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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올가을 무대를 대표하는
뜨거운 프로그램과 마주하다

by예술의전당

<베를린도이치심포니> 10.13(일) 콘서트홀

<미샤 마이스키 & 무직콜레기움빈터투어> 10.25(금) 콘서트홀


최근 내한 오케스트라를 대하는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 흥미롭다. 오케스트라와 협연자의 ‘이름’과 같은 유명도보다는 프로그램을 보고 공연을 찾는 경향이 늘어났다. 음악을 즐기는 애호가 층이 두터워졌다고 할 수 있겠다. 10월에 열리는 두 공연을 소개한다. 애호가라면 놓쳐서는 안 될 두 교향악단의 내한공연이다.

로빈 티치아티(Robin Ticciati) ⒸMarco Borggreve

10월 13일 로빈 티치아티가 이끄는 베를린도이치심포니오케스트라(Deutsche Symphonie-Orchester Berlin)(이하 베를린도이치심포니)와 10월 25일 토마스 체트마이어가 이끄는 무직콜레기움빈터투어가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개인적으로 10월 13일 공연의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니콜라 베네데티 협연)과 10월 25일 슈만 첼로 협주곡, 브루흐의 ‘콜 니드라이(미샤 마이스키 협연)’가 몹시 기다려진다. 교향악 프로그램으로는 티치아티의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체트마이어의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만날 수 있다.

말러와 쇼스타코비치, 이 시대의 가장 뜨거운 작곡가들

베를린도이치심포니오케스트라 ⒸPeter Adamik

20세기 말부터 클래식 음악계는 베토벤 이후 가장 뜨거운 교향악 작곡가 말러와 궤를 같이했다. 말러를 연주해야 오케스트라의 진가를 보여준다 생각했고, 말러 음악에 맛을 들인 애호가들은 말러의 연주를 들어야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래서일까. 베토벤의 교향악 연주만큼 큰 인기와 관심을 얻는 작품은 말러의 교향악이다.


그중에서도 서양 음악사의 흐름을 바꿔 버린 교향곡 1번 ‘거인’을, 이번에는 베를린도이치심포니의 연주로 감상할 수 있다. 전 세계 클래식 음악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베를린은 동·서 독일로 분단된 연유로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베를린슈타츠카펠레, 베를린방송교향악단 등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오케스트라가 여럿이다. 그중 베를린도이치심포니는 프리차이(Fricsay), 마젤(Maazel), 샤이(Chailly), 아슈케나지(Ashkenazy), 소키예프(Sokhiev), 켄트 나가노(Kent Nagano) 등 그동안 거쳐 간 지휘자의 이름만 봐도 그 입지를 알 수 있다. 그런 베를린도이치심포니가 1996년 아쉬케나지, 2015년 소키예프에 이어 로빈 티치아티(Robin Ticciati)와 함께 세 번째로 내한한다.


사실 악단보다 더 관심이 가는 부분은 젊은 지휘자 로빈 티치아티다. 올해로 36세인 이 젊은 지휘자는 지난 2005년 라스칼라필하모닉오케스트라(La Scala Philharmonic Orchestra)를 지휘할 예정이었던 리카르도 무티의 부재로 대신 포디움에 섰다. 그때 그의 나이 스물두살, 메이저 오케스트라 역사상 최연소 지휘자의 데뷔였다.


잘츠부르크페스티벌의 최연소 지휘자 기록도 갈아치운 티치아티는 2013년 스코티시체임버오케스트라(Scottish Chamber Orchestra)와 내한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Vladimir Jurowski), 야닉 네제–세갱(Yannick Nézet-Séguin)과 함께 가장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는데, 교향악만이 아니라 주요 오페라 무대를 움직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섬세하면서도 치밀한 오케스트라 장악력을 갖추고 있다. 티치아티는 베를린도이치심포니와 글라인드본오페라페스티벌 음악감독을 겸임하며 라스칼라필하모닉오케스트라, 잘츠부르크페스티벌, 메트로폴리탄오페라에서 음악감독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의 장점을 충분히 살린 연주를 듣게 돼 다시 한번 기대된다.


말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좋아할 수 있을 것이다. 소련의 작품 활동 간섭에다 억압과 죽음의 공포로 늘 긴장 속에 산 그에게 보물 같았던 이 작품은 공산당의 독재적 사상 평가와 ‘즈다노프(Zhdanov, 구소련 스탈린 말기의 정치가. 문화 이데올로기를 검열·탄압했다) 비판’을 피하기 위해 7년간 묵혔다가 다비드 오이스트라흐(David Oistrakh)에 의해 빛을 보게 됐다.

니콜라 베네데티(Nicola Benedetti) ⒸSimon Fowler

영국을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라 베네데티(Nicola Benedetti)가 연주하게 될 이 곡은 전체 4악장 구조로 돼 있다. 길고 어둡고 무거운 내면이 담겨 있는 1악장과 3악장, 해탈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끌어올린 2악장과 4악장의 대조적인 모습에 작곡가의 복잡한 심정과 무게감을 엿볼 수 있다. 오늘날 더욱 중요한 작곡가로 다뤄져야 할 인물 쇼스타코비치,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꼭 만나 보길 권한다.

