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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한 끝없는 고민

by예술의전당

콘서트 오페라 <토스카> 4.30(화) 콘서트홀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한 끝없는 고

2018년 5월 30일에 열린 콘서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지난 2018년 5월 30일, 모차르트 최고의 명작으로 꼽히는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기념 작품으로 올려졌다. ‘대만의 정명훈’으로 불리는 지휘자 샤오치아 뤼와 스티븐 카르의 연출, 그리고 국내외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국내 출신의 성악가들을 초청해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다른 오페라보다 연습기간과 준비기간 모두 장시간을 요하는 오페라였기에 더욱더 그 의미가 깊고 여운이 오래 남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남과 동시에 다음 작품 선정에 대한 긴 고민이 시작됐다.

 

이미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예브게니 오네긴>, <투란도트> 등 베르디, 차이콥스키, 푸치니와 같은 여러 작곡가들의 최고 오페라 작품들을 선정했던 터. 다음 콘서트 오페라 무대에 오를 작품 선정에는 더 욱 신중함을 기울여야 했다. 특히 개관 30주년에 맞춘 밝은 분위기의 모차르트 오페라를 끝낸 직후였기에 작품 선정이 기획팀에는 큰 숙제와 같았다. 이런저런 의견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다시 한번 극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을 선택하기로 했다. 최종 선택된 작품은 푸치니의 3대 오페라 작품 중 하나이자 드라마틱의 정수라 할 수 있는 <토스카>였다.

콘서트 오페라의 여섯 번째 스테이지, <토스카>

오페라 <토스카>는 푸치니의 작품 중에서도 <나비부인>, <라 보엠>, <투란도트>와 함께 오랜 시간 동안 관객들로부터 끊임없이 사랑받는 베리스모(Verismo, 사실주의) 오페라의 최고봉이자 전 세계적으로 아주 많이 연주되고 있는 작품 중 하나다. 그러나 출연하는 성악가의 섭외가 어느 오페라보다 쉽지 않아 큰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예술의전당 콘서트 오페라에는 ‘다른 오페라와 확연히 구별되는 장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작품 선택은 물론 연출 그리고 성악가 캐스팅이 온연하게 잘 어우러져 완벽한 하나를 보여줬다는 것. <라 트라비아타> 비올레타 역의 마리나 레베카, 제르몽 역의 퀸 켈시, <예브게니 오네긴> 렌스키 역의 파볼 브레슬릭, <투란도트> 투란도트 역의 린즈 린드스트롬 등 예술의전당 콘서트 오페라의 히로인들은 이미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이하 메트), 로열오페라하우스 등 현재 빅 하우스 (세계 메이저 오페라극장)의 모든 주요 오페라를 섭렵하며 섭외 0순위로 꼽히는 성악가들이었다. 그 때문에 국내 관객들에게는 해외에 나가지 않고 DVD나 공연 영상으로만 접하던 이들을 예술의전당에서 만나볼 수 있게 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러했기에 이번 콘서트 오페라 <토스카>의 성악가 캐스팅 또한 이 공연의 모든 것을 말해 주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긴박감 넘치는 극과 음악의 완벽한 결합으로 평해지는 이 작품의 주인공들을 찾기 위한 부단한 노력 끝에 퍼즐이 하나하나 맞춰지기 시작했다.

<토스카> 스페셜리스트들을 만나다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한 끝없는 고

소프라노 제니퍼 라울리 ⓒBecca Fay

2017/2018 시즌 메트에서 새 프로덕션으로 선보인 <토스카>는 스핀토 소프라노 (Soprano Spinto, 따뜻한 음색과 극적인 기교를 모두 지닌 소프라노)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최고의 프리마돈나 손드라 라드바노프스키와 차세대 소프라노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제니퍼 라울리를 그들의 토스카로 선택했다. 이번 예술의전당 콘서트 오페라 <토스카>의 히로인도 바로 제니퍼 라울리다. 제니퍼 라울리는 현재 빠르게 자신의 주가를 올리며 메트는 물론 해외 메이저 극장들과 전 세계 관객들에게 큰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소프라노다. 그녀는 오는 4월 30일에 예정된 예술의전당 콘서트 오페라 직전 메트에서 3월 18일부터 4월 6일까지 <토스카> 무대에 오를 예정이라 국내 관객들에게는 그녀의 방문이 더없이 기쁜 소식으로 전해질 듯하다.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한 끝없는 고

테너 마시모 조르다노 ⓒMarisa Craw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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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 루치오 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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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존 피오레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한 끝없는 고

스티븐 카르 (Stephen Carr)

이어 이미 해외 메이저 극장에서 <토스카>의 카바라도시 역으로 0순위 캐스팅 대열에 있는 테너 마시모 조르다노와 연기파 바리톤으로 정평이 나 있는 루치오 갈로가 스카르피아 역을 맡아 불꽃 튀는 격정의 드라마를 어떻게 풀어낼지 관심을 모은다. 또한 세계 오페라계에서 오랜 경력을 보유하며 뛰어난 표현력과 음악성으로 찬사를 받고 있는 지휘자 존 피오레와 항상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토스카>의 이 드라마틱한 오페라의 절정을 어떻게 풀어낼지 벌써부터 가슴을 쿵쾅거리게 한다. 마지막으로 예술의전당과는 세 번째 컬래버를 보여줄 스티븐 카르의 특별한 무대 연출도 4월 콘서트 오페라 <토스카>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한 끝없는 고

2017년 미국 내슈빌 오페라에서 공연된 제니퍼 라울리 주연의 '토스카' ⓒAnthony Popolo for Nashville Opera

<토스카>는 1900년 초연 이후로 지금까지 오페라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초연 당시 평단의 반응은 미온적이었지만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토스카>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로 남게 됐다. 풍성하고 극적인 음악과 매혹적인 캐릭터들, 간결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토스카>는 오페라의 완벽한 경지를 무대에 재현한다. 물론 현대 관객의 눈높이에서 보면 초반 스토리 전개는 다소 억지스럽고 멜로드라마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이 작품이 우리 삶과 깊게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된다.

