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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과거와 미래를 은유하다

by예술의전당

과거와 미래를 은유하다

2018 '교향악축제'

음반사 낙소스는 지난해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의 코른골트 협주곡 음반을 냈다. 이지윤의 코른골트는 촘촘하고 날렵했다. 보통 이 곡을 다루는 거대하고 낭만적 호흡 대신 민첩한 움직임을 사용하자 곡의 세부적인 내용이 살아났다. 자기주장이 분명하지만 설득적이기도 한 경우를 바로 ‘매력적인 연주’라고 부른다. 이지윤의 코른골트는 실연이 궁금해질 정도로 좋은, 그리고 ‘매력적인 연주’였다.

 

2019년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는 이 무대를 만나볼 수 있다. 올해 <교향악축제> 일정 중 중반부에 놓인 인천시립교향악단의 공연이다. 이지윤은 지휘자 이병욱과 함께 코른골트의 협주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베를린슈타츠오퍼오케스트라의 종신 악장으로 지난해 임명된 이지윤의 오케스트라에 대한 이해도 궁금하지만, 무엇보다 확인하고 싶은 것은 그의 코른골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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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정인혁 4.3 요엘 레비 ⓒabos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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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줄리안 코바체프 4.5 제임스 저드 ⓒmelindapar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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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김광현 4.7 이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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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장윤성 4.10 이병욱 ⓒFelix Broe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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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정치용 4.12 윌슨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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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김홍재 4.14 니콜라이 알렉세예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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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김대진 4.17 성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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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8 최수열 (ⓒ박재형) 4.19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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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 마시모 자네티 (ⓒHyperactiveStudios) 4.21 이 장 (ⓒDeng Pan)

궁금한 협연자를 모으다

<교향악축제>의 장기 중 하나가 이렇게 청중을 궁금하게 만드는 일이다. 한 해 동안 듣고 싶었던 협연자와 오케스트라, 연주곡을 짝지어 무대 위에 올린다. 서울시립교향악단에 갓 취임한 부지휘자 윌슨 응도 <교향악축제>에 참여한다. 공개 채용에 응시한 113명 중에 선발된 서른 살의 홍콩 출신 지휘자는 라흐마니노프의 ‘심포닉 댄스’를 골라 화려한 신고식을 예고했다.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의 이제 갓 시작된 호흡도 궁금해진다.

 

2017년 부조니국제콩쿠르에서 2위에 오른 피아니스트 원재연은 콩쿠르 당시의 파이널 협주곡인 베토벤 4번으로 대전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한다.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악장이 된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은 원주시립교향악단과 시벨리우스를 들려준다. 플루트 연주의 차원을 바꿔 놓으며 최근 음악계의 핵심 화제로 올라선 조성현은 춘천시립교향악단과 모차르트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매년 열리는 <교향악축제>는 그때마다 중요한 지점들을 짚어내며 30년에 이르렀다. 30주년을 맞는 <교향악축제>는 한 세대를 뜻하는 ‘제너레이션(Generation)’을 올해의 테마로 잡았다. 어린아이가 자라 부모가 되는 시간이다. 좀 더 유난스러울 만도 하지만 30년째의 <교향악축제>는 보통 때처럼 할 일을 한다. 기대되는 협연자를 청중 앞에 데려다 놓고, 흥미로운 레퍼토리를 소개하고, 교향악의 기본이 되는 작품들을 계속해서 무대에 올린다.

새로운 곡을 소개하다

연주자만큼이나 음악 자체로 흥미를 끄는 것도 <교향악축제>의 미덕이다. 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지휘자 장윤성과 연주할 에르네스트 블로흐의 교향곡은 한국 초연이다. 유대민족의 전통이 깃든 작품들로 유명한 블로흐의 20세기 초반 교향곡은 현대 음악의 태동기에 대한 탐구로 청중을 인도할 것이다. 19세기의 황혼이 깃든 프랑크의 교향곡도 역시 새로운 시대를 이끌었던 작품이다. 울산시립교향악단은 현대성이 엿보이는 이 작품을 대담하게 골라 무대에 올린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국내 초연할 ‘Korean Overture’도 이번 <교향악축제>의 흥미로운 순간으로 점쳐진다.

 

협주곡이 신선한 경우도 반갑다. 젊은 연주자 임희영은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 협연곡으로 다리우스 미요의 작품을 골랐다.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이 곡을 음반으로 발매했던 임희영은 1930년대 프랑스, 그리고 미요 특유의 세련되고 유머러스함을 조명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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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이진상 (ⓒRamiHyun) 4.3 윤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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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문태국 (ⓒSangWook Lee) 4.5 원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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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박지윤 4.7 조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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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이용규 4.10 이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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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김응수 4.12 김두민 (ⓒ강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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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유영욱 4.14 박종해 (ⓒSangWo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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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김규연 4.17 임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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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8 윤홍천 (ⓒIrene Zandel) 4.19 함 경 (ⓒKaupo Kikk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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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 이지혜 4.21 지안 왕 (ⓒXu Bin)

들어야 할 곡을 들려주다

새롭고 신선한 순간을 골라냈다면 다시 고전을 만끽할 순서다. 아마도 30년 동안 숱하게 연주됐을 교향곡과 협주곡의 정석이 무수히 무대에 오른다. 수백 년 동안 수천만 번 반복되는 음악에서 자신만의 순간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 청중의 의무이자 특기 아니던가. 2019년 <교향악축제>에서 선보일 열여덟 번의 무대도 여기에 충실하다. 개막 무대부터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베토벤 교향곡 5번이다. 제주특별자치도립제주교향악단과 지휘자 정인혁, 피아니스트 이진상은 고전과 낭만이라는 음악의 전성기로 우리를 정중히 데려다 놓으며 축제의 시작을 알릴 것이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대구시립교향악단), 브람스 교향곡 1번(원주시립교향악단), 말러 교향곡 5번(인천시립교향악단),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광주시립교향악단)은 <교향악축제>가 어떻게 30년을 이어왔는지 확인하는 뼈대다.

