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개운한 동치미 국물… 한모금 머금으면 미소 절로

[푸드]by 세계일보

답십리 성천 막국수

콩국수·냉면과 여름철 지친 마음 위로

앉으면 나오는 뜨거운 면수 풍미 가득

제육 반접시 시켜 함께 먹으면 금상첨화

처음 맛보는 슴슴한 맛에 살짝 당황도

양념장에 들기름향 고소한 비빔도 추천

끈적이는 더위에 지칠 때면 생각나는 메뉴가 있다. 냉면, 콩국수, 비빔국수처럼 거창하지 않고 앉은자리에서 금방 후루룩 먹을 수 있는 시원한 음식들 말이다. 성천 막국수의 물막국수는 제일 먼저 떠오르는 메뉴 중 하나이다. 1966년에 문을 연 성천 막국수의 물막국수는 심심하고 담백한 맛과 머리까지 시원하게 해 주는 차가운 동치미 베이스의 국물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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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십리 성천 막국수

장마가 지났다. 굵직한 빗줄기가 지나간 자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운 폭염이 내리쬐는 한 주로 보답받고 있다. 종종 내리는 소나기는 더위를 한풀 꺾기는커녕 습도만 높여 찝찝한 하루하루를 선사하고 있다. 열대야에 밤잠을 설치며 에어컨을 켜도 습한 날씨에 선풍기 바람을 더해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을 때, 하필 배까지 고파진다면 불현듯 생각나는 메뉴들이 있다. 와이프의 비법 양념이 담긴 차가운 김치 비빔국수, 집 앞 단골 가게의 고소한 콩국수, 이젠 없어진 시장 골목의 함흥냉면 같은 그런 시원한 면요리들 말이다. 이가 시릴 정도의 차가운 국물과 뜨거운 물에 팔팔 삶고 차가운 물에 헹궈 툭툭, 쫄깃한 특색 있는 면발들이 매력적인 여름 국수들은 이 뜨거운 계절 몸과 마음을 위로해 주는 생각만으로도 시원해지는 음식들이다.


그중 더울 때 말고도 내가 입맛이 없을 때면 찾는 곳이 있다. 사는 곳하고도 그리 멀지 않아 자전거 타고 총총거리며 찾아가는, 이제 역사가 60년이 다 되어 가는 답십리의 성천 막국수다. 예전에도 손님들이 많았지만 요즘엔 더 많아졌다. 오전 11시30분에 문을 여는데 평일에도 대기 인원이 많아 식사 시간을 맞추려면 조금 더 일찍 가서 기다려야 한다. 오랜만에 도착한 이날도 문 앞에 많은 사람이 손부채를 하며 서 있었다. 막국수와 제육 등 메뉴가 간단하고 빠르게 나오는지라 그리 길지 않게 대기하면 들어갈 수 있다. 음식 나오는 시간뿐 아니라 먹는 시간도 금방이다. 양이 적지는 않은데도 차진 면을 후루룩 먹다 보면 크게 네다섯 입 정도면 한 그릇이 뚝딱이다. 제육 반 접시를 시켜 밸런스를 맞추어 먹어야 신사답게 보여 좋다. 마음먹고 먹는다면 5분 안에 그릇의 빈 바닥을 볼 수 있다. 손님이 많다 보니 직원도 많다. 크지 않은 홀에 직원과 손님들이 북적이는데도 번잡한 느낌이 나지 않는다. 분명 소리가 나지만 시끄럽지가 않다. 사람들이 맛에 집중하는 소리는 마음을 경건하게 만든다.

