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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가을 고성 방가방가~'
가을빛 고성에서 행복찾기

by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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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 가진해수욕장

사람처럼 바다의 얼굴은 제각각 다르다는 느낌. 아열대 제주 바다와 갯벌 너른 서해, 남해는 물론 같은 동해라도 저마다 다른 색, 다른 느낌이다. 우리가 현재 갈 수 있는 최북단 고성의 바다만 해도 많이 다르다.


보령 대천해변이 7080이라면 제주 바다는 인기 걸그룹. 부산 해운대·광안리 바다는 남성 아이돌 그룹, 강릉 경포대 바다는 신나는 댄스 가수를 닮았다면 북쪽 고성의 바다는 재즈 뮤지션이나 우렁찬 가곡을 뽑아내는 성악가 같은 느낌이다. 왠지 그 바다 앞에선 떠들거나 까불면 안될 듯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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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진포항에서 바라본 고성 앞바다.

해안선을 따라 따박따박 박힌 석호(潟湖)들과 함께 푸른 바다가 넘실거린다. 해안엔 고운 패각류 모래와 늠름한 갯바위.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섬 인적 없는 이곳에~”로 시작하는 노래 바위섬(김원중)이나 “나는 나는 갯바위, 당신은 나를 사랑하는 파도~”의 갯바위(한마음)는 아마도 이곳 고성 바다에서 영감을 얻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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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으로 가는 길. 울산바위가 이곳이 설악산의 입구임을 안내한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산수의 경치가 관동이 제일이랬는데 특히 고성에 더욱 들어맞는 말이다. 그 멋진 바다를 내려보는 산이 바로 설악이요, 금강이라면 바로 이해가 되지 않겠나. 산, 바다, 호수를 한 번에 즐기기에 딱 좋은 고성으로 가을 행복찾기 여행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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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 앉아 즐기는 커피가 그리도 향기롭다.

정말이지 귀신같이 찾아낸다. 호젓한 가진 해변. 카페를 찾아들어가 손으로 바로 내린 커피를 보온병에 담아들고 해변으로 나간다. 돗자리만 펼치면 어디든 근사한 피크닉 테이블이 된다. 한가롭고 여유롭다. ‘제주도 월정리의 옛날 버전’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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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해변에 위치한 카페 테일(Tail). 핸드드립 커피와 피크닉세트, 그리고 바다가 근사한 곳이다.

가진항 카페 테일(Tail)이다. 어촌 낡은 집을 멋진 카페로 만들었다. 핸드드립 커피는 1잔에 5000원, 박스에 마들렌과 커피를 담아 주는 피크닉 세트는 1인당 8000원이다.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서늘한 바람부는 가을날, 강원도 바닷가에서 차가운 커피라니. 오늘 처음 팔아본다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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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테일(Tail)은 핸드드립 커피를 낸다.

씩씩한 바위섬과 섬세한 파도 소리. 여름엔 이곳도 꽤 분주했을테지. 가을의 가진 해수욕장이란 직접 만날 수 있는 연예인 친구 같아서 좋다. 매력이 철철 넘치는데 나 혼자 가질 수 있다. 그래서 ‘가진’ 해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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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포 해변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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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포 해변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카페 달홀

봉포해변에도 멋진 카페가 있다. 달홀(達忽). 고성군의 옛지명이다. 고구려 땅이었던 고성은 달홀로 불렸다. 카페 달홀은 길가에서 보이지 않는다. 바다를 막아선 건물의 담장, 그 사이로 거꾸로 내려가면 눈부신 해변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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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포 해변카페 달홀

양팔 벌려 해변을 안은 듯 카페가 섰다. 바다를 향한 의자, 이곳에서도 차가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아메리카노를 1만잔 정도 마시면 미국사람이 되려나. 스티브유나 트럼프도 그만큼 마셨을까? 어쨌든 여기도 분위기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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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포 해변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카페 달홀

