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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대중성과 공공성의 균형,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by예술의전당

예술의전당은 1988년 개관해 3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오페라하우스, 음악당, 한가람미술관,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서울서예박물관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한가람미술관,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서울서예박물관은 한강 이남에 위치한 대규모 전시 공간으로 독보적 위상을 자랑한다. 그렇기에 개관 이후 지금까지 기획전, 대관전, 그룹전, 개인전, 페어Fair 등 다양한 형태의 전시가 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이루어졌다. 올해 개최된 전시의 라인업을 살펴보아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전시를 정리했다.

재미와 의미가 공존하는 예술의전당 기획전

자화상自畵像-나를 보다>展, 이인성의 <선면화>, 종이에 채색, 12 x 45 cm, 개인소장

먼저 기획전을 살펴보자. 3·1절을 맞이해 3월 1일부터 4월 21일까지 서울서예박물관은 3·1독립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서화미술특별전 <자화상(自畵像)-나를 보다> 전시를 개최했다. 이 전시에는 등록문화재 제664-1호인 「3·1독립선언서」(보성사판)를 비롯해 독립운동가를 포함한 근대 인물의 친필과 20세기 한국의 대표적 서화미술 작품을 전시했다. 특히 3·1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만해 한용운이 일제강점기에 쓴 친필 원고 2점, 「조선 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와 「3·1독립운동 민족대표들의 옥중 시」와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일인 1948년 8월 15일 백범 김구가 쓴 「한운야학(閑雲野鶴)」이 최초로 공개되어 전시의 깊이를 더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해 선보인 이 전시는 국내 최초 서예 전문 박물관으로서 그 역할에 충실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극장>展, 앤서니 브라운의 <꿈꾸는 윌리>(1997), 48.4 cm x 57.4 cm, ⓒAnthony Browne

6월 8일부터 9월 8일까지는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극장>이 열렸다. 2016년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최다관객상을 수상할 정도로 국내에 두터운 팬층이 있는 영국 출신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앙코르 전시로, 초기 아이디어 북부터 작가의 상상력으로 가득한 200여 점의 원화와 함께 영상, 미디어 아트로 구성되었다. 특히 올해 신작인 <나의 프리다>는 국내 최초로 공개됐는데, 원화뿐 아니라 뮤지컬 쇼케이스도 열려 단순한 그림 감상을 넘어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전시로 확장했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잊었던 동심과 예술적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전시라고 평가받았다.


올해 한국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서울서예박물관은 한국 영화 100주년과 한국 최초 황금종려상 수상을 기념하는 기획전을 열었다. 7월 27일부터 9월 1일까지 열린 전시 <영화 포스터로 보는 한국영화 100년>은 1919년 제작된 <의리적 구토>를 시작으로 <아리랑>, <오발탄>, <실미도>를 비롯해 올해 개봉한 <기생충>까지, 지난 100년간 한국 영화 역사를 포스터 400여 점을 통해 살펴보는 기회였다.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린 이 전시는 영화 제목을 장식한 포스터 속 타이포그래피의 변천사를 통해 영화 역사와 함께 우리 서예 글씨가 현대에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살펴보는 데 그 접점이 있었다. 우리가 어렵게만 생각하는 서예를 좀 더 대중적으로 접근한 전시로 호평받았다.


11월 9일부터 12월 29일까지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리는 SACCalliFe 2019 예술의전당 서예축제 <서예, 그 새로운 탄생>은 2017년부터 열고 있는 SACCalliFe 서예축제의 세 번째 행사로 1·2회 행사가 작가를 조명했다면, 이번에는 새롭게 발굴한 서예 관련 전시 기획자들이 중심이 되어 개최하는 전시로, 척박한 서예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색다른 시도다. 이렇듯 2019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획전은 비록 많지는 않았지만, 공공 미술관의 영역에서 보여줄 수 있는 재미와 내용,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중적 블록버스터 전시가 한아름

베르나르 뷔페 <나는 광대다 : 천재의 캔버스>展, 베르나르 뷔페의 <음악 광대들, 가수>(1991), 캔버스에 유채, 230 x 430 cm, 파리 시립근대미술관 소장 ⓒ Bernard Buffet / ADAGP, Paris - SACK, Seoul, 2019

예술의전당 전시의 특징 중 하나를 꼽으라면 대중적 블록버스터 전시를 빼놓을 수 없다. 강북에 자리한 서울시립미술관, 세종문화회관미술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여러 미술관과 함께 대규모 블록버스터 전시를 볼 수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과거 <서양미술 400년> 등 수십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정도로 강남의 대표적 블록버스터 전시 공간으로 자리 잡은 예술의전당은 올해도 연초부터 흥미로운 블록버스터 전시가 관객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먼저 2018년 연말부터 2019년 봄까지 한가람미술관에서는 <이매진–존 레논>, <행복을 그리는 화가–에바 알머슨>, <피카소와 큐비즘> 전시가 열렸으며,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는 <에르제 : 땡땡>이 전시 공간을 채웠다.


