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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뉴올리언스 핫 재즈에 실은 춤바람

by예술의전당

국립현대무용단 <스윙> 8.30(금)-9.1(일) CJ 토월극장

ⓒ황승택

지난해 봄 국립현대무용단 무용수들의 치맛자락이 경쾌한 리듬을 타고 살랑거렸다. 객석에 앉아 있던 관객들조차 들썩거림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환호가 쏟아졌다. 바로 안성수 예술감독의 안무작〈스윙(Swing)〉때문이었다.


스윙재즈가 유행하던 1900년 초반의 분위기를 연출해 낸 이 작품은 무용공연의 장벽을 허물었다. 현대무용 공연에서는 이례적으로 관객들의 뜨거운 후기 릴레이를 이끌었고 이후 국립현대무용단 공연의 티켓 판매에도 힘을 실었다. 반면에 평단의 날카로운 시선을 피하지는 못했다. 국립단체에서 올린 무용 공연에 흥겨움만 있고 현대무용으로서의 의미를 논할 만한 부분이 없다는 지적이었다.


관객과 평단의 상반된 반응을 불러일으킨 이 화제작이 올여름 또다시 무대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새로운 곡 '선데이(Sunday)'가 추가되며 발전된 모습으로 다시 무대에 오를〈스윙〉. 음악을 맡은 젠틀맨앤갱스터즈(Gentlemen&Gangsters)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작품의 매력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신사와 깡패 사이, 스웨덴 남성 6인조의 스윙재즈

'젠틀맨앤갱스터즈'는 스웨덴 남성 6인조 스윙재즈 밴드로 정통 뉴올리언스 핫 재즈 스타일의 음악을 연주하는 그룹이다. 트롬본, 클라리넷, 색소폰,트럼펫, 기타,더블베이스, 드럼의 악기 구성에 보컬이 가세한다. '진정한 신사의 세련됨에 무자비한 잔인함이 더해진 대담한 깡패'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이들이 이번 공연에서 들려줄 음악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우리에게는 에너지와 활력이 넘치는 연주가 중요합니다. 이 음악은 과거에 연주되던 음악이기 때문이죠. 우리는 최대한 정통스타일로 연주하려고 노력하는데 클래식 음악의 하모니와 멜로디 변화를 담고 여기에 스윙 리듬감을 가미합니다. 규칙을 깨면서도 거칠고 폭발적인 상태를 이끌기 때문에 연주가 아름다우면서도 동시에 체계적이에요.'


스스로 지금까지 탄생한 음악 중에 최고의 음악 스타일이라는 자부심을 마음껏 드러내는 이 밴드는 이번 공연에서 자작곡 두 곡을 포함해 총 17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이들은 여섯 명이 함께 만나 음악을 하게 된 계기도 '춤' 덕분이었다고 밝혔다.


“우리 밴드는 공연 후에 가끔씩 뭉치기 시작한 스윙댄서 그룹에서 출발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핫 재즈와 스윙 음악에 관심이 있었고,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 시드니 베쳇(Sidney Bechet), 트루미 영(Trummy Young), 빅스 바이더백(Bix Beiderbecke), 먹시 스패니어(Muggsy Spanier), 릴 하딘(Lil Hardin)과 같은 거장을 그대로 따라 하기 시작했죠. 스윙댄서들은 거의 매일 오리지널 음악을 듣기 때문에 음악의 차이점을 쉽게 알아차립니다. 그들이 스윙댄스를 출 때 바로 그 미묘하게 다른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바로 이 밴드입니다. 덕분에 우린 성공을 거뒀죠. 상업적인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스타일에만 몰두했습니다”

듣는 음악에서 춤추는 음악으로

이번〈스윙〉공연에서 음악은 뉴올리언스 재즈 스타일의 전형을 보여주지만 춤에는 스윙 스텝이 없다는 것이 특이점이다. 안성수 예술감독이 그동안 보여준 안무작과 마찬가지로 밀도 있고 촘촘한 움직임, 다양한 춤 장르의 혼합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스윙이라는 제목은 춤보다는 음악에 기인한 타이틀이다. 스윙 스텝이 전혀 없는 무용에 맞추어 스윙재즈를 연주하는 것에 대해 젠틀맨앤갱스터즈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저희도 처음엔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저 사람들,뭘 하고 있는 거야?'라고 외쳤습니다. 이번 공연은 스윙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현대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성수 예술감독과 그 무용수들은 이 음악에 내재된 에너지를 잘 포착했고 무척 활기찬 공연이 됐죠. 모든 것이 무대에서 함께 어우러졌을 때, 저는 안성수 예술감독이 품었던 전체적인 예술적 상상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이들에게 스윙댄스란 '커플들의 춤을 통해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엄격한 스윙 스텝이 없더라도 충분히 그 의미와 맛을 현대무용으로 살렸다는 의견이었다. 이들이 추구하는 뉴올리언스 스타일의 음악은 1920년대부터 유행한 음악으로 경쾌한 즉흥연주 춤에 포커싱이 많이 된 특징이 있다. 그래서인지 상업적이라는 비난도 받았고 이에 대항해 1940년 이후 비밥(Bebop)이 탄생하기도 했다. 뉴올리언스 재즈가 듣기 위한 음악이 아니라 춤추기 위한 음악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는데, 연주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평가에 예민해지지는 않을까.


“저는 뉴올리언스 재즈가 춤추기, 즐기기 또는 행복해지기 위한 음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행복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근심거리가 너무나 많습니다. 행복이 좀 필요하죠. 만약 행복을 담은 엄청 좋은 곡이 들려온다면,저는 그 곡을 듣기 위해 멈춰 설 거예요. 제 공연 도중에 춤을 출 수도 있어요.”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을 유쾌하게 받아치는 젠틀맨앤갱스터즈. 그들에게 '스윙'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스윙공연은 삶이자 아름다움이고 에너지입니다. 그리고 전 세계를 잇는 연결점입니다.” 어떤 평가를 받더라도 관객은 이 공연을 통해 행복한 에너지에 감염될 것이다.


글 이단비 방송작가•무용칼럼니스트, 사진 국립현대무용단


위 글은 월간 「예술의전당과 함께 Beautiful Life!」 2019년 8월호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