근처에는 물회를 잘하는 ‘영순네’식당이 있다. 여름철엔 성게비빔밥으로 유명하지만 요즘은 없다. 젓갈이 아닌 생 멍게를 잘라 비벼먹는 멍게 비빔밥, 방어를 썰어넣은 진한 맛의 물회 등 정통 강원도 고성의 입맛이다. 상차림도 푸짐하고 정갈하다. 다양한 생선회를 올린 회덮밥도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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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문베어에선 친절한 설명과 함께 맥주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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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문베어 제품 라인업

그저 쉬어도 좋지만 여행의 밤을 빛내는 것은 역시 술자리다. 요즘 같으면 맥주를 마셔야 한다. 고성엔 수제 맥주 문베어가 있다. 지하 200m에서 퍼올린 깔끔한 물로 빚는 맥줏집이다. 1층엔 거대한 공장이 있고 2층은 근사한 시음장이다. 마당엔 상징인 곰이 새겨진 조형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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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문베어에서 견학 및 시음을 할 수 있다.

백두산, 한라산 등 이곳에서 생산하는 맥주에 관한 친절한 설명을 한 귀로 들으며 시음 순간 만을 기다린다. 몰트에 홉을 섞어 팔팔 끓이고 뭐 한약을 짜내듯 특수한 여과장비가 국내 1대 밖에 없다느니 ‘공부 아닌 공부’를 하면서도 눈은 숙성 탱크로 가 꽂혔다. 드디어 졸졸 흘러 나오는 에일을 한 잔 받아 마셨다. 시원하고 좋았지만 아쉽다. 2층 시음 코너에서 맥주를 더 주문하라는 노림수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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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문베어 시음 샘플러

시원하게 냉장고에 저장한 맥주들이 가득하다. 일행 남녀들이 모두 하이네켄 TV광고처럼 비명을 지르며 맥주를 퍼마셨다. 돌아오니 숙소가 참 좋다. 하늘로 흐르는 별이 보이고 그 아래론 울산바위가 병풍처럼 섰다. 뚝뚝 떨어진 독채형 빌라. 사방에 가을을 알리는 숲. 그저 잠만 청해도 보약 한첩이다. 시애틀 시민처럼 커피를 많이 마셨지만 깊은 잠이 든다. 단순히 맥주 탓만은 아니다.


십수년 전 스쿠버다이빙 취재를 왔다가 찾아낸 중국집이 떠올라 다시 찾아갔다. 공현진에 위치한 수성반점이다. 여전하다. 몇 안되는 좌석, 야외 테이블 등 변한 건 그리 없는데 사람이 많다. 늦은 점심녘인데도 꽉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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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반점 짬뽕

고추가루를 넣어 걸죽한 국물의 해물짬뽕이 맛있다고 찾아간 집인데 의외로 볶음밥도 맛있었던 기억이다. ‘시그니처’ 메뉴인 짬뽕과 볶음밥을 시켰다. 섭섭할까봐 짜장면도 주문했다. 입술을 돼지막창 모양으로 동그랗게 만들어 면 가락을 빨아들이며 국물까지 들이켜본다. 기름에 갓 볶아낸 파 향기가 가득한 볶음밥. 밥알은 고슬고슬하고 계란은 포슬포슬하다. 짬뽕엔 귀하신 오징어가 잔뜩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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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반점 볶음밥

포만감은 곧 만족감으로 바뀌었다. 문을 나서면 곧 바다로 이어지는 골목이다. 입가심은 바다 향기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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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송지호는 가을색으로 물들고 있다.

고성엔 연예인을 연상시키는 지명이 몇 있다. 송지호도 그렇고 공현진도 그렇다. 아! 현진은 우리 부장 이름이기도 하다. 이승만, 이기붕, 김일성 등 당대 권력자들이 모두 사랑한 화진포호까지 석호를 둘러보는 여행이 좋다. 금강산, 해금강까지 이길이 이어진다면 고성 여행이 훨씬 좋아지련만 북한의 태도는 갑갑하기만 하다.


