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속 고요함, 그 안에서 몰아치는 욕망 ≪남과 여≫

[컬처]by 디아티스트매거진
폭설 속 고요함, 그 안에서 몰아치는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 사랑은 스치는 꽃향기라 했던가. 그렇다면 마음에 스쳐간 꽃향기가 공기중으로 흩어져버린 뒤 남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 <남과 여>는 예기치 못한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하얗게 뒤덮인 숲 속, 아이들의 캠프를 위해 각각 핀란드를 찾은 상민(전도연)과 기홍(공유)은 우연히 만나 캠프장 근처까지 동행하게 되고 폭설로 인해 숲 속에 발이 묶인다. 다음 날, 둘은 아무도 없는 오두막에서 알 수 없는 분위기에 취해 몸을 섞게 되고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헤어지게 된다. 몇 개월 후, 설원 속에서의 시간을 핀란드가 내어준 한 겨울밤의 꿈이라 여기고 일상으로 돌아온 상민 앞에 기홍이 찾아오게 되면서 그들의 마음은 차갑게 펼쳐진 설원 속 눈처럼 시리게 젖어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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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는 상민과 기홍의 꿈같은 만남과 그들의 하룻밤을 더욱 신비하게 만들어주는 무대장치다. 아주 먼 듯한, 낯선 고요함 속에 녹아있는 스산한 불안과 알 수 없는 공허. 그 불안과 공허를 파고들어오는 강한 욕망. 이윤기 감독은 바로 이러한 욕망을 얼어붙은 호수 위에 위태로이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 위를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는 기홍과 달리 위험하다며 망설이는 상민의 모습은 마치 그들 앞에 놓인 사랑을 대하는 태도를 예견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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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민과 기홍은 서로를 향한 강한 끌림과 가정에 대한 책임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 갈등하고 로맨스와 현실 ,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이런 그들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관객에게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사랑이 판타지와 현실 중 과연 어느 쪽에 속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예기치 못한 사고처럼 문득 찾아와 순식간에 서로를 엉키게 만들어버린 것이 과연 사랑인 것인지, 향기는 이미 날아갔어도 그 순간을 기억하고자 마음먹은 날의 약속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야말로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혹은 이 모든 상충하는 감정들이 전부 사랑의 여로속에 놓인 이중적인 부유물인지를.

 

기홍은 자신의 걸음이 상민에게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상민 또한 기홍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기홍의 걸음이 안내한 곳은 설원도, 고요한 둘 만의 숲 속도 아닌 끝없는 현실이었다. 그렇기에 상민의 걸음 또한 기홍을 향해있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한 발 늦게 찾아온 사랑의 아슬아슬한 발걸음은 그들을 점점 가까운 곳으로 이끌었으나 마침내 가장 가까워진 그 순간, 마침내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신한 바로 그 순간에 와서는 서로를 지나쳐 교착점을 만들었을 뿐, 끝끝내 그 곳에 멈춰있지 못했다. 끝끝내 서로에게 머물지 못한 채 스쳐지나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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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홍은 눈발아래 가려진 현실을 택했고 상민은 한야의 로맨스를 택했다. 기홍은 사랑에 뒤따라오는 부유물을 택했고 상민은 사랑 그 자체를 택했다. 기홍은 뒤돌아섰지만 상민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기홍은 결국 가정과 책임을 위해 희생했지만 상민은 사랑을 위해 희생했다. 사랑을 택하는 것에도, 사랑을 져버리는 것에도 희생은 있고 한숨은 깃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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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과 여 »는 잔잔함 속에서 몰아치는 서로에 대한 욕망을 정적으로 표현해 보여주는 영화다. 사랑으로인해 길을 잃은 두 남녀의 가슴시린 애절함은 차가운 현실 속에서 더욱 극대화되고 결국 어긋나고마는 그들의 사랑은 설원 위 진한 여운을 남긴다.

 

디아티스트매거진=권오경

2017.12.3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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