 

<토스카>의 원작은 1800년 프랑스 극작가 빅토리앵 사르두 (Victorien Sardou)가 나폴레옹 침략 당시 이탈리아 로마를 배경으로 쓴 희곡이었다. 사루드의 <토스카>는 원래 5막이었고, 다양한 캐릭터와 풍성한 설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푸치니의 오페라 대본 작가 루이지 일리카 (Luigi Illica)와 주세페 자코사 (Giuseppe Giacosa)는 그 스토리를 핵심만 남기고 쳐 내면서 캐릭터의 내적 감정이 좀 더 드러날 수 있도록 작업했다. 우리는 오페라의 시작을 여는 카바라도시의 아리아 ‘오묘한 조화 (Recondita armonia)’에서 바로 이 점을 느낄 수 있는데, 이 곡에서 카바라도시는 자신이 사랑하는 토스카의 짙은 눈동자를 막달라 마리아의 푸른 눈에 비유한다. 후반부에서는 토스카가 그 유명한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Vissi d’arte)’를 부르며, 자신이 왜 이런 운명에 처했는지 신에게 답을 구한다.

 

푸치니는 또한 자신의 음악을 능수능란하게 이용해 캐릭터를 새로 탄생시키고 힘을 준다. 즉 이런 방식으로 바그너의 라이트모티프 (Leitmotiv, 유도동기)와 매우 유사한 인상적인 낭만파 음악을 불어넣었다. 오페라의 오프닝 화음과 거침없는 공포영화적 요소는 악당 스카르피아의 시그니처 뮤직이다.

 

이러한 화음은 성스러운 ‘테 데움 (Te Deum)’ 합창과 함께 대비되는 1막 피날레를 비롯해 작품 전체를 걸쳐 다시 등장하는데, 종교적 위선을 이보다 더 탁월하게 음악적으로 묘사하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의 익살스 러운 성당지기는 경쾌한 음악과 함께 등장하고, 3막은 목동의 간결한 민요로 시작된다. 한편 카바라도시와 토스카가 부르는 사랑의 이중창은 오페라가 끝날 때까지 로맨틱함이 무르익는 순간마다 반복된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어떻게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것일까? 토스카라는 캐릭터에서 우리는 권력자를 위해 자기 자신을 위태로운 처지로 몰고 갈 수 밖에 없었던 어느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여성을 만나게 된다. 또한 스카르피아를 통해 우리는 권력과 탐욕으로 타락한 종교적인 귀족 지도자를 만난다. 카바라도시는 젊고 반항적이며 이상적인 예술가다. 전쟁에 의해 산산이 부서진 세상에서 연인들은 이별하고, 재회 없이 생을 마감한다. 이런 구성이 마치 멜로영화처럼 들릴 수 있지만 오늘날에도 이런 사람들은 존재한다. 또한 이 모든 이야기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토스카>는 여러 면에서 콘서트 공연에 이상적인 오페라다. 전통적으로 100% 공연용으로 연출된 제작으로 말미암아 웅장하고 화려한 세 가지 지역 세트가 등장하는데, 발레의 성 안드레아 대성당 (Sant’Andrea della Valle), 파르세네 팔라초 (Palazzo Farnese)에 있는 스카르피아의 아파트, 로마 산탄젤로 성 (Castel Sant’Angelo)의 꼭대기가 그것이다. 하지만 푸치니는 너무나 많은 캐릭터와 액션, 감정을 악보에 담았고, 그 결과 대규모 세트는 이 뮤직 드라마를 감상하는 데 완전히 불필요한 요소일 뿐이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이 걸작의 음악과 텍스트에 우리의 창조적인 에너지를 집중한다면, 공연진은 이 위대한 오페라를 가장 강렬한 공연 무대로 우리에게 선사해 줄 것이다.

 

연출가로서 나는 ‘공연자들이 최선을 다해 가장 본질적인 최고의 공연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과시 효과를 노리는 기존의 전체 세트와 복장 없이 무대 그 자체가 이야기에 울림을 줄 수 있도록 물리적인 움직임을 연출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나는 관객들이 <토스카>의 웅장한 선율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갖춘 공연진, 수준 높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음악에 진정으로 몰입할 수 있는 이번 기회를 즐겨 주기를 바란다. 이렇게 세계 정상급 음악가들이 참여하는 무대를 경험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극히 이례적이다. 나는 예술의전당에서 관객, 그리고 참여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예술성을 공유하는 것이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따뜻하게, 또 아낌없이 환대해 준 예술의 전당 모든 관계 직원분들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

 

글 유연경 예술의전당 공연기획부

글 스티븐 카르 콘서트 오페라 <토스카> 연출

 

위 글은 월간 「예술의전당과 함께 Beautiful Life!」 2019년 4월호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