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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전주만 들어도 두근두근,
음악이 곧 기억인 이들에게

by예술의전당

<애니메이션 OST 어벤져스 페스티벌> 8.26(일) 콘서트홀

전주만 들어도 두근두근, 음악이 곧

음악은 곧 기억이다. 나처럼 음악을 직업으로 다루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사람은 좋은 시절을 환기하고 싶어서 음악을 듣는다. 이것은 과학이 증명한 것이기도 하다.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략 사십대에 접어든 이후로는 새 음악을 찾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지금 이러한 경향성을 타박하려는 게 아니다. 젊은 시절 즐겨 들었던 음악을 우리가 평생에 걸쳐 애정하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전주만 들어도 두근두근, 음악이 곧 전주만 들어도 두근두근, 음악이 곧

콘서트에 가는 행위가 그중에서도 대표적이다. 주변을 살펴보라. 신곡을 듣기 위해 공연장에 가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익숙한 곡을 스튜디오 버전이 아닌 라이브로 접하기 위해 공연장으로 향한다. 여러분이 지금 기대하고 있을 <애니메이션 OST 어벤져스 페스티벌>이 바로 그런 경우다. <슈퍼맨>, <배트맨>, <아이언맨>, <어벤져스>. 제목만 봐도 두근거리는 사람, 분명히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여기에 더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이웃집 토토로>까지, 이쯤 되면 머릿속에서 최소 한두 곡 정도는 음악이 자동 재생될 수준이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금방 생각이 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잘 안다. 그러나 장담컨대, 공연장에서 듣자마자 “아, 이 곡!” 하며 속으로 외칠 노래가 수두룩할 것이다. 뭐랄까. 이 곡들을 피하며 산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테니까 말이다. 이렇듯 시간의 시험을 이겨낸 곡을 우리는 보통 명곡이라고 부른다.

내가 아는 OST 다 모였다

<슈퍼맨> 주제가를 예로 들어볼까. 그 유명한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이 노래는 이후 현대 영화음악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 거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아름다운 멜로디를 바탕으로 대서사시적인 구성을 추구하는 존 윌리엄스의 세계를 압축적으로 상징하는 곡이기도 하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선택된 ‘몰로소스Molossus’도 주목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시대 영화음악계의 최고 거장이라 할 한스 짐머의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곡인 까닭이다. 간단하게, 한스 짐머는 오케스트라에 기반을 둔 클래식을 로큰롤처럼 구사하는 작곡가다. 장중한 연주를 지속적으로 반복하면서 마치 기타 리프를 만들 듯 음악을 창조해낸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단연코 압도적인 사운드의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이 곡이 이것을 증명한다.

 

이 두 곡은 물론이요, 마블과 DC가 그동안 발표해온 사운드트랙은 다음과 같은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오케스트라를 기초로 하는 클래식의 전통이 사라지지 않도록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것이다. 이건 내 주장이 아니다. 영화음악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에서 한스 짐머가 말한 내용이다. 공연 프로그램에도 포함되어 있는 ‘어벤져스’를 들어보라. 앨런 실베스트리가 작곡한 이 작품, 클래식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연주를 담고 있지 않은가. 이 곡만이 아니다. 1부에 포함된 모든 곡이 이런 지향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웅장함이 돋보일 1부와는 달리 2부에서는 음악에 있어 서정미가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서정미는 단 하나의 이름으로 수렴된다. 바로 히사이시 조다. 히사이시 조가 누구인가.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 지브리 스튜디오의 영광을 일궈낸 작곡가다. 그의 손끝에서 빚어진 명곡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수록된 ‘인생의 회전목마’는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도 가끔 선곡되는 노래다. 정말이지 나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왠지 모르게 울컥하는 감정에 빠지고는 한다. 이 외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실렸던 ‘어느 여름날’, 애절한 선율로 관객들을 눈물짓게 했던 <원령공주>의 ‘아시타카의 전설’ 등 지브리와 히사이시 조를 대표하는 영화음악을 이번 공연을 통해 다시 만날 수 있다.

 

다시 한번 1부와 2부의 프로그램을 쭉 훑어봤다. 시간이 겨우 허락해서, 아니 없는 시간을 쪼개서 <애니메이션 OST 어벤져스 페스티벌> 콘서트에 참석한 여러분에게 큰 감동을 던져줄 거라고 자신할 수밖에 없는 리스트다. 과거 즐겨 들었던 음악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 공연 역시 당신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 하나를 선물해줄 것이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사진 스톰프뮤직

 

위 글은 월간 「예술의전당과 함께 Beautiful Life!」 2018년 8월호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