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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색과 빛이 있는 순간

by예술의전당

<오! 에르베 튈레 색색깔깔 展 > 7.21(토) - 10.21(일)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신카이마코토展 <별의 목소리>부터 <너의 이름은.>까지 7.13(금) - 9.26(수) 한가람미술관

컬러풀, 놀이가 되다

색과 빛이 있는 순간

미국 워싱턴 의회도서관에서의 워크숍 장면. ⓒ Amanda Reyn

색은 다른 어떤 것보다 먼저 우리의 시선을 끌고 감각을 자극한다. 요즘엔 누구든 색깔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예술가처럼 전문인만 색을 쓸 수 있었다. 천연 원료에서 염료를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과정이었고, 색칠을 입히거나 염색을 하는 번거로움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에 합성염료가 발명되면서 새로운 색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이후로 세상은 각양각색으로 바뀌었다. 점차 사람들이 색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할 일이 잦아졌고, 19세기 후반에는 영어에서 색으로 가득하다는 뜻을 가진 ‘컬러풀colorful’이라는 단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이제 색은 트렌드의 중심에 서서 전 세계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주도하게 되었다. 프랑스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책 예술가인 에르베 튈레(1958~)는 색으로 유명해진 작가로, 그의 작업은 그야말로 컬러풀하다. 튈레는 감각적인 색채 놀이를 어린이 미술교육 활동에 끌어들였고, 특히 2007년에 출간한 감성 미술책 ‘색색깔깔’ 시리즈로 세계적인 인기를 휩쓸었다. 튈레에게 있어 그림책은 단순히 그림이 그려져 있는 책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에게 그림은 결과물이라기 보다는 놀이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가 기획한 그림책들은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오감을 깨워 생동감 있게 활성화해주는 흥미진진한 놀이 전략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내 작품이 사람을 창의적으로 만들고, 창작을 즐거워하는 쪽으로 변화시켰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튈레는 전 세계 곳곳의 미술관에서 초청받아 동분서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7월 21일(토)부터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 <오! 에르베 튈레 색색깔깔 展 >은 그의 컬러풀한 회화와 재치 넘치는 그림책 원본들을 한국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하늘의 빛, 마음이 되다

색과 빛이 있는 순간

'초속 5센티미터'의 한 장면.

한가람미술관에서는 7월 13일(금)부터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데뷔 15주년 기념 전시를 개최했다. 신카이 마코토(1973~) 감독은 <초속 5센티미터>와 <너의 이름은.>으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도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신카이 감독의 애니메이션에서 시선을 끄는 것은 하늘색이다. 특히 구름 사이로 신비로운 빛이 곳곳에 퍼져 있는 하늘은 주인공의 마음 상태에 따라 청색, 옥색, 주황색, 그리고 가끔 연분홍색이나 보라색으로도 변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색이란 재료의 상태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라고 이야기했다. 색 그 자체의 특성보다는 색이 우리의 마음에 어떤 작용을 일으키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뜻이다. 2013년 작 <언어의 정원>에서는 하늘이 초록빛으로 묘사되어 있다. 사실상 비 오는 날의 하늘은 잿빛에 가깝겠지만, 주인공 소년이 설레는 기분으로 연상의 여인과 마주치는 하늘이 음침한 회색조일 수가 없다.

색과 빛이 있는 순간

신카이 감독의 작품 대부분은 우주의 하늘을 무대로 한다. 감독은 어릴 적부터 다른 행성에 가보고 싶다는 꿈을 꾸었고, 그 행성에서 별이 뜬 밤하늘을 보고 싶어 했다. 2002년 작 <별의 목소리>에서는 먼 우주로 떠난 소녀가 등장하는데, 지구에 있는 소년을 그리워하지만 둘은 각기 다른 하늘을 보며 지내야 한다. 하늘뿐 아니라 시간도 다르게 간다. <초속 5센티미터>의 ‘벚꽃 이야기’ 편에서는 소녀를 만나러 가는 전차에서 예기치 못한 폭설 때문에 도착 시간이 계속 지체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신카이 감독의 주인공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어긋나버린 시간차가 존재한다. 파묻힌 기억 속에서는 나이를 먹지 않는 상대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눈앞에 놓인 현실의 시계는 쉬지 않고 흘러간다. 관람자를 감동시키는 장면은 주인공들이 우연히 마주치는 순간이다. 철길을 사이에 두고 길을 건너다가, 혹은 올라가고 내려가는 계단에서 성인이 된 소년과 소녀는 흠칫 걸음을 멈춘다. 무의식이 서로를 알아본 것이다. 우리는 이 순간을 운명이라 말하기도 하고, 기적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그 순간의 하늘은 과연 무슨 색이었을까?

 

글 이주은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사진 아트센터 이다, 웨이즈비

 

위 글은 월간 「예술의전당과 함께 Beautiful Life!」 2018년 8월호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