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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우리 함께 얌차(飮茶)할까?

by세계일보

고기·새우 채소 등 재료에 따라 수천가지

고기육즙 가득한 샤오롱바오 그중 일품

전장흑초에 적신 생강채와 함께 한입에

뜨거운 육즙 입천장 델 수도 있어 ‘조심’

우리 함께 얌차(飮茶)할까?

110년만의 폭염이 물러가고 어느덧 초가을의 문턱에 섰다. 새벽녘에는 창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따뜻한 차와 함께 김이 모락모락나는 만두가 제격이다. 특히 한 입 베어물면 진한 육즙이 터지며 입 안에 가득 퍼지는 샤오롱바오가 유독 떠오른다. 샤오롱바오는 딤섬의 한 종류로 딤섬 중에서도 가장 섬세한 음식이다. 간식에서 고급요리로 발전하면서 고기, 새우, 채소 등 딤섬은 재료에 따라 수천가지나 돼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다. 안젤라의 여덟번째 푸드트립 목적지는 현지인들이 딤섬을 ‘소울 푸드’로 매일 즐기는 중국 홍콩이다.

우리 함께 얌차(飮茶)할까?

#내 마음에 점을 찍다, 딤섬

딤섬(點心) 은 한자로 작고 동그란 점(點)과 마음(心)이 더해진 말이다. 한 마디로 내 마음에 점을 찍는 음식이란 뜻이다. 다르게 읽어 한자 발음을 그대로 읽으면 아침과 저녁 사이에 먹는 점심과도 같다. 중국 사람들에게 딤섬은 배를 채우기 위해서 먹는 게 아니라 헛헛한 마음에 점을 새기는 영혼의 음식이다.


딤섬의 역사를 살펴보면 딤섬은 작은 찜통에 담아서 쪄내는 만두로 차에 곁들여 먹는 주전부리 또는 간식에 불과했다. 특히 20세기 초에 부둣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즐겨먹는 서민 음식이었고, 식탁의 주인공은 딤섬이 아니라 차였다. 하지만 재료와 조리법에 따라 딤섬은 무한하게 변신할 수 있었고 고급 식재료를 넣기 시작하면서 광동과 홍콩에선 딤섬 그 자체가 고급요리로 발전했다. 1970년대 홍콩 경제가 부흥기를 거치면서 딤섬의 세계에서도 맛의 변주가 시작된 것이다.

우리 함께 얌차(飮茶)할까?

#딤섬의 꽃, 진한 돼지고기 육수 터져나오는 샤오롱바오

샤오롱바오는 상하이에서 유래된 돼지고기 만두로 작은 대나무 찜통에 쪄서 만든다. 특히 밀가루로 만든 만두 피 안에 진한 돼지고기 육즙이 가득 차있어 대충 젓가락으로 집었다가는 입에 넣기도 전에 피가 찢어져 버린다. 섬세한 음식인만큼 조심스럽게 먹어야 한다.


“샤오롱바오 좀 먹어봤구나!” 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몇가지 팁을 제공한다. 먼저 전장 흑초와 생강채를 준비한다. 전장식초는 약 1500년 전 중국의 전장(鎭江) 유역에서 온 식초로 현미를 장기간 숙성, 발효시켜 만들어 흑색을 띄고 있는 독특한 식초다. 식초지만 신맛은 약하고 적당한 단맛이 있어 간장처럼 느껴진다. 전장 흑초는 진한 돼지고기의 맛을 끌어올려 주는 역할을 하고 생강채는 돼지고기 육수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오목한 세라믹 숟가락에 샤오롱바오를 조심스럽게 얹고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피를 찢는다. 숟가락에 자작하게 차오른 육수를 먼저 마신 뒤 전장 흑초에 적신 생강채를 만두에 올려 한 입에 먹는다. 이때 주의할 것은 처음부터 한 입에 집어 삼켰다가는 입천장부터 목구멍까지 데일 수 있다는 점이다. 만일 돼지고기 육수와 함께 먹고 싶다면 숟가락에 올린 상태로 3분만 식히자. 입 안에 가득 퍼지는 육즙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우리 함께 얌차(飮茶)할까?

#우리 함께 얌차(飮茶)할까?

홍콩에 가면 아침 6시반부터 오픈하는 딤섬 식당들을 볼 수가 있다. 8평 ~ 13평 밖에 안되는 협소한 주거공간에서 벗어나 온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홍콩 사람들은 “딤섬을 먹자”라는 말 대신 “얌차 할까?” 라고 이야기 한다. 차(茶)를 마시며(飮) 딤섬을 즐긴다는 뜻이다. 지금은 딤섬이 홍콩을 대표하는 하나의 요리로 자리 잡았지만, 옛날에는 차를 마시기 위해 먹는 간식에 불과했기 때문에 딤섬보다 차에 집중했다. 안젤라가 찾은 곳은 홍콩 침사추이에 있는 푸 룸 피시맨스 와르프 레스토랑(Foo Lum Fishman's Wharf Restaurant)이다. 연회장처럼 동그란 테이블들이 빽빽하게 차있었고 가족, 친구, 연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먹는 분위기였다. 식당 내부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대나무 찜통이 쌓여있는 카트를 밀고 다니는 종업원들로 분주했다. 각 수레별로 딤섬의 종류가 한자로 적혀있고, 지나가는 카트의 이름을 보고 주문을 하면된다. 한자를 읽지 못해도 뚜껑을 열어 눈으로 확인 한 뒤 딤섬을 골라도 괜찮다.

우리 함께 얌차(飮茶)할까?
우리 함께 얌차(飮茶)할까?

딤섬은 재료와 조리법에 따라 수백, 수천가지의 종류로 나뉘는데 투명한 찹쌀피에 새우가 통통하게 차 있는 하가우, 새우와 돼지고기를 넣어 찐 노란 보자기 모양의 샤오마이, 얇은 쌀국수 피에 고기나 새우, 채소를 넣고 넓게 핀 창펀 등이 한국인이 선호하는 딤섬 중에 하나다. 맛있는 딤섬의 기준은 만두의 피가 얼마나 얇고, 그 안에 재료를 얼마나 두둑하게 넣었는지, 고기의 육즙이 얼마나 알차게 차있는지 등이다. 이 세상에 수천가지의 딤섬이 존재하지만, 가장 맛있는 딤섬은 내 인생에 점을 찍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먹는 딤섬일 것이다.


글·사진 김유경 푸드디렉터 foodie.angel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