먼저 현대미술의 시작을 알린 입체파의 작품을 모은 전시 <피카소와 큐비즘>은 최근 인기를 끄는 미디어 기반의 전시가 아닌 진품 중심의 전통적 전시로 눈길을 끌었다. 진품을 통해 느끼는 예술적 감상과 함께 서양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미술 사조에 대한 교육적 성격으로 의미가 있었다.

<에릭 요한슨 사진展: Impossible is Possible>, 에릭 요한슨의 <Full Moon Service>, ⓒErik Johansson 2019

6월부터는 여름방학 시즌에 맞춰 새로운 블록버스터 전시들이 개최되었는데,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된 <그리스 보물전>, <에릭 요한슨 사진전 : Impossible is Possible>, 베르나르 뷔페 <나는 광대다 : 천재의 캔버스>,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이 그것이다. 그리스의 24개 박물관이 소장한 350여 점의 유물을 소개한 <그리스 보물전>은 서양 문화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고대 그리스의 유물을 통해 6,000년 서양 문화의 역사를 살펴보는 전시로서, 방학맞이 교육 전시의 의미를 지녔다. <에릭 요한슨 사진전 : Impossible is Possible>은 스웨덴 출신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의 아시아 최초 순회전으로 스트레이트 사진이 아닌 초현실적이고 상상력이 충만한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었다고 평가받았다. 이 전시는 입장하는 데 2시간이 넘는 시간을 기다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프랑스 출신 화가 베르나르 뷔페의 회고전도 관심이 대단했다. 194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작가의 시대별 주요 작품 92점과 영상, 사진 자료로 작가의 작업 세계를 입체적으로 보여주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은 올해로 예술의전당에서 네 차례나 열릴 정도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그리스 보물>展, <아크로티리의 소년 벽화>, 기원전 17세기, 프레스코 석회석고와 안료, 테라 아크로티리 주거지, 선사시대테라박물관, ©The Hellenic Ministry of Culture and Sports

2019년 선보인 다양한 성격의 블록버스터 전시 중 예술의전당 전시 라인업에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이 보였는데, 사진 관련 전시가 많다는 점이다. 이 외에도 9월부터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매그넘 인 파리>가 열리고 있다. 이와 함께 5월에는 <대한민국 국제 포토 페스티벌>이 열려 사진 관련 전시가 예술의전당 전시의 특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술성·교육성으로 대중과 공감하는 예술의전당

예술의전당 전시 중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바로 교육과 관련한 전시다. 예술의전당이 운영하는 아카데미와 연계된 교육 프로그램 연관 전시가 다수 열리고 있다. <2019 11회 예술의전당 작가스튜디오>나 <2018 예술의전당 미술영재 아카데미 작품평가전>은 예술의전당 예술 아카데미 수강생들이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발표하는 결과전으로, 올해 열린 <작가스튜디오>는 1년 과정의 프로그램 후 선정된 두 명의 작가 김현중, 황은숙의 전시가 열렸다. 이렇듯 아카데미와 전시가 원스톱으로 이어지는 것은 공공성과 교육성을 확보하는 데 의미가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그룹전과 개인전이 다수 열렸다. <3회 한국교직원미술대전>, <신기회 K-skaf>, <38회 현대한국화협회 대작전>, 등 그룹전은 단체 중심의 연례전이 많음을 알 수 있다. 페어로는 <10회 디자인아트페어>, <국제섬유아트페어>, <25회 마니프서울국제아트페어> 등이 열렸다.


2019년 예술의전당의 전시 공간은 대중과 함께 공감하며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혹자는 지나치게 다양한 전시 성격으로 “전시 방향성을 좀 더 고민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예술의전당의 지리적 위치 때문에 전시의 방향성을 좁히기란 쉽지 않다. 한강 이남에 자리 잡은 대규모 전시 공간이자 거의 유일한 공간이며, 대중과 다양한 예술 단체에 열려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또 음악과 시각예술이 한곳에 모여 있는 복합문화공간이기에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의 다양한 문화욕구를 채우는 데 전시의 방향성을 좁히기에 어려움이 크다. 이른바 모든 사람을 위한 모든 장르, 성격의 전시가 열리는 공간으로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때 전문 장르 전시공간이라든지 혹은 복합문화공간이 트렌드에 따라 등장하곤 했다. 그러나 예술의전당은 좀 더 긴 호흡을 가지고 진중히 걸을 필요가 있다.


현재처럼 대중성 있는 블록버스터 전시나 다양한 성격의 전시가 어우러지는 전시 방향과 함께 예술의전당이 기획한 국내 미술계 관련 전시를 추가했으면 한다. 국내 미술계의 현상을 살펴보고 진단하는 기획전과 함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한가람미술관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기획전을 통한 내실화가 예술의전당 전시 공간이 보여줄 수 있는 대중성과 공공성을 균형 있게 만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글 류동현 미술저널리스트

 

위 글은 월간 「예술의전당과 함께 Beautiful Life!」 2019년 12월호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