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타고 즐기는 미식의 도시 목포의 가을

[푸드]by 세계일보

국내 최장 해상케이블카·고하도 해안테크 트레킹·목포스카이워크 등 볼 것 많은 낭만항구

시원하게 물살 가르며 목포대교 즐기는 요트도 인기

중화루 ‘쭝깐’·쑥굴레·옥도뻘낙지초무침 미식가들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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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문마리나 요트여행.

“영산강 안개속에 기적이 울고 삼학도 등대아래 갈매기 우는 그리운 내고향 목포는 항구다♩♬∼” 삼학도 공원으로 들어서자 흘러간 옛 노래 한자락 숲을 적신다. ‘목포의 눈물’과 함께 가수 이난영의 대표곡 ‘목포의 항구다’. 가락은 처연하지만 유달산 위로 높고 넓게 펼쳐진 푸른 하늘과 바람결에 살랑거리는 코스모스 덕분에 슬프지만은 않다. 그래 목포는 항구지. 풍부한 해산물과 어머니 손맛 덕분에 미식가들이 사랑하는 목포에 가을이 오면 맛있는 냄새도 더욱 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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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학도 이난영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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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해상케이블카 유달산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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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도 단풍과 목포대교.

◆요트타고 즐기는 낭만항구

요즘 전남 목포는 갈때마다 달라진다. 2019년 목포해상케이블카 개통으로 하늘을 날면서 유달산과 고하도의 단풍, 목포대교가 어우러지는 풍경을 짜릿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최고 높이 155m, 총길이 3.23㎞로 국내 최장 해상케이블카다. 또 바다 위 12∼15m 높이로 54m를 쭉 뻗어나간 목포스카이워크도 2020년 완공됐다. 목포대교와 바다를 오가는 배와 불타는 저녁노을이 환상적으로 어울리는 풍경을 즐길 수 있어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여기에 바다 위를 걷는 고하도 트레킹도 추가됐다. 판옥선 13척을 쌓아올린 모양으로 지은 고하도 전망대에서 바다 쪽으로 계단을 내려가면 해안데크길이 양쪽으로 약 1.8㎞가량 이어진다. 용머리탐방로에 이어 지난해 반대쪽 해안동굴탐방로가 추가됐는데 쪽빛 바다와 절벽을 때리는 파도 소리를 즐기는 탐방로는 더욱 확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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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마리나와 유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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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문마리나 요트로 즐기는 목포대교.

여기에 요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레저스포츠가 하얀 돛을 펼치고 바다를 가르는 요트. 2019년 목포에서 처음으로 요트 영업을 시작한 뉴문마리나 선착장으로 들어서자 30명을 태우는 40피트 쌍동선이 여행자들을 기다린다. 넓은 실내에는 파스텔톤의 편안한 소파가 놓여 요트를 통째로 빌려 유람을 떠나기도 좋아 보인다. 10명까지 탑승하는 프라이빗 투어 비용은 30만원으로 1인당 3만원 정도이며 음식과 와인 등을 가져와 즐길 수 있어 가성비도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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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도 용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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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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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문마리나 카페.

선착장을 떠난 요트는 시원한 가을바람을 타고 목포대교를 향해 미끄러진다. 목포 바다는 섬으로 둘러싸인 덕분에 파도가 심하지 않아 요트는 잔잔한 호수를 떠가는 듯하다. 학 두마리가 날개를 펼치고 힘차게 날아오르는 형상으로 디자인한 목포대교 밑에 서면 고하도 트레킹에서 만나는 용머리가 손에 닿을 듯 가깝다. 조금씩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유달산의 일등바위와 이등바위, 바다를 가로 지르는 해상케이블카가 파란하늘에 대롱대롱 매달린 풍경은 예쁜 수채화다. 삼학도, 고하도, 유달산을 즐기며 목포대교까지 갔다 돌아오는 코스는 1시간 정도 걸린다. 5시가 넘어 해가 질때 이용하면 서서히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매혹적인 풍경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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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루 '중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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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루 1965년 메뉴판.

