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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올겨울, 무대를 수놓을 환상과 파격의 세계

by예술의전당

뮤지컬 <빅 피쉬> 2019.12.4(수)-2.9(일) CJ 토월극장

뮤지컬 <웃는 남자> 1.9(목)-3.1(일) 오페라극장

소설 기반의 영화가 원작인 두 뮤지컬이 무대에 오른다. 바로 뮤지컬 <빅 피쉬>와 <웃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영화가 가진 원작의 플롯을 그대로 담아낼지, 환상적이고 화려한 비주얼로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낼지 벌써 궁금해진다.

뮤지컬 <빅 피쉬>가 특별한 이유

뮤지컬 <빅 피쉬>는 다니엘 윌러스의 동명 소설과 존 어거스트가 시나리오를 쓴 2003년에 개봉한 영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존 어거스트는 이 영화의 감독이었던 팀 버튼과 이후 연달아 세 작품을 함께하는 등 좋은 관계를 이어갔다. 한 허풍쟁이 남자가 들려주는 황당무계한 모험 이야기를 그 아들이 받아들이며 가족의 위기를 극복하고 사랑을 이어가는 이야기로, 마지막에 이야기 속 모든 등장인물이 한자리에 모일 때는 어쩌면 그 모든 것이 거짓이 아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깊은 감동을 준다. 이 작품이 처음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2013년 시카고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이 올라갔을 때 주인공인 에드워드 블룸 역은 브로드웨이의 코믹 배우로 유명한 노버트 레오 버츠가 맡아 열연했지만 많은 관객들은 여전히 영화 속 주인공인 유안 맥그리거를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 공연의 블룸들이 유안 맥그리거의 그림자에서 얼마나 개성적으로 벗어나는지를 비교해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듯싶다.

 

뮤지컬은 영화의 플롯을 대부분 그대로 살리면서도 영화와는 몇군데 다른 길을 걷는다. 우선 주인공 에드워드 블룸을 ‘영웅’으로 묘사하면서 그가 구해낸 아름다운 것을 칭송한다. 그러면서 그가 하는 이야기 속의 대상들을 좀 더 현실로 끌어와서 환상보다는 주변에 있을 법한 작은 영웅 쪽으로 포커스를 맞춘다. 때문에 영화 중 글로벌한 좌충우돌 에피소드 속의 인물보다는 현실을 바꾸어 가는 인물이 되어 영화 속의 에드워드보다 좀 더 단순하면서 ‘선한’ 인물로 바뀌었다. 영화 속 시간이 멈춘 환상 속 마을, 거의 죽음 너머의 마을에 가까웠던 마을도 에드워드의 고향 애쉬튼 마을로 변경되어 에드워드는 고향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자신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제니와도 재회하게 된다. 하지만 거인과 서커스 단장, 마녀 등은 그대로 등장해 에드워드의 이야기를 여전히 신비의 세계에 남겨둔다.

아버지와 아들의 과거와 오늘의 시간

또 다른 주인공 에드워드의 아들 윌이 속한 시간이 ‘오늘’이라면 아버지 에드워드가 속한 시간은 ‘과거’다. 이야기 속에서만 존재하는 그 시간은 에드워드에 의해 다양하게 변주되고 살이 붙는데, 여기에 동조하며 낭만적이라고 느끼는 것은 임신한 윌의 아내와 에드워드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인 아내 산드라다. 윌은 아버지가 들려준 모든 이야기가 거짓이고 아버지가 자신과 어머니를 속이는 이중의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하면서 아버지와의 대화를 단절했지만, 여전히 아버지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지니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인물이다. 아버지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내며 이제 곧 아버지가 되는 윌이 아버지를 돌아보고 알아가면서 부자는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한다.

에드워드 블룸 : (좌) 남경주 (중) 박호산 (우) 손준호

조세핀 : 김환희

산드라 블룸 : (좌) 구원영 (우) 김지우

윌 블룸 : (좌) 이창용 (우) 김성철

연출을 맡은 스캇 슈왈츠는 한국에서는 뮤지컬 <위키드>로 유명한 작곡가 스티븐 슈왈츠의 아들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한국 무대에 올릴 뮤지컬 <빅 피쉬>는 여러 버전의 대본 중 브로드웨이와 런던 공연의 좋은 점만 결합한 완성도 높은 대본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판타지 내용치고는 다소 소박했던 브로드웨이 버전과 어떤 색다른 면모를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진실보다 꾸며낸 이야기가 더 재밌다면 굳이 사실만을 말할 필요가 있느냐고 되묻는 천연덕스러운 낭만 허풍쟁이 에드워드 역에는 남경주·박호산·손준호가, 에드워드가 열여섯 살에 한눈에 반해 평생 사랑한 아내 산드라 역에는 구원영·김지우가, 꾸며진 이야기 너머의 진실을 찾는 아들 윌 역에는 이창용·김성철이, 현명하고 너그러운 윌의 약혼자 조세핀 역에는 김환희가 출연하며, 2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쓰라린 현실에서 피어나는 원초적 아름다움, 뮤지컬 <웃는 남자>

뮤지컬 <빅 피쉬>가 CJ 토월극장에서 잡히지 않는 상상 속 거대한 물고기 같은 인생의 환상을 보여주는 동안,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환상이 깨지고 쓰라린 현실로 밀려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웃는 남자>가 무대의 막을 올린다.