10월에 가장 듣고 싶은, 첼로의 깊은 목소리

뛰어난 첼로 협주곡 10개 작품을 꼽는다면 그중 절반이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이후에 창작됐다. 바로크, 고전, 낭만시대에는 첼로라는 악기의 기능과 장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발현시키지 못 했던 터라 적은 수의 작품밖에 없지만, 첼로 본연의 따스한 음색과 마음을 울리는 점잖은 선율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대표적인 수작은 슈만의 첼로 협주곡이다. 쇼스타코비치나 프로코피예프의 곡들처럼 빼어난 기교나 거친 호흡, 교향악단과 대치하는 카리스마를 내세우기보다는 섬세하고 목가적인 톤을 유지하면서 풍성한 울림과 선율미를 가진 곡이다.

미샤 마이스키(Mischa Maisky), 토마스 체트마이어(Thomas Zehetmair) ⒸPablo Faccinetto

10월 25일 토마스 체트마이어(Thomas Zehetmair)가 이끄는 무직콜레기움빈터투어(Musikkollegium Winterthur)와 무대에 서게 될 미샤 마이스키(Mischa Maisky)는 슈만의 첼로 협주곡과 또 하나의 첼로 명곡인 브루흐의 ‘콜 니드라이(Kol Nidrei, 신의 날)’를 연주한다. 마이스키는 슈만 첼로 협주곡을 가리켜 “첼로를 위해 쓰인 가장 아름다운 협주곡”이라고 말 한 바 있다. 그는 수많은 첼로 작품을 음반과 공연으로 선보여 왔는데, 가장 최근 그의 슈만 협주곡 연주에 대해 「L’ape Musicale」지는 “활력이 넘치지만 절제력이 있고, 정교하면서도 균형 잡힌 연주. 무엇보다 그의 연주에는 음악과 시가 있었다”고 평했다. 「BBC 뮤직매거진」역시 그의 슈만 협주곡을 “시적인 연주”라고 표현했다.


슈만 협주곡과 함께 선보일 브루흐의 명곡 ‘콜 니드라이’는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이 꼽는 최고의 협주곡이 됐다. 일반적인 협주곡 형태와는 차이가 있는 단악장짜리인 이 곡은 고대 히브리의 전통적인 성가 ‘욤 키푸르(Yom Kippur)’ 중 속죄의 날 전야의 예배에서 부르는 기도 형식의 성가를 바탕으로 썼다. 이 곡은 참회와 용서를 구하는 회개와 성찰의 모든 과정을 담고 있는데, 첼로의 독백처럼 시작하는 단조 도입부에서는 경건하고 엄숙한 자성의 목소리를, 중간 중간 결연한 제창을 표현하는 듯한 오케스트라의 등장은 예배의 기도문 형식인 문답과도 닮아 있다. 하프와 오케스트라가 주도적으로 등장하며 장조로 완전히 전조하는 후반부는 속죄받은 영혼의 환희와 감사를 노래한다.

무직콜레기움빈터투어 ⒸPriska Ketterer

애호가들에게 브루흐의 작품은 바이올린 협주곡과 첼로 협주곡 ‘콜 니드라이’가 유명한데, 브루흐는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수많은 합창음악을 써 왔다. 그의 두 협주곡에서 나타나는 솔로 악기의 아름다운 멜로디는 사람의 목소리처럼 ‘노래하듯이’ 연주하도록 썼는데, 미샤 마이스키의 첼로로 노래하는 ‘콜 니드라이’의 깊은 목소리는 이날 무대의 백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토마스 체트마이어와 그가 연주할 베토벤 소개가 너무 늦었다. 지휘자로서,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앙상블 리더로서 활동해 온 체트마이어는 섬세한 디테일과 호흡을 놓치지 않는 한편 전체의 그림을 바라보는 구조적인 시각 모두 균형 잡힌 인물로 수많은 음악가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탐구하는 음악의 폭도 넓은데, 탄탄한 기량을 바탕으로 현대 레퍼토리 확장에도 힘써 온 인물이다. 2016-2017시즌부터 무직콜레기움빈터투어 상임을 맡아 최근까지 브람스 교향곡 전곡 연주와 녹음을 마쳤는데, 내한 프로그램은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과 교향곡 5번이다. 소위 단골 레퍼토리라고 할 만큼 자주 만나는 프로그램이다.


같은 곡이지만 다른 해석과 연주력을 현장에서 맛보려는 것이 클래식 음악 공연의 묘미다. 특히 많이 접하고 늘 들어온 곡에서 호감을 느낄 만한 ‘다른 것’을 찾았을 때의 쾌감이란…. 1629년에 창설돼 지금까지 독일 고전 작품들을 충분히 연주하고 숙성시켜 온 무직콜레기움빈터투어의 베토벤이 기다려진다.


글 이지영 「Club BALCONY」편집장·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위 글은 월간 「예술의전당과 함께 Beautiful Life!」 2019년 10월호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