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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변호사 정혜진
“변방에 선 이들을 변호하다”

by예스24 채널예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정혜진 저자 인터뷰

비교적 조금 늦게 법 공부를 시작한 정혜진 변호사는 국선전담변호사로 일한 지 곧 7년 차가 된다. 세상 모든 직업에 희로애락이 존재하지만, 저자의 업에는 특히나 너무 많은 삶과 복잡한 관계들이 얽혀 있다. 사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가 저자의 첫 책은 아니다. 변호사가 되기 전 기자 시절에 취재 바탕의 정보를 담은 책을,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할 때 변호사 시험을 대비하는 나름의 요령을 정리한 수험서를 낸 바 있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는 저자가 숱한 형사 사건을 만나고 약 2천 명의 피고인을 변호하면서 마주하게 된 사연을 나름의 시각으로 전한다. 그들의 이야기이자 자신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저자는 이 책이 자신의 첫 책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는 나의 개인적인 글을 독자들은 어떻게 읽을지 궁금하고 무척 떨린다”고 전한 정혜진 저자. 그 걸음걸음에 무게가 느껴진다.


우선 국선전담변호사와 일반 변호사의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해할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다른가요?


변호사에게는 사건을 맡기는 의뢰인이 있고, 변호사는 대개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일합니다. 그런데 국선전담변호사에게는 의뢰인이 없어요. ‘사건은 많지만 의뢰인은 없는 변호사’가 국선전담변호사입니다. 국선전담변호사는 말 그대로 국선 사건(형사)만 전담하고 원칙적으로 수임은 금지되어 있기에 의뢰인이 없는 것이죠. 형사변호인이니 당연히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만, 일반 변호사처럼 수임 계약에 의해 당사자를 만나는 게 아니라 법원의 국선변호인선정결정으로 당사자를 만나고 사건을 하게 됩니다.


일반 변호사는 당사자로부터 수임료를 받지만, 국선전담변호사는 국가에서 월급을 받습니다. 하지만 공무원은 아니고 일반 개인 변호사처럼 자영업자입니다. 각급 법원장으로부터 위촉을 받아 일하는데, 제가 일하고 있는 수원지방법원에 18명의 국선전담변호사를 포함해서 전국 각급 법원에 230명 정도 있습니다.


변호사가 되기 전에 기자 생활을 15년이나 하셨습니다. 업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인데 왜 변호사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되셨나요? 기자 일과 변호사 일, 유사한 부분도 있던가요?


저는 사실 어쩌다 보니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기자라는 직업에 매력적인 부분이 많긴 한데, 종이신문의 위기와 광고주의 압박 등으로 기자 생활의 재미랄까 보람이랄까 그런 게 제가 기자를 처음 시작할 때에 비해 점점 줄어들더군요. 평생 기자로 살 수 있을까 고민을 하던 중에 법학전문대학원이라는 제도가 도입되었어요. 오랜 기자 생활에서 벗어나 좀 쉬고 싶기도 했고, 변호사 자격증이 있으면 평생 일을 할 수 있겠다는 현실적인 계산도 더해져 신문사에 사표를 쓰고 법학전문대학원 1기로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자가 ‘팩트’를 찾는 직업이라면, 변호사는 ‘사실’에 법을 적용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찾느냐, 적용하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둘 다 ‘사실’이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직업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그래서 변호사 일을 하면서 기자 때의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물론 결정적인 차이점도 있습니다. 기자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사실을 찾아 나서야 해요. 아직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팩트, 정보, 문제점 그런 것들을 찾아서 사회 이슈로 만들어야 하기에 그만큼 자기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변호사는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해결책을 찾아요(적어도 송무 변호사는 그렇지요). 스스로 일을 만들거나 찾는 게 아니고 남에게 이미 벌어진 일을 가지고 뒷수습을 도와주는 일이죠. 나이가 들면서, 적극적으로 무엇인가를 찾는 것만큼 뒷수습을 깔끔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 젊었을 때 기자를 해보고 나이가 들어서 변호사를 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어서 참 감사하죠.


국선전담변호사로 일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있다면 무엇인가요? 반면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지도 궁금합니다.


사람들은 흉악범을 변호하면 무섭고 힘들지 않으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사실 저는 흉악범은 별로 못 만나봐서 그런 일로 힘든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제게는, 삶이 너무 팍팍해서 한 치의 여유가 없는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는 게 이 직업에서 가장 힘든 점입니다. 책에도 그런 에피소드를 쓰기도 했는데요.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잘 몰랐는데, 경제적으로도 늘 절벽 앞에 있고, 가족이든 친구든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그런 사람들이 참 많더라고요. 그런 사람들은 오랜 기간 소외되어 살다 보니 합리적인 의사소통 능력이 거의 없습니다. 늘 피해 의식에 가득 차 있어서 자기가 잘못한 것도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상대의 배려를 배려로 받아들이지 못해요. 그러니 대화가 안 되죠. 대화는 안 되는데 제 일은 그 사람을 돕는 것입니다. 뭘 어떻게 도와야 할지 참 답답하죠. 보람을 느낄 때는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한 사건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그리고 상대방(대개 피고인이죠)이 저의 수고를 알아주고 감사하다고 할 때가 아닐까요.