 

<교향악축제>에서 때로는 화제가 되는 협연자가, 또는 초연되는 작품이 조명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묵묵히 무대에 오르는 진짜 주인공은 당연히 열여덟 곳의 교향악단이다. 말 그대로 서울에서 제주까지 이어지는 교향악단 릴레이는 각 오케스트라의 색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할 기회다. 30년째 전국 교향악단은 4월의 축제를 위해 실력을 벼린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본 윌리엄스를 골라 어렵지만 가치 있는 선곡이라는 최근의 시도를 재확인한다. 부산시립교향악단은 지난해에 이어 R. 슈트라우스를 선택했고, ‘알프스 교향곡’에서 사운드의 규모와 수준을 시험한다.

중국국가대극원오케스트라의 폐막 공연

어린아이가 30년 후 부모 세대가 되듯 <교향악축제>는 몇 년 전부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아시아의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무대를 여는 일이다. 2017년 홍콩필하모닉오케스트라, 2018년 대만국가교향악단에 이어 올해는 중국이다. 중국이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한 해 전 지은 국가대극원의 상주 오케스트라(이하 NCPAO - National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 Orchestra)가 <교향악축제>의 폐막 무대에 선다.

 

연주곡목은 줄리안 유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중국 버전’과 차이콥스키 로코코 변주곡, 말러 교향곡 1번. 중국국립교향악단 감독을 맡은 이 장과 첼리스트 지안 왕이 연주한다.

 

NCPAO는 2015년 대구에서도 공연했지만, 아직 국내에는 낯선 이름이다. 2010년 창단해 이제 갓 9년이 된 신생 오케스트라이기 때문. 그러나 최근 여러 분야에서 보여주는 중국의 기세만큼 오케스트라도 심상치 않다. NCPAO의 대표인 패트릭 런은 이메일 인터뷰에서 자신들을 “중국의 새로운 시대를 들려주는 오케스트라”라고 소개했다.

 

NCPAO의 단원 대부분은 중국의 1990년대를 경험하며 변화 속에 자라난 이들이다. 또 절반 이상은 외국 유학 혹은 해외 오케스트라 활동 경험이 있다. 런 대표는 “이들은 중국 음악인의 새로운 세대에 대한 상징”이라고 했다. 실제로 차이나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하이심포니오케스트라 등의 중국 오케스트라 사이에서 NCPAO는 21세기에 창단된 유일한 메이저 교향악단으로 중국 음악계의 미래를 대표한다.

 

더불어 런 대표는 NCPAO의 독특한 사운드에 대해 “확신에 찬 젊은 힘으로 가득한, 중국의 최신 음향이다”라고 표현했다. 공연장의 상주 오케스트라답게 연주 횟수가 많고 다루는 장르가 넓다. 한 해 10~13편의 오페라를 연주하고, 20~25회의 심포니 콘서트를 연다. 한 해 올리는 공연은 100회에 이른다. 게다가 창단 이래 9년간 함께한 음악가는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정명훈, 주빈 메타, 발레리 게르기예프 등 걸출하기 이를 데 없다.

오케스트라, 그리고 <교향악축제>의 임무

물론 중요한 것은 횟수보다 균형이다. 런 대표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이어가면서 음악적 모험의 폭도 넓히고 있다”고 했다. 지난 9년 NCPAO의 주된 레퍼토리는 고전과 낭만이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는 중국의 젊은 작곡가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새로운 교향곡 콘테스트를 연다. 여기에서 데뷔한 작곡가들이 중국 각지 오케스트라와 연주할 기회를 얻는다.

 

그뿐만 아니라 존 애덤스, 다케미쓰 도루 등 중국 이외 지역의 현대 작곡가 작품도 소개한다. 런 대표는 “인간의 음악 창작과 감상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영속한다고 믿는다. 새로운 작품과 옛작품을 함께 공연하는 것은 오케스트라가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하는 일이고, 인간 사회의 일원으로서 역사를 앞당기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거창해 보이지만 이보다 정확하게 21세기 오케스트라의 임무를 표현하기도 힘들다.

 

국가대극원은 외계에서 착륙한 우주선 모양의 공연장이다. 런 대표는 “우주선은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완벽한 은유”라고 했다. 다른 문화의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도록 돕는 것이 이 시대 공연장과 오케스트라의 일이라는 뜻이다. 신생 단체지만 현명하게 역할을 이해하고 있는 NCPAO가 30주년을 맞는 <교향악축제>의 마지막 무대에 서는 일 또한 상징적이다. 이 폐막 공연을 끝으로 2019년의 <교향악축제>는 과거와 지금, 또 미래의 예술과 음악이 할 일에 대한 좋은 은유로 기록될 것이다.

 

글 김호정 중앙일보 문화팀 기자

 

위 글은 월간 「예술의전당과 함께 Beautiful Life!」 2019년 4월호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