석호는 보통의 호수와는 달리 물살이 잔잔해 이른 새벽이면 뒷산을 또렷히 수면에 찍어낸다. 물론 이른 새벽에 일어나진 못했지만 이론상 그렇단 얘기다. 송지호에는 나무 테크로 만든 산책길이 있다. 송지호 한가운데를 지키는 송호정을 중심에 두고 뒷편 왕곡마을까지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는 이 길의 이름은 산소(O2)길. 해송숲과 갈대숲이 있어 정말이지 청량한 산소를 마실 수 있을 뿐 더러 군데군데 무덤도 있어 진짜 ‘산소길’임에 틀림없다.


지금은 갈대와 억새도 피어났고 단풍까지 진하게 물들고 있다. 간단히 산행을 하거나 화암사, 건봉사 등 유서깊은 금강산 고찰까지 둘러본다면 더욱 풍요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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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시장.

간성읍에는 고성시장이 있다. 천년 세월을 지켜온 전통 재래시장이다. 명태와 가자미, 도루묵, 양미리 등 생선을 말려 곡식과 바꾸고 생필품과 소식이 오가던 곳이다. 지붕을 씌워 상설시장이 됐지만 그 푸근한 느낌만은 오롯이 남았다. 시장을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0여분에 불과했지만 그 잔영은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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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우맛집 생선조림

시장 근처에 생선조림을 잘하는 식당 ‘청우맛집’이 있다. 명태, 가오리, 열기, 가자미, 갈치 등을 칼칼한 양념에 조려낸다. 생선살을 발라 먹고 걸죽한 국물에 밥을 비비면 술이며 밥이 끝도 없이 들어간다. 역시 생선조림에는 무가 으뜸이다. 모든 맛을 빨아들여 품고 있다가 앞니로 베어물면 그제사 모든 맛을 토해낸다. 가끔 입천정을 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배불리 먹은 다음 시원한 산자락 평상에 드러누워 잠을 청하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꼭 바둑을 두어야 신선이 되는 건 아니다. 바둑판이라면 베고 자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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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창바위 식당. 풍경도 좋고 닭백숙 맛도 좋다.

여행정보 :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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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은 명태의 고장이다. 지금은 거의 나지 않지만 전통은 오롯이 남아 다양한 명태요리를 맛볼 수 있다.

  1. 카페 달홀은 봉포리에 있다. 바다를 볼 수 있는 널찍한 테라스가 좋다. 고성군 토성면 토성로 58. 카페 테일은 내부도 좋지만 역시 피크닉 세트를 빌려 바닷가로 나가서 즐기는 것이 더 낫다. 운치있는 피크닉은 더 추워진대도 괜찮을 듯하다. 커피맛도 훌륭하다. 고성군 가진길 40-5.
  2. 청우맛집은 생선조림을 내는 집. 다양한 제철 생선을 매콤하게 조려서 낸다. 간성읍 간성시장 1길 10.
  3. 설악산 미시령 고개 가는 길 창바위식당은 토종닭백숙과 해신탕 등 든든한 한끼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얼추 타조만한(?) 토종닭을 능이 버섯과 함께 푹 고아서 큰 냄비에 담아낸다. 살코기를 집어 먹고나면 남은 국물에 죽까지 끓여 먹는데 배부르다고 이걸 빼놓으면 아쉽다.
  4. 고성 거진항에는 옛날식 돈가스로 유명한 장미경양식이 있다. 크림스프와 넙적한 돈가스를 튀겨서 밥과 함께 내준다. 군인과 지역민들 사이에서 소문난 것이 지금은 ‘최북단 돈가스’란 별칭을 얻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독특하게 시금치를 가니시로 내는데 별미다. 시원한 맛을 내는 강원도식 김치 맛은 웬만한 칼국수집보다 낫다.

고성=글·사진 | 스포츠서울 이우석 전문기자 demor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