피고인은 어떤 것으로든 죄를 지었기 때문에 변호사님을 만나게 됩니다.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고 피고인을 옹호해서도 안 되지만, 변호사님의 글을 읽다 보면 법에만 따른 처벌이 다소 폭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책의 뒤표지에 ‘변방에 선 이들을 변호한다’는 말이 있는데(변호사님 또한 자신을 변방에 선 인물로 여기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피고인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시는지, 관련하여 처벌까지의 과정이 진행될 때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 글을 읽으며 피고인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제가 느낀 시각으로 보기 때문일 겁니다. 저는 변호인이고, 변호인의 역할을 한 마디로 피고인 편을 드는 것이죠. 그 사람 편에 서기 위해 범죄 이면의 속사정을 듣습니다. 그 사람이 살아온 삶, 그 범죄에 이르기까지의 경위를 알기 전까지는 ‘범죄’만 보이지만,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되면 ‘범죄’ 뒤에 숨은 ‘사람’이 보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들은 서류를 위조하고, 밥 먹듯 사기를 치고, 사람까지 마구 죽여요. 그런데 관객들은 주인공들을 비난하기보다는 그들의 사연에 가슴 아파하잖아요. 그들이 왜 그런 범죄에 이르게 되는지 그 사정을 아니까요.


이런 말을 하면 피해자는 억울하지 않냐, 벌 받을 사람은 벌 받아야 하지 않냐, 하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건 검사와 판사의 역할입니다. 검사는 피해자 혹은 사회 전반의 편을 들고, 판사는 심판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판단을 합니다. 반면 변호인은 피고인 편에 서야 합니다. 아무리 극악무도한 피고인일지라도 변호인은 피고인 편을 들라고 하는 게 민주 사회의 엄중한 법이니까요. 그게 ‘실체적 진실 발견’을 통한 정의 구현이라는 형사 재판의 룰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적으로는 사실 감정이 없을 수 없어서 아무것도 해 주기 싫은 피고인도 있고, 반대로 뭐라도 하나 더 해 주고 싶은 피고인도 있지만, 어떤 사건에서든 감정은 최대한 배제하고 게임의 룰로서의 변호인 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책에서 단순히 변론했던 사건을 보여준다기보다 피고인을 만나고 변론하는 과정에서 혹은 그 후에 갖게 된 생각을 풀어낸 이야기로 읽힙니다. 이 책을 통해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범죄자라고 해도 이런 안타까운 사람들이 있구나, 한때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불행한 악순환의 고리가 범죄의 이면에 작동하고 있구나,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스스로 전해지기 어려운 것이니 저 같은 사람들이 전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더 욕심을 부린다면 범죄 안팎의 풍경에 관한 이야기가 범죄사회학, 범죄심리학 등 관련 연구자들 혹은 정책 입안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인류학적 자료로 쓰일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변호사님은 영어 선생님을 꿈꾸던 교육과 학생에서 기자로, 변호사로 여러 번 방향 전환을 해오셨습니다. 인생을 살며 그런 선택의 순간에 무엇을 중심 삼아 결정을 내리면 좋을까요?


제 삶에 일관성이 없어 보이지요. 계획을 세우고 매진하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어서 그렇습니다. 제가 원하지 않은 상황에 처해지더라도 그냥 주어진 상황 속에서 나름 재미를 찾고 또 성실하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기회가 와서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분야로 옮겨가게 되더군요. 결국 현재를 소중히 여기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 소개 글에서 자신을 무엇이든 쓰는 자로 여긴다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앞으로 더 쓰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무엇인가에 관해 쓴다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저 자신을 성찰하는 일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저의 시각을 사회와 나누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그동안 어느 특정 주제에 대해 꾸준히 써 온 게 아니라 그때그때 관심과 필요에 따라 이런저런 글을 썼습니다. 제 경력과 마찬가지로 제 책의 목록도 일관성은 없어 보이지만, 제가 당면한 현실에서 글을 통해 생각과 정보를 세상과 나눔으로써 이만큼이라도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책에서 제가 ‘빙산의 일각’에서 본 풍경을 전한다고 했는데, 제가 앞으로 다른 일을 하게 된다면 그 분야에서도 다른 또 빙산의 일각을 보겠지요. 서로의 ‘빙산의 일각’을 공유함으로써 좀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을 테니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그곳에서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쓰겠다는 생각입니다. 계획을 세우고 가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앞서 얘기했는데, 글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다음에 어떤 주제에 관해 쓰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듯 현재에 충실하게 살다 보면 또 쓰고 싶은 주제가 불쑥 저를 찾아올 거라 기대합니다.

정혜진

국선전담변호사.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영남일보 기자로 15년 일했다. 법학전문대학원이 개원하던 2009년 강원대학교에서 법 공부를 시작, 졸업 후 서울고등법원 재판연구원을 거쳐 수원지방법원에서 6년째 일하고 있다. 기획 취재를 좋아하던 기자 시절, 신문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를 모아 『태양도시』, 『착한 도시가 지구를 살린다』, 『골목을 걷다』(공저)를 펴냈다. 전 직업의 영향으로 본인을 무엇이든 쓰는 자(記者)로 여기며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무렵 변호사시험 기록형 수험서를 쓰기도 했다. 국선전담변호사로 일하며 피고인이라 불리는 약 2천 명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법의 언어로 풀어서 말하고 쓰며 변호사의 길을 배워가고 있다.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정혜진 저 | 미래의창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를 경악하게 하는 범죄는 각종 언론 매체를 가득 채운다. 형사 재판과 관련된 소식을 전해 듣는 것 또한 낯선 일이 아니다. 전직 검사도, 전직 판사도, 전직 대법원장도, 심지어 전직 대통령도 피고인이 되었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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