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하지만 든든한 재첩국… 뜨끈한 추억 한 숟갈 뜨다

[푸드]by 세계일보

인천 하동재첩마을

24시 영업하다 팬데믹 이후 낮 장사

문닫을 시간에 들렀지만 친절함 여전

재첩비빔밥·재첩국 세트인 비빔재탕

쫄깃한 재첩·아삭한 부추 조화 일품

뜨끈한 재첩국 술 안먹어도 해장한 듯


어시장에서 장을 본 후 짠내 나는 장바구니를 들고 종종 가던 음식점이 있다. 바뀌어 버린 시장의 정경 속에도 기억에 남아있던 음식의 맛은 변하지 않아 반가웠다. 인천 연수구 하동재첩마을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었다.

◆ 인천 하동재첩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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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여름방학, 아버지가 일 나가시는 날에는 이른 아침부터 어머니, 한 동네 사는 이모와 같이 1호선 전철을 타고 인천역까지 가 바닷가 갯벌에서 작은 게를 잡았었다. 하루 종일 갯벌에서 놀다 온 그날, 전철에 오손도손 앉아 자다 깨기를 반복해도 도착하지 않던 그 많은 역이, 지루하게 느껴지면서도 또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나른함이 좋기도 했다. 잡아온 방게를 깨끗이 씻어내 밀가루를 두르고 기름에 노릇하게 튀기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집에 모여 맥주 안주에 시끌벅적하기 일쑤였다.


외할머니 살아 계실 적엔 인천 소래포구에 철마다 들렀었다. 이제는 사라진 철길을 건너 시장으로 들어가는 길에서 할머니와 어머니는 마치 소래포구를 들어갈 때 하는 신고식처럼 돼지 껍질을 안주 삼아 1000원짜리 막걸리 한 사발을 시원하게 드셨는데 30년 단골 젓갈집, 할머니 친구분이 돌아가셨을 때에서야 종종 가던 인천 소래포구에 발길을 끊게 되었다. 그 후로도 한참 동안 갈 일이 없던 인천에 오랜만에 갈 일이 생겼다. 인천 구 송도로 가는 길 아침 일찍 운전대를 잡고 차를 몰았다. 그 길은 어릴 적 아버지 차 뒷좌석에서 바라보던 풍경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문득 예전 할머니와 함께 갔던 음식점이 생각났다. 새우젓과 소금에 절인 생선들을 트렁크에 가득 싣고 난 후에 종종 들르던 곳, 연수구의 하동재첩마을이다. 오후 5시, 좀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가게에 들어갔다. 24시로 알고 있던 영업시간이 오후 5시 마감으로 적혀 있었다. 실례를 무릅쓰고 들어가 혹시 식사가 될까요 물으니, 괜찮다는 따뜻한 대답이 돌아왔다. 20년 전의 사장님하고는 다른 분이지만 그 친절함이 포근했다. 하동재첩마을은 문을 연 지 30년이 되었다. 지금의 사장님이 가게를 이어받은 지 20년이 다 되어간다고 하니 그 말에서 세월이 가득 느껴졌다. 팬데믹을 버텨낸 가게는 이제 24시에서 낮 장사만 하는 걸로 바뀌었다고 한다. 마감 준비를 하던 주방이 나 하나 때문에 다시 분주해졌다.

◆ 재첩비빔밥과 재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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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첩비빔 한상

자리에 앉아 재첩비빔밥과 재첩국이 세트인 비빔재탕을 주문했다. 오뎅볶음, 깍두기, 콩나물 같은 정겨운 반찬들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와 고등어조림이 자리를 채웠다. 두부 반찬은 내게는 사랑이다. 하물며 따끈한 두부조림이라니 반하지 않을 수가 없다. 크게 한 토막 올려진 부드러운 고등어와 양념이 속까지 잘 밴 무는 그 양념 맛 때문에 재첩 비빔이 나오기도 전, 밥 한 공기를 다 먹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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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첩비빔밥

메인 메뉴가 나왔다. 다진 부추 위에 눈송이 같은 재첩이 가득 올려져 있는 대접은 진정성 있는 플레이팅이란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도 맛있어 보였고 그 부추와 재첩, 깨소금의 자태를 보며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슬고슬하게 지은 흑미밥을 넣고 된장 양념으로 비비니 양념을 반만 넣고 간을 보라는 사장님의 말씀처럼 된장 양념은 간간하니 입맛을 쫙 돋우는 맛이었다. 재첩의 쫄깃하고 부드러운 맛과 아삭하고 풋풋한 부추의 식감이 입안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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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첩탕

심심한 맛의 재첩국은 가득 든 부추의 뜨끈한 열기가 느껴져 술을 먹지도 않았는데도 해장을 하는 느낌이다. 처음 심심한 맛에 고개를 갸웃하다 역시 그 심심함이 맛의 비결이라는 듯 나도 모르게 뚝배기를 비우고 있었다. 식사가 끝날 때쯤 차가운 매실차가 나왔다. 깔끔한 매실차의 새콤달콤한 맛은 한동안 출장을 와야 하는 인천에 단골집을 하나 만들어겠다는 다짐이 들게끔 했다.

◆ 재첩

재첩은 강의 모래가 섞인 진흙 바닥에 사는 민물조개다. 국내에서는 섬진강 중하류 지역에서 주로 채취하는데 하동군과 광양시의 재첩이 가장 유명하다. 현재는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채집량이 줄어 그 빈자리를 중국산의 껍데기를 벗긴 재첩들이 차지해 가고 있어 슬프다. 재첩은 알이 작아 살을 발라내기 불편하기에 해감 후 바로 국요리로 많이 사용된다. 국물이 시원하고 깔끔하기에 해장용으로 아주 그만이다. 또 그 살을 발라내 무침을 해먹기도 하고, 부추와 함께 반죽해 전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재첩요리엔 부추를 많이 사용하는데 부추가 재첩요리에 비타민A를 보충해 주고 재첩 특유의 민물 향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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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골레 파스타

■ 모시와 바지락을 넣은 봉골레 파스타 만들기


모시조개 100g, 바지락 100g, 퓨어 올리브 오일 30ml, 마늘 5톨, 페페론치노 1작은술, 후추 약간, 화이트와인 50ml, 면수 100ml, 삶은 스파게티면 150g, 그라나파다노 치즈 약간,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30ml


① 조개는 해감 후 깨끗이 씻어놓는다.
② 팬에 퓨어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편 썬 마늘을 넣어준다.
③ 마늘에서 향이 나면 해감한 조개들을 넣어 준다.
④ 조개가 자글자글 끓으면 화이트 와인을 넣고 뚜껑을 덮고 조개를 다 익혀준다.
⑤ 면수를 넣어 준 후 스파게티면을 넣고 버무려 준다.
⑥ 페페론치노와 후추를 넣어 매운 향을 더해준다.
⑦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둘러준 후 접시에 담고 그라나파다노 치즈를 뿌려준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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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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