#물막국수와 제육

자리에 앉으면 뜨거운 면수가 준비되어 있다. 메밀면을 삶은 면수에서 풋풋한 메밀 전분 향이 올라 온다. 마치 숭늉 같은 고소함에 고기 육수와는 다른 매력이 물씬 풍기는 식사의 시작을 알리는 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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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막국수

성천 막국수의 국수는 다른 곳보다는 조금 더 차진 편인데 예전 처음 먹었을 때는 그 찰기와 엉겨 오는 면발에 조금 당황하기도 했다. 한입 우적거리며 씹어 삼키는 면에서 심심한 듯 무심하게 고소한 맛이 딸려 온다. 처음 온 이가 그 고소함을 ‘무(無)’맛이라고 표현한다면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평양냉면을 먹는 맛이 이렇다고나 할까. 그 무심한 메밀면 맛에 물막국수의 시큼하고 개운한 동치미 국물을 들이켤 때 오는 오묘함은 미식가보단 다식가에 가까운 나로서 세 번을 가고 나서야 깊이를 알게 되었다. 어느 음식점에 붙어 있던 ‘대미필담(大味必淡)’이라는 단어가 불현듯 떠올라 국수를 먹고 있자면 미소가 절로 생긴다. 정말 좋은 맛은 반드시 담백한 것이란 뜻이다.


곁들여 주는 무짠지는 달지 않고 짭조름하다. 테이블에 배치되어 있는 겨자나 식초를 조금 넣어 버무리면 색다른 맛이 나는데 물막국수에 넣어 같이 먹기에도 좋다. 양념장과 들기름 향의 고소한 맛 비빔 막국수는 이곳 면의 찰기와 향에 한 번 더 반할 수가 있다. 특히 이곳은 혼자 오는 손님들을 위한 메뉴가 있다. ‘막국수와 제육 세트’나 ‘제육 반 개’ 같은 메뉴들인데 꼭 제육은 추가해서 먹는 걸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곳의 제육들에도 지지 않을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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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천막국수의 제육

#막국수

우리나라는 대대로 밀이 메밀보다 귀했다. 그런 밀이 1960년대 넘어 미국에서 대량 수입되고 정부의 혼분식 장려 정책으로 값싸게 들어와 메밀의 자리를 밀어내며 밀이 면 요리 재료의 대명사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몇몇 평양냉면집 말고는 한반도 북쪽의 강원 지역 메밀 생산지와 인접한 춘천에서만 메밀로 만든 면 요리가 성행했는데 그 지역의 요리가 바로 춘천 막국수이다.


막국수는 메밀로 만든 국수를 뜻한다. 메밀을 껍질째 갈아 국수를 내리기도 했는데 아무렇게나 ‘막’ 국수를 내렸다고 해서 막국수라 불리게 되었다. 글루텐이 있어 반죽 후 밀고 늘린 뒤 썰어 먹을 수 있는 밀가루 반죽과는 달리 메밀은 글루텐이 거의 없어서 반죽을 늘릴 수가 없기에 반죽을 국수틀에 넣고 눌러 뽑는 방식으로 면을 만든다. 들기름을 곁들인 양념장에 국물 없이 먹는 비빔막국수와 차가운 동치미 국물, 육수에 먹는 물막국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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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 연어를 올린 메밀 파스타 

■구운 연어를 올린 메밀 오일 파스타 만들기

메밀면 50g, 연어 60g, 간장 10㎖, 면수 100㎖,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30㎖, 블랙 올리브 2개, 새우 2개, 마늘 5톨, 가루 파르메산 치즈 1작은술, 샐러드 오일 30㎖, 페페론치노 약간, 후추 약간, 소금 약간


① 메밀면을 삶은 후 찬물에 헹군다. 

② 팬에 편 썬 마늘과 연어를 올려 색을 낸다. 

③ 연어 한쪽 면에서 색이 나면 뒤집고 블랙 올리브와 다진 새우를 넣는다. 

④ 연어는 건져내고 면수와 메밀면을 넣어 버무린다.

⑤ 페페론치노와 가루 파르메산 치즈,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⑥ 마지막으로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넣고 버무린 후 접시에 올리고 구운 연어를 곁들인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2023.08.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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