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양평 세미원에 가야하는 이유

[여행]by 세계일보

국내 최대 연꽃 정원 세미원 7월1일∼8월15일 연꽃문화제/불이문 지나 우리내 돌다리서 인생샷/장독대분수·삼세계효지가 정자 너머 페리기념연못엔 화려한 연꽃 하나둘 피어나/세심로 천천히 걸어 모네의 정원 아치형 다리 서면 아름다운 수채화

세계일보

모네의 정원

‘모네의 정원’을 걷는다. 연못을 가득 채운 수련과 그 위를 꾸미는 예쁜 아치형 다리. 마치 프랑스 오랑주리 미술관에 걸린 모네의 작품 속에 서 있는 듯하다. 아이 얼굴만한 붉고 하얀 연꽃들이 짙은 초록잎 위로 솟아오른 몽환적인 풍경.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는 세미원(洗美苑)으로 들어서자 순수하고도 화려한 연꽃이 탁한 영혼마저 맑게 정화시킨다.

세계일보

세미원 입구 백합

◆ 국내 최대 연꽃 정원 세미원 가보셨나요

수도권 여행지 중 경기 양평만큼 사랑받는 곳이 또 있을까.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이면 물안개 피어오르는 수채화 같은 두물머리를 시작으로 천년 은행나무를 만나는 용문사와 여름철 피서지로 사랑받는 계곡들에 닿는다. 여기에 그림 같은 전망을 즐기는 예쁜 카페와 맛집까지 더해지니 당일치기 나들이로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이런 갈 곳 많은 양평에서도 여름에 유독 많은 여행자들이 몰리는 곳이 여름 내내 연꽃이 피고 지는 국내 최대 연꽃 정원 세미원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나루터 등 세미원을 중심으로 물이 있는 곳은 여름이면 모두 초록 연잎으로 가득 덮이는 연꽃 세상이 펼쳐지니 여름에 양평여행을 놓치면 후회한다.


특히 세미원은 대중교통이 편리하다. 경의중앙선 양수역에서 천천히 걸어도 15분이면 충분해 자가용이 없는 젊은 연인들도 여행하기 좋다. “어머 꽃들 좀 봐. 백합이 이렇게 다양한 색이 있었네” 세미원 매표소로 가는 길부터 여행자들의 탄성이 쏟아진다. 분홍, 보라, 주황, 노랑, 하양 등 크고 탐스러운 백합이 활짝 피어 꽃길을 깔아놓았다.

세계일보

우리내 돌다리

세계일보

우리내 돌다리

입장료 5000원을 내고 안으로 들어서자 불이문(不二門)이 등장한다. 사람과 자연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자연철학사상을 담았단다. 불이문 작은 구멍을 통과하면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는 풍경을 만난다. 한반도 모양 연못 정원인 국사원을 에워싸고 흐르는 작은 시내 ‘우리내’에 놓인 징검다리 덕분이다. 돌다리를 걷는 연인들은 수채화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하다. 왼쪽 길은 파란하늘과 어우러지고 오른쪽길은 울창한 메타세쿼이아가 꾸며준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이름 모를 새소리가 배경음악을 깔아주니 여러 바퀴를 돌아도 질리지 않는다.

세계일보

장독대 분수

양 갈래로 헤어졌던 우리내가 다시 만나는 곳은 장독대분수. 6월 하순으로 접어들면서 섭씨 30도를 훌쩍 넘기는 한낮의 무더위를 365일 시원하게 솟아나는 분수가 식혀준다. 한강에서 끌어 온 맑은 물이다. 장독대는 우리 음식의 기본이 되는 간장, 된장, 고추장을 숙성시키는 공간이지만 어머니들이 새벽마다 정화수를 떠서 올려놓고 자식이 건강하고 잘되기를 하늘에 빌었던 신성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장독대 위 큰 바위는 기도하는 어머니를 닮았다.

세계일보

페리기념연못

세계일보

페리기념연못

장독대를 지나면 작은 정자 너머로 세미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페리기념연못이 등장한다. 마치 우산을 펼쳐 놓은 듯, 커다란 연잎들이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못을 완전히 덮었고 붉고 하얀 연꽃들이 탐스러운 꽃을 활짝 피우기 시작했다. 깜짝 놀랄 정도로 아이 얼굴만큼 커다란 연꽃은 세계적인 연꽃 연구가 페리 슬로컴이 손수 개발해 기증한 품종. 정자 현판엔 ‘삼세계효지가(三世繼孝之家)’라 적혔다. ‘삼대가 효를 이어가는 집’이라는 뜻이라니 연꽃 만개할 때 부모님 손잡고 다시 와서 작은 효도를 해야겠다.

세계일보

세족대

◆ 모네의 정원과 아치형 다리 한폭의 수채화

페리기념연못과 백련지를 지나면 신양수대교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전통놀이 한마당 쉼터로 이어진다. 남한강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전망을 즐기는 테이블은 수다삼매경에 빠진 아주머니들이 차지했고 평상엔 어르신들이 돗자리를 깔고 닫콤한 낮잠을 즐긴다. 홍련지를 향해 걸으면 이러저리 휘어지며 자란 소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드는 세족대가 어서 오라 손짓한다. 참지 못하고 양말을 벗고 발을 담그자 깊은 산속 계곡물처럼 시원해 여행의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세계일보

모네의 정원

빨래판으로 바닥을 꾸민 세심로를 끝까지 걸으면 드디어 ‘사랑의 연못’ 모네의 정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모네의 그림 ‘수련이 가득한 정원’을 본떠 만든 정원의 아치형 다리에 서면 예쁜 인생샷을 건진다. 조선시대 백자인 청화백자운용문병 모양으로 만든 분수가 물을 뿜는 열대수련정원에는 어머니와 아이를 주제로 한 다양한 조각 작품을 만난다. 여기에 보라색, 하얀색 붓꽃과 주황색 능소화까지 어우러지니 정원이 아주 화사하다. 이곳에선 꽃 지름 30~40cm, 잎 지름 1~2m로 자라는 거대한 빅토리아연꽃도 볼 수 있다.

세계일보

열대수련정원

식물 270여종이 자라는 6만2000여평 규모 세미원은 매년 7∼8월 연꽃문화제를 연다. 오후 8시까지 야간개장하고 다양한 연꽃문화체험교이 마련된다. 환경부 인증을 받은 수생식물교실에선 환경교육과 염색손수건 만들기 체험이 진행되고 연꽃문화 체험교실에선 연잎차·천연비누·부채만들기, 전각체험, 민화족자그리기, 천연손수건염색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미리 전화(031-770-2067)로 신청하면 해설사가 동행해 재미있는 연꽃이야기를 들려준다.


양평=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2023.07.04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빠르고 정확한 전달을 위해 세계일보의 불은 늘 켜져 있습니다.
채널명
세계일보
소개글
빠르고 정확한 전달을 위해 세계일보의 불은 늘 켜져 있습니다.

    이런 분야는 어때요?

    ESTaid footer image

    Copyright © ESTaid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