뉴웨이브커피로스터스 대표는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스페셜티커피를 받아들이는 방식 자체가 변했다. 점수가 등급을 대변하는 시대에서 현재 기준점은 다양해졌다”고 했다. 이수경 레디쉬브라운 대표 역시 “사전적 의미로는 생두에 대한 평가 기준이 맞으나, 고급 생두를 가지고도 로스팅이나 추출을 잘못하면 순식간에 질 낮은 커피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고객의 경험이나 문화, 환경 등 커피 맛에 관여되는 요소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에 지금은 이전보다 폭넓은 정의로 받아들인다는 의견들이다.

생산 지역뿐 아니라 농장 및 생산자, 품종, 가공법등이 적힌 커피 라벨 [사진=엔터하츠 제공]

생산 지역뿐 아니라 농장 및 생산자, 품종, 가공법등이 적힌 커피 라벨 [사진=엔터하츠 제공]

스페셜티커피는 대량 생산되는 커피에 반하는 방향으로 시작됐다. 즉 산지 특성과 가공 및 추출방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방식으로, 누구나 같은 맛을 즐기는 대중적 커피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추영민 커피코알라 대표는 "스페셜티커피를 단순한 맛이 아닌 오감으로 대중들이 느끼려면 여러 요소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을, 이수경 대표는 “소비자들은 이제 인테리어나 커피 장비 등 모든 것에 종합적인 만족을 원한다”는 말을 전했다. 커피 한 잔의 비용으로 작은 호사를 누리고 싶은 심리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박정훈 스티치커피로스터스 대표는 새로운 커피가공법을 언급했다. 그는 "최근 큰 이슈로 떠오른 가공법은 앞으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화용 엔터하츠 대표 또한 이에 공감하며 “원두 생산부터 추출까지 모든 과정을 알고 싶어하는 성향이 강해졌다. 이에 따라 국가간 원두 특징은 줄어든 반면 커피 농장이 택한 커피 품종이나 가공법 및 노하우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0년부터 커피업계는 품종 개발보다 빠른 시간내 새로운 맛을 이끌어내는 가공법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정화용 대표는 “2015년 호주의 샤샤 세스틱 바리스타가 와인 발효 기술을 커피에 접목하면서 ‘무산소 발효 가공법’이 새롭게 떠올랐다. 이후 ‘더블무산소발효’나 ‘젖산발효법’ 등 다양한 방식이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아직 소량 생산되고 가격도 높지만 큰 이슈를 가진 분야이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흑당시럽등 부재료에 주목하는 커피가 많아졌지만 커피 자체에 집중하는 스페셜티커피 전문점도 세분화돼야 한다”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gorgeou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