◆미식가 입맛 사로잡는 노포의 맛

목포에 가면 짜장면도 맛있다. 우스갯소리로 많이 하는 말인데 실제다. 먹을 것 천지인 목포까지 가서 웬 짜장면을 먹느냐는 타박을 들을 수 있지만 1947년 목포오거리에 개업한 ‘중깐 원조집’ 중화루에선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인생 간짜장을 만난다. 벽에 걸린 빛바랜 가격표가 노포의 품격을 말한다. 1965년 가격표엔 우동 60원, 짜장 60원이라 적혔고 보꾼밥(볶음밥) 등 철자법이 틀린 메뉴도 옛추억을 부른다. 중깐은 중화로 옛이름인 ‘중화식당의 간짜장’이란 뜻이다. 옆 건물까지 사용했을 정도로 요릿집으로 목포에서 명성을 날리던 시절, 손님들은 거한 코스요리 마지막에 후식으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짜장면을 주문했다. 이 짜장면이 인기를 끌면서 중화루 간짜장이 ‘중깐’으로 불리게 됐고 중깐이 하루 수백그릇씩 나가는 시그니처 메뉴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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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루 탕수육.

중깐과 탕수육을 주문했다. 씹을 것도 없이 부드러운 탕수육의 달달한 소스는 입학식과 졸업식 등 특별한 날에만 찾던 어린 시절 동네 중국집의 추억으로 이끈다. 짜장면도 그냥 쑥쑥 넘어간다. 일반면과 달리 아주 가늘기 때문이다. 특히 돼지고기, 생강, 마늘, 양파, 양배추를 넣어 만든 소스가 일품으로 잃었던 미각을 되살리기 충분하다. 3대째 노포를 이끄는 왕윤석(64)씨는 “후식으로 먹던 짜장면이라 면을 가늘게 뽑고 국내산 생돼지만을 고집한다”고 귀띔한다. 탕수육은 하루에 30∼40그릇에서 많을때는 80그릇 팔리는데 정육점이 아닌, 가공농장에서 도축된지 이틀된 암퇘지를 매일 공급받아 사용한다. 육질이 부드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 산둥성에 살던 할아버지가 동학난때 한국으로 건너왔고 작은 아버지가 인천에서 중국집을 개업하면 노포의 역사가 시작됐다. 한국전쟁때 목포로 피란온 뒤 1950년 왕씨 부친이 중국집을 인수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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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굴레.

인근 쑥굴레는 요즘 TV 프로그램 소개되면서 젊은층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역시 1956년부터 영업한 노포다. 쑥굴레는 70년 가까이 목포시민의 사랑을 받은 수제 디저트. 소가 안에 있는 보통 떡과 달리 부드러운 팥고물이 겉에 있는 쑥떡에 직접 만든 조청을 부어 먹는다. 달달한 쑥떡 하나 입에 넣으니 여행의 피로가 금세 사라지는 기분이다. 주재료인 봄쑥과 팥은 겨우내 떨어진 임금의 건강과 입맛을 증진시켜 예로부터 궁중음식으로 쓰였다.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김해 만석꾼 집안에 시집간 강복의 여사가 봄이면 많은 양의 쑥굴레와 조청을 만들어 삼짇날과 단오때 이웃과 나눠먹던 음식이다.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30년대말 일본 경찰을 피해 전남 목포에 정착했고 지금은 딸 오정희(76)씨가 대를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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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정 옥도낙지초무침 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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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초무침.

목포에 왔으니 낙지를 빼놓을 수 없다. 산정동 신미정은 육질이 전국에서 가장 부드럽기로 소문난 신안군 하의도 인근 옥도의 뻘낙지만을 사용하는 낙지 맛집으로 역시 4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켰다. 낙지초무침이 대표 메뉴. 미나리, 배, 양파, 오이가 올려 나오는 낙지초무침 한젓가락 떠 입안으로 밀어 넣자 새콤한 양념맛과 부드러운 낙지가 어우러지며 입안에서 맛의 향연을 펼친다. 초무침이지만 자극적으로 시큼하지 않다. 직접 담근 막걸리 식초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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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항구포차거리 조형물.

목포항과 삼학도 일원에선 오는 20일부터 3일동안 ‘목포항구축제’가 열려 목포를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과거 바다 위에서 열리던 생선 시장인 ‘파시’를 테마로 하는 항구축제. 만선배가 입항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해상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바닷속 물고기를 미디어아트로 연출한 목포항구 바닷길 미디어아트, 아시아 문화교류 공연, 글로벌 파시 항구 주제공연도 선보인다. 축제공간을 시대별로 파시존(2060), 항구존(7080), 청년존(현재)으로 나눠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경매받은 수산물을 직접 구워 먹는 구이터, 신선한 수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어물전 수라간도 운영된다. 또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글로벌 푸드존, 건어물을 직접 구워 맥주와 즐기는 건맥존과 해물라면존도 마련된다.


목포=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2023.11.0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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