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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사람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는 연극입니다"

by예술의전당

배우 백석광·정인지 인터뷰

 

우리는 지금 외모가 무척 중요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TV에서는 누가 더 동안인지 경쟁을 하고, 성형외과는 연일 문전성시다. 한 구인구직 플랫폼의 조사에 따르면 구직자 5명 중 2명은 외모 때문에 취업에 불이익을 봤다고 응답했을 정도. 외모는 언제까지 이렇게 힘이 셀까?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기 시작한 지난 4월,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연극이 관객들을 찾아왔다. 예술의전당이 2019 SAC CUBE 시리즈로 기획한 연극 <추남, 미녀>다. 못생겼지만 똑똑한 남자 ‘데오다’와 아름답지만 멍청하다고 여겨지는 여자 ‘트레미에르’의 강렬한 만남을 통해 외모에 대한 풍자와 유머, 그리고 깨달음을 전해준다. 2인극으로 진행되는 이 연극에서 데오다 역을 맡은 백석광, 트레미에르 역을 맡은 정인지 배우가 미추(美醜)에 대한 생각과 이 연극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특별한 이야기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추남, 미녀」는 외모가 중요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미추에 대한 유쾌하면서도 발랄한 통찰을 전달한다.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한국에서 연극으로 재탄생하는 이번 공연은 연출가 이대웅과 함께 극작가 오세혁이 재창작을 맡아 원작이 가진 주제를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전달하고 있다. 원작자인 아멜리 노통브가 큰 관심과 호응을 보냈을 정도다.

 

연극은 2인극으로 진행된다. 배우 백석광과 정인지는 추남 데오다, 미녀 트레미에르 역뿐 아니라 주변 인물까지 여러 캐릭터를 다채롭게 소화하며 관객들을 극에 빠져들게 만든다. 두 배우에게 처음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의 소감을 묻자 “배우로서 좋은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대본을 받았을 때, 무척 드문 소재이면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작품이라는 걸 알았다. 특별한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입을 모았다.

 

특히 정인지는 “언제 또 이렇게 미녀 역할을 할 수 있겠어요. 미녀 역이라고 하니 단번에 수락했습니다”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동안 마약 중독자, 살인자, 그 다음엔 아내를 버리고 도망간 남편, 무능력함에도 계속 버티다 사표를 던지는 잡지사 편집장, 전쟁 고문기술자 등의 역할들을 연기해 왔다는 백석광은 캐스팅 수락에 얽힌 어머니와의 에피소드를 풀어냈다. “캐스팅 제안을 받고 올해 설 명절에 본가에서 대본을 읽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궁금해하셔서 ‘못생기고 똑똑한 남자와 예쁜데 사람들이 멍청하다고 하는 여자 이야기’라고 말씀드리니까 재밌어하시더라고요. 어머니가 재미있어하셔서 기분 좋게 도전했습니다.”

두 배우가 선보이는 ‘환상의 호흡’

"사람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는 연극

ⓒHwang woon ha

2인극으로 진행되는 연극 <추남, 미녀>는 두 배우의 호흡이 무척 중요하다. 이 작품에서 처음 만나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상대 배우 덕분에 배역에 더욱 잘 빠져들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정인지와의 연기는 처음이라는 백석광은 “정인지 배우는 사실상 저희 팀 리더”라며 그의 정확하고 분별력 있는 성격을 믿고 따른다고 말했다. 이에 정인지는 “백석광 배우는 제가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저렇게 하면 어떨까요’라고 말하면 잘 따라주셨어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정인지는 이대웅 연출을 ‘산타클로스 같다’고 표현했다. “연습실 분위기가 무척 좋았어요. 모두가 창작자 마인드로 연출·작가·배우의 경계 없이 모든 영역을 넘나들며 아이디어를 냈지요. 특히 이대웅 연출님은 마치 산타클로스처럼 이야기 보따리를 계속 꺼내 놓으세요. 그래서인지 작품이 풍성하게 만들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웃음이 넘치는 연습실에선 연출가, 극작가는 물론 배우까지 모든 스태프가 새로운 연극의 탄생을 위해 한 마음으로 달리고 있었다.

아름다움과 추함의 본질에 대해 일깨워주는 연극

"사람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는 연극

트레미에르 역을 맡은 정인지 ⓒHwang woon ha

제목처럼 이 연극은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백석광은 이 연극을 통해 아름다움과 추함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고 고백했다. 아름다움을 보는 다양한 감각을 올올이 일깨우게 됐다고. “처음에는 미추에 대한 생각부터 다시 해보게 됐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조선의 미인과 지금 시대 미인은 기준점이 다르지요. 어린 아기가 본능적으로 자신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추한 것을 멀리하는 것처럼 인간의 본성안에 미추 감각이 있고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관객들에게 미추에 대한 감각을 두드려주고 싶습니다.”

 

정인지는 원작소설 속 “사람들은 추함에는 동정심을 가지지만 아름다움에는 원인 모를 미움이 있다”는 문장에 깊이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동안 생각했던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있다고. 그렇다면 추남과 미녀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스스로 평범한 외모라고 생각한다는 백석광은 못생긴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외모에 대한 또 다른 비하를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장을 통해 외모를 못생기게 만들어 캐릭터를 표현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특정 외모 비하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못생긴 외모를 표현하는 중이다. ‘미녀’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다는 정인지는 미녀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미녀는 누가 정하는 걸까요? 자기 자신이 미녀라는 말은 잘 하지 않으니, 미녀라는 건 타인이 명명하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트레미에르가 예쁜 여성인데 그를 예쁘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이 많았어요. 미녀 트레미에르를 표현하기 위해 그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에게 더 집중했습니다.”

 

두 배우는, 외모에 대해 끊임없이 평가하는 시선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세상의 잣대에 맞춰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본모습을 돌아보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이 연극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관객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완벽한 해피엔딩

"사람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는 연극

데오다 역을 맡은 백석광 ⓒHwang woon ha

그렇다면 추남과 미녀의 만남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추남과 미녀는 방송국 분장실에서 만나 첫눈에 서로의 외모에 강렬하게 이끌린다. 강렬한 첫 만남 이후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각자 과거 외모 때문에 겪었던 일들을 반추한다. 그리고 그들은 살아오면서 자신들의 발목을 잡았던 외모에 더 이상 저당잡히지 않고 자유롭게 달려나갈 것을 결심한다.

 

완벽한 해피엔딩의 결말이기에 관객들에게 행복을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 두 배우는 “결말이 너무 시원하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정인지는 “트레미에르에게는 데오다가 있어야 하고, 데오다에게는 트레미에르가 있어야 해요. 두 사람은 서로의 빈곳을 채워주는 사이니까요. 둘이 함께할 때 사랑이 완성됩니다”라고 귀띔했다. 백석광은 연극 <추남, 미녀>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나기는 힘든 일이지만, <추남, 미녀>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연극이에요. 가족, 연인, 친구. 그 누구와 함께해도 좋습니다. 또 외출하기 좋은 이 봄날에도 잘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글 김효원 스포츠서울 경제사회부 선임기자

 

위 글은 월간 「예술의전당과 함께 Beautiful Life!」 2019년 5월호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