 

뮤지컬 <웃는 남자>는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 「웃는 남자」를 바탕으로 만든 2012년 개봉 영화 <웃는 남자>를 기반으로 한다. 뮤지컬 <빅 피쉬>와 마찬가지로 모두 원작을 충실히 따르기보다는 새로운 시각으로 각색했다. 뮤지컬 <웃는 남자>는 원작 영화 속 고어한 분위기에 영화에서는 생략된 원작의 내용도 조금 추가해 귀족의 피를 타고났지만 가장 밑바닥에서 커온 한 아이가 그 어떤 귀족보다도 귀족다운 내면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아름다운 마음은 계급의 높고 낮음이나 돈이 있고 없음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는 원초적 메시지를 던지는 뮤지컬이다.

 

주인공 그윈플렌은 부유한 귀족의 외아들이었지만 어릴 때 콤프라치코스에 납치된 뒤 입이 찢긴 채 버림받는다. 콤프라치코스는 단순한 장애를 지닌 사람들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귀족들의 더러운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아이들을 납치해 인위적으로 장애를 만들어 귀족의 놀잇감으로 파는 인신매매단을 일컫는다. 버림받은 그윈플렌은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의 손에 크는 동안 흉한 얼굴을 밑천으로 가짜 약을 팔아 돈을 벌기 시작한다. 눈보라 속에서 우연히 자신처럼 버려진 눈먼 아기 데아를 발견한 그윈플렌은 데아를 포기하지 않고, 정 많은 우르수스는 두 사람을 남매처럼 키 우지만 어느새 그들은 세상에서 둘밖에 없는 듯 사랑에 빠진다.

 

그러는 동안 두 사람은 점점 더 유명해지고, 그들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찾아온 괴팍한 취향을 지닌 돈 많은 귀족 조시아나가 그윈플렌을 유혹한다. 조시아나의 유혹에 그윈플렌은 흔들리는데 예상 못했던 그윈플렌의 출생의 비밀까지 밝혀지며 세 사람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한다.

화려한 무대 디자인과 다양한 의상으로 시너지를 더하다

뮤지컬 <웃는 남자>는 175억 원의 제작비를 투자한 뮤지컬답게 화려한 무대디자인과 시대를 재해석한 다양한 의상이 눈길을 끈다. 마블의 유명 캐릭터 ‘조커’의 원조인 그윈플렌이 주인공인 만큼 소재부터 매우 자극적인데, 귀족 사회를 배경으로 여러 계급, 다양한 사람의 욕망이 첨예하게 부딪치면서 만들어내는 자극적인 내용이 더해지고, 그 안에서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사랑까지 고전의 모든 것을 빠짐없이 갖추었다. 현재 관객들이 보는 대부분 클리셰의 원조라 할 만해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초연부터 엄청난 화제와 인기를 모았다. 로버트 요한슨이 초연에 이어 재연도 연출하고, 한국 공연 버전으로 일본 뮤지컬 제작사 토호 주식회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2019년 4월 1,300석 규모의 도쿄 닛세이극장에서 공연한 것뿐 아니라 10월 1일부터 3일간 일본 도쿄 청년관홀에서는 한국 실황 상영회와 콘서트까지 이어졌다.

우르수스 : (좌) 민영기 (우) 양준모

조시아나 : (좌) 신영숙 (우) 김소향

그윈플렌 : (좌) 이석훈 (우) 규현

그윈플렌 : (좌) 박강현 (우) 수호

데아 : (좌) 강혜인 (우) 이수빈

작품의 이야기꾼 역할을 하는 떠돌이 엔터테이너 우르수스 역에는 민영기·양준모가, 여왕의 동생 조시아나에는 신영숙·김소향이, 눈은 보이지 않지만 더 많은 것을 보는 데아 역은 강혜인·이수빈이 연기한다. 주인공인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은 이석훈, 규현, 박강현, 수호 등이 연기한다. 연출을 맡은 로버트 요한슨에 따르면 이번 공연은 초연을 조금 더 완성도 있게 다듬어 리프라이즈 등의 순서도 바꾼다고 하니 초연과의 차이를 찾아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될 듯하다.

 

글 이수진 공연칼럼니스트, 사진 CJ ENM·EMK뮤지컬컴퍼니

 

위 글은 월간 「예술의전당과 함께 Beautiful Life!」 2020년 1월호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